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다니, 오바마 등에 업고 돌풍…130년만에 최연소 시장
트럼프 "맘다니, 공산주의자 재앙"
래퍼·활동가 출신 '강성 좌파'…월세 지옥 대책으로 표심 확보
맘다니 "난 민주사회주의자…국가가 트럼프에 배신당해"
美민주당, 지방선거 3곳 승리…대선 1년 후 표심 변화 확인
트럼프 지지율 37% '최저'… 68%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

뉴욕시장 당선 후 기뻐하는 조란 맘다니 [사진=AFP=연합뉴스] 
뉴욕시장 당선 후 기뻐하는 조란 맘다니 [사진=AFP=연합뉴스] 

30대 진보 정치인이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의원이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 시장 첫 무슬림이자 130여년 만에 최연소 시장이다. 

맘다니 당선인은 당선 첫 일성으로 "국가가 트럼프에게 배신을 당했다"며 反트럼프 노선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맘다니에 이어 미 민주당은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이번 지방선거가 내년 중간선거 가늠자이자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을 확인하는 '미니 시험대' 의미가 있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7%를 기록하며 집권 1기와 2기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맘다니, 오바마 등에 업고 돌풍…130년만에 최연소 시장

트럼프 "맘다니, 공산주의자 재앙" 

AP통신은 미 동부시간 오후 9시 37분 뉴욕시장 선거에서 맘다니 후보가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정치 신인 맘다니 후보가 거물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고 뉴욕시장이 된 것이다.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들을 겨냥한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가장 대표적으로 뉴욕시가 임대료 관리 권한을 가진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이다. 뉴욕 시민 대다수가 세입자 신분이지만 에릭 애덤스 전 시장이 임대료를 12.6%나 올리자 임대료를 즉시 동결하고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한, 모든 시내버스의 요금을 영구적으로 폐지하는 '무상버스' 공약과 '무료보육', 최저임금 인상 공약도 호응을 얻었다. 

아울러 맘다니는 뉴욕시민들의 안전할 권리를 위해 '지역사회 안전부'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은 부유층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법인세율을 뉴저지주의 11.5%와 동일하게 인상하여 50억 달러를 확보하고,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인 사람들에게 2%의 정액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이러한 행보에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버몬트·민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뉴욕·민주) 등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들도 맘다니에게 힘을 싣었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도 맘다니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향후 조언자 역할을 자청하며 지지를 선언했다.

반면 공화당이나 재계에서는 맘다니를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면서 "맘다니가 당선된다면 뉴욕시는 경제·사회적으로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맘다니 돌풍을 막아 세우지는 못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래퍼·활동가 출신…'월세 지옥' 대책으로 표심 확보

맘다니 "난 민주사회주의자…국가가 트럼프에 배신당해"

연합뉴스에 따르면 맘다니 당선인은 이날 승리 연설에서 "나는 무슬림이고, 민주사회주의자"라며 "도널드 트럼프에 의해 배신당한 국가에 그를 물리치는 방법을 보여주려 한다면, 그것은 바로 그가 태어난 이 도시를 보여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맘다니는 1991년 인도계 우간다인인 마흐무드 맘다니 컬럼비아대 인류학 교수, 인도계 미국인인 영화감독 미라 네어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힌두교인, 맘다니 자신은 시아파 무슬림이다.

맘다니는 7세가 된 1997년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이주했다. 이후 명문 공립고인 브롱스과학고를 졸업하고 보든 칼리지에서 아프리카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학교 최초의 '팔레스타인 정의 학생회'(SJP) 설립을 공동 주도했다.

2014년 대학 졸업 후에는 '영 카다멈', '미스터 카다멈'이라는 랩 네임을 쓰는 래퍼로 활동하기도 했다.

공직 출마 전에는 퀸즈 전역에서 저소득 유색인 주택 소유자들의 퇴거를 막는 차압 방지 주택 상담사로 1년여간 일했다. 이때의 경험이 '임대료 동결'로 대표되는 그의 주요 선거 공약에도 영향을 미쳤다.

맘다니는 2017년 '미국의 민주적 사회주의자'(DSA) 그룹에 참여하며 정계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2020년 뉴욕주 하원의원으로 선출되며 뉴욕주 의회 최초의 남성 남아시아계·우간다 출신 의원이 됐다.

연설하는 맘다니 [사진=AFP=연합뉴스]
연설하는 맘다니 [사진=AFP=연합뉴스]

美민주당, 지방선거 3곳 승리…대선 1년 후 표심 변화 확인

민주당은 뉴욕지사 뿐만 아니라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AP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개표 34% 시점에 민주당 후보 에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이 54.5%를 득표해 공화당 후보인 윈섬 얼-시어스 부지사를 이겼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에서 여성이 주지사로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지니아주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선 때 민주당 후보가 계속 승리한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주)'였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맞붙은 작년 대선에서는 격차가 좁혀졌다. 또, 2021년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 소속 영킨 현 주지사가 당선되며 공화당세가 강해지고 있었으나 다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접전이 예상됐던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수성에 성공했다. 

AP는 민주당 후보로 나선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뉴저지주도 전통적으로 블루 스테이트로 분류돼 왔지만 세릴이 선거 기간 내내 공화당 후보 잭 치타렐리를 상대로 오차범위 내 근소한 우위를 보이는 데 그쳤다. 

트럼프 지지율 37% '최저'… 68%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

트럼프 2기 들어 민심의 첫 평가이자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예고편이 될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는 내년 중간선거 가늠자이자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을 확인하는 '미니 시험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럼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2기 최저치인 37%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CNN이 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7%, '지지하지 않는다'는 63%로 나타났다. 부정적 평가 63%는 트럼프 집권 1기와 2기를 통틀어 최고치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8%는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72%는 '경제가 좋지 않다'고 답했고, 47%는 경제와 생활비 문제를 미국이 직면한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또 응답자 10명 중 6명은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경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답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을 '위기'와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는 비율은 약 80%에 달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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