
김우중(1936-2019) 전 대우그룹 회장의 첫 자서전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초판 1989, 개정판 2018)라는 책을 오래전에 받았지만, 그 사이 평자는 서울대 법대 학장·서울대 총장 등 보직을 맡는 바쁜 일정 때문에 제대로 살펴보지를 못하였다. 그런데 2023년 3월 대한유화 이순규 회장 초청으로 부산에 갔다가 '에이원'에서 하루를 보냈다. 이 회장이 친구라고 소개한 분이 이경재 사장이다. 알고 보니 전에 와본 적이 있는 원래 이름이 '아도니스'인데 이제 사명이 바뀌었다. 이 사장이 김우중 회장과의 인연이 있는 곳이라 하면서 "김우중 아포리즘, 역사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라는 책을 선물로 주었다. 이미 작고하셨지만, 대한민국 산업화 시대에 거대한 족적을 남기신 거인에 대한 회고는 의미 있는 일이다.
필자는 그간 시간 여유가 있을 때마다 자서전에 대한 서평을 작성하곤 한다. 자서전을 읽노라면 한 사람의 일생을 추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행간의 뒤를 읽으면서 자서전 주인공의 인간 됨됨이와 한 시대를 풍미한 삶을 읽을 수 있다. 차일피일하던 차에 2024년 오랜 지인인 박창훈 회장과 함께 한 저녁 자리에서 우연히 김우중 회장의 자제분인 김선협 아주대 이사장을 만나면서 다시 김 회장의 자서전에 대한 서평을 작성하게 되었다.
김우중 회장님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전설로 남아 있다. 그런 전설적인 인물의 삶에서 어찌 영욕 또한 교차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한두 차례 김 회장을 뵙기는 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뵙기로는 2017년에 고교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있는 매일경제신문의 장대환 회장의 자녀 혼례를 주재하게 되었는데 그때 하객으로 참석한 김 회장님을 뵙고 인사드린 게 마지막인 셈이다. 하지만, 김 회장님은 국내외적으로 워낙 유명한 분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필자와도 이런저런 인연이 얽히기도 한다.
필자는 일찍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제목에 매료되었다. 전 세계에서 방글라데시 다음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 젊은이들에게 세계를 향한 개척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은 너무나 중요하다. 특별한 부존자원도 없고, 일제 강점기를 거쳐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6·25전쟁으로 폐허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길은 경제성장을 이룩함으로써 춘궁기(春窮期)의 초근목피(草根木皮) 시대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온 국민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새마을운동'에서 펼쳐 보인 "잘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뭉쳤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원래 1989년 김영사에서 출간되었는데 2018년 개정판에서는 몇 가지 내용을 추가한다. 책은 전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역사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 2부 더불어 사는 세상, 3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4부 해외 사업가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4부는 개정판에서 새로 삽입되었다.
1부 역사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
제목만 보면 참으로 이상주의적이고 동시에 로멘틱하다. "여러분은 꿈을 꾸고 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꿈이 없는 젊음은 젊음이 아니다. 젊음은 꿈이 있어서 소중한 것이다. 아니, 젊음은 꿈이 있어서 젊음인 것이다. 역사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25면) 회장님은 젊은이들에게 특별한 당부의 말씀도 잊지 않는다. "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요령을 피우는 타성에 젖기보다는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일에 몰두해 주기를 바란다."(50면)
회장님은 한국 교육의 현실에 대하여 일정 부분 유보적이다. "오늘날의 교육 현실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교육이 지식을 전수하는 데는 능하나 완성된 인격체를 만들어 내는 데는 퍽 서툴기 때문이다."(37-38면) 하지만, 빈곤 탈출이 지상과제였던 시기에 교육은 그 자체로서 소중한 덕목이고 오늘 대한민국 번영의 토대를 이루었다. 그러기에 상아탑(象牙塔)이 아니라 우골탑(牛骨塔), 즉 가난한 시절 농촌의 가보(家寶)인 소를 팔아 자식을 대학 보낸다는 조소적인 시대를 뛰어넘어 신식 교육을 받은 대학졸업생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그들에게 영혼을 불어넣은 분이 바로 김우중 회장이다.
