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상 첫 안보리 공개토의 주재…'AI 국제 평화·안보' 주제
"모두를 위한 AI, 인간 중심 포용적 AI로 혁신' 이뤄야"
"AI 잘 활용하면 대량살상무기 감시 도움"
"한국, 글로벌 책임강국으로 AI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 만드는데 협력 주도할 것"
![이재명 대통령이 24일(미 현지시간) 한국 정상으로 처음으로 유앤 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9/708563_521334_2130.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4일(이하 현지시간)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했다.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이 돌아가면서 의장국을 맡는데 한국이 9월에 안보리 의장국을 맡으면서 이 대통령이 이날 의장석에 앉아 회의를 주도했다.
이날 공개 토의에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을 포함한 약 80개국 국가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과 국제 평화·안보'를 의제를 채택한 뒤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선언했다.
이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최예진 스탠퍼드대 교수의 의제 브리핑을 요청하며 회의를 이끌었다.
세 명의 브리핑을 들은 뒤 이 대통령은 제프리 힌튼 교수가 AI를 '새끼 호랑이'에 비유한 것과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의 호랑이 캐릭터를 인용하며 AI 기술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새끼 호랑이는 우리를 잡아먹을 사나운 맹수가 될 수도 있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더피'가 될 수도 있다"며 "AI를 잘 활용한다면 저성장·고물가 같은 난제를 해결해 새로운 번영의 길을 열어내고 의료, 식량, 교육 등 여러 문제에 해답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의 불평등과 불균형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채 끌려간다면 극심한 기술 격차가 '철의 장막'을 능가하는 '실리콘 장막'으로 작동해 전 세계적인 불평등과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우리가 AI를 어떻게 다룰지에 따라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과 암이 공존하는 AI 시대의 변화를 기회로 만들 방법은 국제사회가 단합해 '책임 있는 이용'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 뿐"이라며 "유일하고도 현명한 대처는 국익을 위해 경쟁하되 모두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며 해법을 제시했다.
또, '인간중심 포용적 AI의 공통규범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많은 전문가의 경고대로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종시킨다면 이는 공통 규범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각국 정부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모두를 위한 AI', '인간 중심의 포용적 AI'로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의 역할에 대해서는 "특히 안보리의 책임이 막중해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AI를 잘만 활용하면 WMD(대량살상무기) 확산을 감시하는 등 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통제력을 상실한다면 허위 정보가 넘쳐나고 테러, 사이버 공격이 급증하는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공지능발 군비 경쟁'으로 안보 불안은 더욱 커질지도 모른다"며 "이제 국제사회가 인공지능 시대에 변화한 안보 환경을 분석하고 공동의 대응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AI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훌륭한 도구가 되도록 협력을 주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10월말 개최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인공지능이 인류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APEC AI 이니셔티브'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두 함께 누리는 'AI 기본사회', '모두의 AI'가 새로운 시대의 뉴노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AI가 불러올 문명사적 대전환 앞에서 인류는 오랜 역사 동안 함께 지켜온 보편 가치를 지켜내야 할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며 "시대적 사명을 마다하지 말고 AI가 가져올 변화를 인류 재도약 발판으로 만들어 내자"고 강조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소말리아, 슬로베니아, 그리스, 영국 등 각국 정상들의 발언 순서를 소개하며 토의를 이끌었다. 토의를 들을 때는 메모하거나 손을 맞잡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의 안보리 공개 토의 주재를 축하하는 발언에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의장석에 앉은 이 대통령 뒤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차지훈 주유엔대사 앉아 참석자들의 발언을 들었다. 이 대통령이 이석한 이후 조현 외교부 장관이 대신해 회의를 진행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AI 기본사회'란 인공지능을 활용해 실업·자살·의료불균형·허위 조작 정보 등의 문제를 해소해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삶을 보장해 주는 사회"라며 "그동안 이 대통령이 가다듬어온 새 개념을 유엔 무대에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