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50시간만에 석방…法 "이미 상당한 조사 진행"
이진숙 "민주주의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 희망"
경찰 "수사 필요성과 체포 적법성 인정돼"…불구속 기소 가능성
민주 "법원, 사법권 독립 운운할 자격 없어"
국힘 "김현지 방탄용 기획 수사극 민낯 드러나"
조국혁신당 "이진숙 석방됐지만 여전히 엄정한 수사 대상"
이준석 "이진숙 체포, 윗선의 김현지 물타기인지 따져 물어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0/709538_522514_2352.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법원이 경찰에 체포됐던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4일 석방 명령을 내렸다. 앞서 경찰이 6차례나 소환에 불응한 이 전 위원장에 대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으나 법원이 다시 석방시킨 것이다.
재판부는 체포는 적법했지만 이미 상당한 조사가 진행됐고 추가 조사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이 향후 이 전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상식에 어긋나는 결정이라며 사법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찰의 엉터리 소환과 짜맞춘 체포임이 만천하에 밝혀졌다"며 정권을 향한 공세를 폈다.
체포 50시간만에 석방…法 "이미 상당한 조사 진행"
서울남부지법 김동현 부장판사(영장당직)는 4일 오후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위원장의의 체포적부심 청구를 인용했다. 서울남부지법의 심문종료 약 2시간 만에 인용 결정이 나온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체포의 적법성이나 수사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는 "먼저 피의사실의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상당하기는 하나 수사의 필요성이 전면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의사실 중 ▲공직선거법위반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어 신속한 소환조사가 필요한 점 ▲이 전 위원장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점 ▲출석 가능 일정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등 회신 노력이 부족했던 점 등을 지적했다.
다만 헌법상 핵심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이유로 하는 인신 구금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며 석방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미 상당한 정도로 조사가 진행됐고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없어 추가 조사 필요성이 크지 않은 점, 이 전 위원장이 성실한 출석을 약속한 점 등을 들며 "향후 체포 필요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도, 현 단계에서는 체포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즉, 이날 법원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권력 행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셈이다. 그러면서 경찰이 무리한 체포·수사를 한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진숙 "민주주의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 희망"
이날 법원 결정에 따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돼 있던 이 전 위원장은 즉시 석방돼 오후 6시 47분께 경찰서를 나섰다. 지난 2일 오후 4시께 자택에서 체포된 점을 고려하면, 약 50시간 만에 구금 상태를 벗어난 것이다.
수갑 없이 경찰서 정문을 나선 이 전 위원장은 "이재명 검찰과 이재명 경찰이 쓴 수갑을, 그래도 사법부에서 풀어줬다"며 "대한민국 어느 한구석에는 민주주의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 같아, 희망을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전직 장관급 기관장이었는데 이렇게 경찰의 폭력적인 행태를 접하고 보니, 일반 시민들은 과연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찰이 만약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도 가지게 되면, 일반 시민들에게 어떤 피해가 갈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 일정과 함께 많이 보이는 것이 법정, 구치소, 유치장 장면"이라며 "대통령 비위를 거스르면 당신들도 유치장에 갈 수 있다는 함의가 여러분이 보시는 화면에 담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일을 막은 것은 시민 여러분의 힘"이라며 "곳곳에서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한 뒤 준비된 차를 타고 빠져나갔다.
