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2.6원 오른 1,325.2원에 장을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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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개인 투자자 자금이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해외주식 투자 열풍 속에서 쌓인 달러 예수금이 환차익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단기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18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외화 RP 잔고는 29억2,000만 달러(약 4조2,493억 원)를 기록했다. 연초 25억 달러 수준이던 잔액은 7월 26억4,000만 달러, 9월 27억6,000만 달러로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달에는 30억3,000만 달러로 올해 최대치를 찍었다. 특히 환율이 1,350원대까지 내려왔던 지난 6월에는 외화 RP 잔액이 20억9,000만 달러까지 감소했으나, 1,390원대를 돌파하며 1,400원선에 진입한 8월 이후 잔액이 가파르게 불어났다.

외화 RP는 증권사가 보유한 외화표시 채권을 담보로 일정 기간 후 다시 사들이는 구조로, 달러 예수금을 활용해 단기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해외주식을 매도하고 남은 달러 예수금이나 원화를 환전해 마련한 달러 자금을 그대로 투입할 수 있어 '서학개미'들의 단기 운용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환율 상승 구간에서는 이자 수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도 외화 RP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화 RP로 자금이 쏠리는 배경에는 개인들의 달러 보유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예치한 외화투자자예탁금은 3분기 말 기준 14조9,146억 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해외주식 매수·매도 후 남은 달러 자금이 누적되며 외화 RP로 이동하는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예탁결제원과 국제금융센터 집계에 따르면 이달 14일까지 개인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36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해외주식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예수금 증가→외화 RP 전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환율 전망이 외화 RP 수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26년 원·달러 환율 예상 범위를 1,390원~1,500원으로 제시하며 "과거와 다른 금융계정 수급 구조가 형성되면서 환율 하방 경직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배터리 등 제조 대기업의 대미 직접투자가 중장기 외화 유출을 확대하면서 환율 상방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그에 따른 구조적 원화 약세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증권가는 외화 RP가 단순 예금 대체재를 넘어 개인 달러 자금 운용에서 하나의 '단기 채권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금 금리 인하 국면에서 외화 RP는 사실상 달러 금리형 상품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환율 흐름에 따라 이자 수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개인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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