"최소한 영어 회화는 완벽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 아울러 중국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그 말을 쓰는 인구가 많은 외국어 하나쯤은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92면) "나는 야심 있는 세일즈맨들을 항상 아프리카나 중동 지사 등 근무 조건이 험한 곳에 먼저 보낸다. 그것에서 몇 년씩 단련된 다음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지사로 이동시킨다. 험한 조건에 적응하다 보면 앞서 얘기한 두둑한 배짱이 생겨나기 때문이다."(93면)
저자는 젊은이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하여는 영어와 더불어 제2외국어 하나는 필수로 공부하기를 권한다. 필자도 서울대 총장 재임 중에 서울대생들이 더 넓은 세계를 두루 섭렵하기를 바라면서 "SNU Outbound Program" 즉 학생들의 해외연수를 대폭 확대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방학 기간을 이용한 단기 교육프로그램이다. 물론 장기 교육프로그램은 해외 100여 개 대학과 체결한 교류 협정에 따라 실시한다. 그간 4개 기관에서 실시하던 해외연수 단기 프로그램을 아프리카‧라틴 아메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적으로 실시하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서울대생으로서 재학 중 가장 큰 보람을 느낀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한다.
더 나아가 오늘날 인터넷 언어가 영어로 일반화되면서 제2외국어에 대한 인식과 공부가 소홀히 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인의 대부분은 오히려 제2외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다. 해당 국가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하여는 해당 국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 또한 제2외국어인 프랑스의 파리 대학에서 학위 공부를 한 사람으로서 제2외국어 연수의 필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고자 한다.
그러나 아래 부분에서는 다소 동의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젊은 사람들은 정신의 건강에 관심을 갖고, 늙은 사람들은 육체의 건강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육체의 건강에만 관심을 갖는 젊은이가 있다면 그는 이미 젊기를 포기한 사람이다."(103면) 물론 옳은 말씀이긴 한데, 젊을 때 건강을 상한 적이 있는 필자는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더 인식시키고 싶다. 일찍이 지덕체(智德體), 즉 지혜와 덕 다음에 마지막으로 건강이라 한다. 하지만, 평자는 "건전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에 더 경도된다.
실제로 나이와 구분 없이 건강한 신체가 있어야만 정신을 맑고 건강하게 만든다. 우리 세대는 감히 엄두도 못 내던 건강관리에 젊은이들이 관심이 많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동네마다 피트니스 클럽 즉 헬스장이 있는데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그 젊음에 더한 건강은 세계를 개척하는 필수항목이다.
2부 더불어 사는 세상
6‧25 전쟁 중 대구에서의 피난 시절에 중학생인 김 회장께서 신문외판을 하면서 이미 뛰어난 상술을 발휘한 것을 보니 타고난 상인인 것 같다. 대구 방천시장 통을 돌면서 신문을 파는데 다른 사람들도 신문을 팔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빨리 판매하기 위하여 기지를 발휘하고 있다. "아예 신문값은 받지 않고 신문만을 던져주고 나서 나중에 그 길을 돌아오면서 느긋하게 신문값을 받아 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니까 이제 아무도 나를 뒤쫓아 올 수가 없게 되었다."(133면)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돈을 잘 쓰는 것이다."(189면)
필자가 서울대 총장 재임 중에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께서 모교에 학생들 장학금으로 발전기금을 기부하였다. 감사한 마음으로 공관에 초청해서 오찬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김 회장님은 대우임직원 모임의 회장을 겸하고 있기에 필자가 몇 가지 말씀을 전하였다. 우선 서울대 법대 백주년기념관에는 두 개의 강당이 있는데 가장 큰 강당인 '주산홀'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셨다. 즉 '근대법학 백주년 기념관'(1895-1995)에는 김우중 회장의 아호인 주산(宙山)을 딴 홀이 있는데, 바로 주산 회장께서 거액을 기부하셨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대우임직원 모임이 있으면 '주산홀'에서 총회를 열고 구내 식당에서 회식을 해도 좋을 것이라고 권고하였다.
