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시장 구조개혁 압박…고령화 속도 세계 최상위
정년·연금·임금체계 '3대 개혁' 동시 추진해야 지속 가능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1/714878_529055_495.jpg)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빠른 고령화와 낮은 노동시장 참여율을 지적하며 "정년 연장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IMF는 연금 수급 연령 조정과 임금체계 개편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한 나라의 정년 제도와 연금 수급 연령까지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보고서는 앞으로 한국 정부가 연금·노동 개혁 방향을 설계할 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IMF는 최근 한국 관련 특별보고서에서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방안을 전제로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조정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2033년까지 수급 연령을 65세로 올릴 예정이지만, 정년이 연장되면 수급 연령도 추가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OECD 분석을 인용해 "한국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2035년까지 68세로 올리면, 전체 고용이 14% 증가하고 고령층 노동 참여가 유지된다는 가정으로 볼 때 2070년 국내총생산도 12%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령층이 더 오래 일할 수 있으면 노동 공급이 늘고, 연금 지출 속도는 늦춰져 국가 재정 부담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IMF는 특히 한국의 연공서열 중심 임금 구조가 정년 연장의 가장 큰 장애물임을 지적했다. "지금처럼 연공형 임금체계가 유지된 채로 정년만 늘어난다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신규 채용이 위축돼 세대 간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임금이 계속 오르는 구조가 뿌리내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이 늘어나면 기업은 고임금 직원을 오래 떠안게 되고, 그 결과 젊은 층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IMF도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며 점진적인 전환을 제안했다.
이와 비슷한 지적은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많이 나온다.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임금체계가 그대로라면, 기업들은 고령층 고용을 꺼릴 수밖에 없고, 오히려 고령층이 노동시장에서 더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60세 정년이 있지만 실제로는 조기 퇴직이 일반적이라, 실질적 은퇴는 훨씬 앞당겨지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다. 2025년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35년이면 3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이미 생산가능인구는 줄기 시작했고, 노동력 부족은 현실화되고 있다.
IMF는 이런 변화에 맞서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특히 고령층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하게 정년만 연장해서는 한계가 있으며, 연금·임금 구조도 함께 손봐야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개혁의 속도와 폭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또 "정년, 연금, 임금 문제를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게 재정 건전성과 노동시장 안정성 강화를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이번 IMF 권고는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 노동개혁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미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재정 전망과 개선 방식을 검토 중이고, 정년 연장 문제 역시 향후 고용정책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정년 연장과 연금 수급 연령 상향은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연금 수급 연령 조정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꼭 필요하다. 임금체계 개편 역시 노사 간 갈등을 부를 수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IMF가 제시한 수치를 '정책 방향' 제안으로 볼 수는 있지만, 실제 적용 단계에서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년을 연장한다고 해도 임금피크제 개선이나 직무급 도입, 경력 전환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고령층의 고용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IMF 보고서를 보면 정년과 연금, 임금 문제 이 세 가지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난다. 지금은 '정년을 늘릴지 말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IMF는 연금과 임금 정책도 반드시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한 부분만 손보면 다른 쪽에서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구조 전체를 함께 조정해야 실질적인 개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고령화로 노동 공급은 줄고 연금 지출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번 IMF 제안이 한국의 개혁 방향을 구체적으로 다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이 권고를 어떻게 해석해 우리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재설계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