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중심의 대규모 팹 구축
글로벌 AI 확산 속 국가 전략산업 투자 속도전 본격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사진=연합뉴스]

SK그룹이 국내 반도체와 AI 산업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기존에 발표한 2028년까지 128조원 투자 계획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600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세계적으로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와 제조 역량 개선이 동시에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발표는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구체화됐다. 최 회장은 "기존에 2028년까지 128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기술 변화 속도와 생산설비 비용 상승을 감안하면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특히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전체 사업 규모가 600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이 미래 투자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동맥' 역할을 맡을 전략적 인프라다. 이곳에 새롭게 들어설 4기 반도체 팹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연산용 메모리 생산에 최적화된 첨단 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고성능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생산체계 구축도 추진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서버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SK의 AI 메모리 생산 능력 확대가 단순한 설비 증설이 아니라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HBM은 글로벌 AI 산업 성장의 핵심 요소로 꼽히며, 생산 능력 확보 여부가 향후 기업 경쟁력에 결정적이라는 평가다.

용인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면 수만 명에 이르는 고용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건설 인력뿐 아니라 반도체 엔지니어, 장비·소재 중소기업 협력사, 물류·부대 산업까지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정부 역시 이번 SK 투자를 국가 핵심 산업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 기술 자립, 고급 인재 양성 등 '반도체 초강대국 전략'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주목한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 변화와 현지 생산 요구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는 해외 공장 확대보다는 국내 중심의 전략적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반도체 기술 인프라와 전문 인력, 뛰어난 소재·부품·장비 생태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결정이다. 특히 첨단 공정 장비가 필요한 AI 메모리 생산은 지역에 기반한 기술 집약이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움직임은 SK하이닉스에 국한되지 않고, 그룹 전체의 기술 전략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AI 반도체 생산을 토대로 데이터센터, 통신 인프라, 배터리·에너지 사업까지 이어지는 '수직 통합형 AI 산업 생태계' 구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데이터센터 효율, 초고속 네트워크, 대용량 저장장치 등 AI 산업 전반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SK의 초대형 투자가 다른 대기업의 행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AI 시대 '핵심 산업'인 반도체 확보를 위해 국가 단위의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 역시 투자를 미룰 수 없는 분위기다.

실제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의 세제 지원과 인력 양성, 규제 정비 등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미래 산업의 중심은 AI이고, 반도체는 AI의 체력"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시설 투자 그 이상으로, 향후 AI·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결국 SK의 이번 결단은 지금이 바로 '치고 나갈 때'라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128조원에서 시작해 600조원까지 언급된 이번 투자 계획은 한국 산업 지형도 자체를 재편할 수 있는 수준의 규모다. 글로벌 AI 경쟁이 본격화된 지금, SK의 대규모 투자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