김우중 회장은 연세대 출신인데 서울대 법대에 기부하시게 된 데 대하여는 고교 선후배 사이인 당시 서울대 법대 송상현 학장의 노고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서평을 하겠다고 책을 펼쳐보니 김 회장의 선친께서 서울대 법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출신(68면)이시라니 선친의 뜻을 기리는 의미도 클 것으로 짐작해 본다. 아무튼 서울대 법대의 가장 큰 강당에서 이 나라 최고의 동량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주산 선생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린다. 더구나 필자는 헌법 전공이라 수강하는 학생들이 많아 서울법대 학부 수업은 늘 '주산홀'에서 진행하던 기억이 새롭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희생정신이다. 자기를 희생하려는 정신은 철저히 소명의식으로부터 나온다. 소명의식 없이 희생정신이 생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희생정신을 아우르지 않는 소명의식 또한 있을 수 없다."(158면) 더 나아가 "지도자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집단의 구성원들을 이끌 수 있다. 지도자의 권위는 독재자가 추구하는 권위주의와는 전혀 다르다."(161면) "해외로 나가 보라. 그러면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사실을 바로 깨닫게 될 것이다. … 따지고 보면, '지역감정'이란 우물 안 개구리가 가지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거짓 의식에 지나지 않는다."(166면)
회장님은 일찍이 지도자의 덕목을 희생과 소명에 있음을 강조한다. 그 희생과 소명 정신은 더 넓은 해외로부터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절제와 관용까지 겸하는 지도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소중한 시점이다. 더구나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남쪽 내부에서조차 분열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더 큰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자기희생이 없이 오로지 탐욕만 추구한다면 이는 공동체를 파멸로 몰아가기 마련이다. 필자는 일찍이 서울대 총장 취임사에서 "선한 인재"를 강조한 바 있다. 그리하여 그 선한 인재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우리 사회가 "선한 사람들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설파한 바 있다. 희생과 소명에 기초한 선의(bona fides)에 찬 공동선(common good) 구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3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려고 해야 한다.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하려고 해야 한다. 역사는 그런 사람들의 발걸음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 왔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개척자라고 부른다."(202면) "개척정신으로 단단히 무정해 있을 때 그 나라와 문명은 부강하고 융성했다."(203면) "나는 소유에는 별 관심이 없다. 기업인이 소유욕 때문에 기업을 경영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큰일을 이룬다든지, 사업을 크게 일으킨 대가로 얻게 되는 성취의 커다란 기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234면) "해외 사업이 독립 경영을 펼치며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내가 꿈꾸던 세계경영의 궁극적 목표였다. 이런 모습은 국가 내에 존재하던 기업의 위상을 국가 위에 설정하는 것이니 국적을 벗어나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무국적기업이란 표현은 세계경영이 만들어 낼 장래의 이런 상황을 설명하려고 만든 것이었다."(282면)
1970년대에 이르러 소위 신세대의 현대식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본격적으로 기업에 진출하면서 정상적인 해외무역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1970년대 초반에 대학을 졸업한 필자 세대가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첫 세대라 할 수 있다. 더하여 70년대 오일쇼크와 그 이후에 전개된 '중동 건설 붐'은 젊은이들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였다.
