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고율 관세 여전…3분기 누적 대미 수출 100만대 돌파
"11월 1일 소급 적용 반드시 관철돼야"
![평택항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1/713270_527086_4125.jpg)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가 애초 예정보다 지연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불안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세부 합의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관세 인하 시점이 확정되지 않아 업계는 매일 큰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
지난달 말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정부는 "관세와 안보 관련 협상은 대부분 정리됐다"며 며칠 안에 공동 설명자료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주 가까이 지나도록 결과 발표가 미뤄지면서 업계는 "지연이 곧 비용"이라는 절박한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00만 대를 넘겼다. 월평균 10만 대, 하루 약 4000대 꼴이다. 하지만 여전히 25%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현대차의 3분기 관세 비용은 약 1조8000억원, 기아는 1조2000억원이 넘는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이미 7월에 관세 인하 합의가 이뤄졌지만 실제 적용이 늦어지면서, 이익은 눈에 띄게 줄었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줄었고, 기아는 49%나 감소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율 관세 인하를 이끈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행이 늦어질수록 손실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연말 재고도 모두 25% 관세가 붙다 보니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이다. 정부는 애초에 법적 절차가 끝나는 달의 1일을 기준으로 소급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11월 1일자로 인하된 세율이 소급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쪽이 '양해각서(MOU) 체결일'을 기준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말도 나오면서, 불확실성은 다시 커지고 있다. 만약 발표가 11월 중순 이후로 미뤄지면, 그만큼 인하 시점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체는 하루만 늦어져도 손실이 수백억 원씩 커진다"며 "이미 2차 협력업체들은 납품가 인하 압박까지 받고 있다. 11월 1일 소급 적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표가 미뤄지는 배경으로는 '안보 분야 합의' 조율이 꼽힌다. 한미 간 방산 협력이나 원자력 잠수함(원잠) 기술 이전 등 민감한 이슈가 함께 논의되면서, 최종 문안 확정이 예상보다 복잡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번 협상은 단순히 관세 협정으로 끝나는 게 아닌, '팩트시트–MOU–관세 인하 발효'의 3단계로 진행되다 보니 한 단계라도 늦어지면 전체 일정이 순차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각 부처의 법률 검토, 의회 보고 같은 절차도 필요해 정부 내부에서도 시간이 더 걸린다는 설명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왔다. 올해만 해도 전기차,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 모델을 앞세워 3분기 누적 수출 100만 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관세 인하가 늦춰지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는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발표를 하고, 실제 관세 인하 적용 시점도 확실히 못 박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관세율이 10%포인트만 내려가도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이익이 되살아난다. 이번 협상은 단순히 세율 문제를 넘어서, 산업 경쟁력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이처럼 고율 관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 운송, 물류 등 전체 생태계에 큰 여파가 올 것"이라며, "한미 간 합의가 조속히 마무리돼야 시장의 불확실성도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무역 갈등이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가늠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전기차, 친환경차 등으로 패러다임이 변하는 지금, 관세 인하 여부는 기업의 투자와 생산 전략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건 시점이다. 인하 폭보다도 언제부터 적용되는지가 더 결정적"이라며 "하루만 빨라도 수백억 원, 하루만 늦어도 같은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양국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업계는 여전히 '이번 주 내 발표'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발표가 지연될수록 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논 모습이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