경찰 "수사 필요성과 체포 적법성 인정돼"…불구속 기소 가능성
법원의 석방 결정에 대해 경찰은 수사 필요성과 체포 적법성이 인정된 만큼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서울경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법원은 수사의 필요성과 체포의 적법성은 인정되지만, 체포의 필요성 유지, 즉 체포의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아 석방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 이 전 위원장 3차 조사에 나선 뒤 검찰 송치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이 이 전 위원장을 석방한데다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며 이를 제한하는 구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한 만큼 구속영장 청구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형사소송법 제214조의3(재체포 및 재구속의 제한) 조항에는 체포 또는 구속 적부심사 결정에 의해 석방된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범죄사실로 재차 체포하거나 구속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즉, 이 전 위원장이 향후 경찰 수사에 성실히 출석한다면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민주 "법원, 사법권 독립 운운할 자격 없어"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됐던 이 전 위원장의 석방 소식이 전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상식과 법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의 정의를 세우려는 수사기관을 가해자로 만드는 게 법원인가? 이러고도 사법권 독립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4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국회 일정을 핑계로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히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법원의 결정은) 신속한 범죄 사실 확인과 공소 제기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긴박한 필요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그런데 법원은 체포의 적법성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수사의 시급성과 피의자의 책임 회피는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소시효를 완성시키려고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피의자를 응원하고, 공소시효에 노심초사하며 법의 정의를 세우려는 수사기관을 가해자로 만드는게 법원인가"라며 "이러고도 삼권분립,사법권독립 운운할 자격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어 "국민들은 정치적 지위나 국회 일정으로 법 위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며 "이번 결정은 법원 스스로 사법 신뢰를 흔들고, 법치주의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의 실질적 필요성을 무시한 이번 판단은 피의자의 출석 거부와 수사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전혀 타당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아울러 "법원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러니 국민들이 사법개혁을 부르짖는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한지 묻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힘 "김현지 방탄용 기획 수사극 민낯 드러나"
반면 국민의힘은 "김현지 방탄용 이진숙 기획 수사극의 민낯 드러났다"고 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같은날 논평을 내고 "경찰의 엉터리 소환과 짜맞춘 체포임이 만천하에 밝혀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변호인이 정식으로 국회 출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음에도 경찰은 모른 척 '소환 불응'이라 주장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절대존엄 김현지'를 지키기 위해 추석 연휴 직전에 벌인 희대의 수사 기록 조작"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삼권 장악, 독재 폭주는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늦었지만 이제라도 석방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불법적인 영장 발부와 불법적인 체포·감금에 이은 위법 수사에 대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미친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이번 추석 민심"이라고 덧붙였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정권의 입맛에 맞춰 움직인 '정치 경찰'의 극악무도한 폭거는 사법부의 판단 앞에서 거짓과 무능만 드러냈다"며 "자신의 최측근 절대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고, 정적은 끝까지 제거하며,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볼모로 삼는 야만적 보복 정치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이진숙 석방됐지만 여전히 엄정한 수사 대상"
조국혁신당은 이 전 위원장에 대해 "엄정한 수사 대상임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박병언 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이 전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윤석열을 위해 방송을 장악하려 했던 장본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 전 위원장은 무려 6번이나 경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했는데 통상 경찰은 3번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해왔다"며 "이번 법원의 석방 결정은 '일단 석방은 해 줄 테니 앞으로의 수사를 성실히 받으라'는 의미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앞으로 이 전 위원장이 소환에 또 불응하는 경우 엄격한 강제 수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며 "그때는 법원으로서도 더 이상 체포의 정당성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위원장 시절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으로 '빵진숙'이라는 국민적 조롱의 대상이었던 그녀가 무슨 염치로 방송 자유이 수호자인냥 행세하고 있는 걸까"라며 "이진숙은 자숙하며 성실히 수사에 임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준석 "이진숙 체포, 윗선의 김현지 물타기인지 따져 물어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번 사태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정권 차원의 의도가 아닌지 의심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선 수사 경찰(영등포 경찰서)이 명절을 앞두고 '셀프 야근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체포를 시도했을 리 없고 영등포서가 그렇게 간 큰 결정을 보고도 없이 시도했을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체포가 경찰서장 선에서 전결된 것이었는지, 서울경찰청장이 보고받고 승인했는지, 아니면 그보다 윗선에서 김현지 사태에 놀라 '충격 완화용 아이템'을 강요한 것인지는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한다"며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