오늘날 혼탁한 세상에서 김 회장께서 일깨워 주신 젊은이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한 덕분인지 필자도 여러 차례 청년들, 특히 여성들의 해외 진출에 감동한 바 있다. 해외 출장 중에 뜻밖에 젊은이들을 만난다. 2017년 미국의 명문 예일대학교가 최초로 마련한 해외캠퍼스인 "Yale-NUS" 대학 즉 싱가포르국립대학 캠퍼스 안에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예일대와 싱가포르국립대학이 공동으로 전혀 다른 차원의 독자적인 대학을 건설한 것이다. 이 대학 개교기념 행사에 세계 유수 대학의 총장들이 초청을 받았는데 필자를 담당하는 안내원이 그 대학 젊은 여직원인데 이 여성이 바로 한국 여성이었다. 어떤 연유로 이 대학 교직원이 되었는지를 물으니 미국에 유학하여 대학을 졸업하면서 공개 채용에 응하여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두바이 출장 때 하얏트 호텔에 여장을 풀고 출출함을 달래고자 호텔 지하에 있는 국수 식당에 들렀는데 의외로 한국 여성이 반겨주었다. 이 여성은 한국 손님인 내가 반가웠는지 귀한 김치까지 내주었다. 이제 전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의 젊은이들이 터 잡고 있으니 참으로 가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회장님은 필자의 고교 선배이다. 자연히 필자의 고교 동기들이 대우그룹에 다수 근무한 관계로 많은 일화들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한편 대우그룹 해체 당시에 재무총책임자가 필자의 오랜 친구인데 이 친구는 그 때문에 아마도 수천억 원의 빚을 진 채무자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세계화 과정에 수 많은 인재들이 어려움을 겪고 때로 희생되었음을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다. 대우그룹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히던 권용구 사장이 남아프리카 법인장 재직 중 1999년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하였다. 장례식장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안타까워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필자가 파리에 있을 때 아이보리코스트(Côte d'Ivoire) 한대명 법인장으로부터 세계경영의 일화를 듣고는 참으로 낯설긴 해도 감탄하던 기억이 새롭다. 아이보리코스트는 그 당시 한국과 미수교국가일 뿐만 아니라 공항에 내리면 택시도 신문도 없는 그곳에서의 삶을 적나라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곳에서 아마도 수백, 수천 개의 라면을 혼자 먹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더 이상 아프리카로 동행하지 않는 상황인데, 본인도 이제 아프리카 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회장께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고는 파리에 와 있었다. 특히 한 사장은 자녀들에게 해외 근무 중 가장 기억에 나는 일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필리핀 마닐라 지사에 근무할 때 아이들이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도마뱀이 침대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 총수이자 부자이신 분이 무소유를 위한 경영을 실천하였다는 사실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감동을 준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부호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떠나겠다는 소신을 피력한다. 위대한 선각자들이 있기에 지구촌은 더 따뜻해진다.
4부 해외 사업가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첫째, 세계를 보되, 현지의 눈으로 보라. 둘째, 꿈을 가져야 한다. 셋째, 자신감을 가져라. 넷째, 절실해야 끝까지 갈 수 있다. 다섯째, 노력은 창의의 원천이다."(298면) 그리하여 에필로그에서 여전히 젊은이들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는다. "젊은이는 가능성의 존재이다. 젊은이는 꿈을 꾸어야 한다. 젊은이는 창조적으로 생각한다. 젊은이는 도전해야 한다. 젊은이는 희생정신을 가져야 한다. 젊은이는 더불어 산다. 젊은이는 정직해야 한다. 젊은이는 겸손해야 한다."(301-307면)
우리나라는 반도국가다. 어떤 이는 반도의 특성을 매우 비판적으로 기술하기도 한다. 더구나 한반도는 타의에 의하여 분단되면서 대한민국은 사실상 섬나라나 마찬가지다. 일찍이 일제 강점기에 선조들은 조국 독립의 일념으로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만주벌판으로 향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있다. 섬나라와도 같은 한국은 해양대국으로의 행보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망망대해를 넘어 해외로의 진출은 반도국가의 숙명이다.
김 회장님은 그 반도의 숙명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보여준다. 젊은이들이 야망을 가지고 해외에서 새로운 성채를 쌓아가는 용기와 지혜를 북돋우는 이 책은 지금 이 시점에도 세계를 향하는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웃한 일본의 젊은이들이 국내에서 안주하는 상황에서 세계를 향한 대한민국 청년들이 미래 한국의 등불이 되어주길 기원한다.
넓디넓은 세계는 어느 특정인, 특정 정파, 특정 인종, 특정 세력, 특정 종파, 특정 국가의 것이 아니라 인류 공통의 것이다. 그 세계를 향한 젊은이들의 포효는 더 좋은 세계, 더 좋은 미래를 창조할 것이다. 그것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사회와 지구촌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향하는 메시지이다. 더 넓은 세계를 선도한 김우중 회장님의 '세계경영'을 향한 큰 뜻은 비록 멈추었지만, 그분이 추구하던 세계를 향한 꿈은 이제 우리 젊은이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성낙인
제26대 서울대학교 총장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