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문화예술의 품격 높인 큰 별, 오래 기억하겠다"
"후배에 귀감…남긴 작품, 대한민국 문화유산으로 전해질 것"
최휘영 문체부 장관 조문, 금관문화훈장 전달..."반세기 넘게 문화예술에 바친 공로"
오세훈 시장·김동연 경기지사 등 정치권도 추모의 물결
말년까지 연극무대서 후학 양성…빈소는 서울아산병원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온 배우 이순재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이순재는 최근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사진은 2021년 연극 '리어왕'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 취하는 배우 이순재.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1/714809_528974_544.jpg)
K-드라마가 한류문화로 꽃을 피워내는데 주춧돌이 된 원로배우 이순재 씨가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한류문화예술의 지킴이이자 K-드라마 역사의 한 축을 차지했던 원로배우의 사망소식에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추모의 물결을 보냈다.
또한 정부는 故이순재에게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던 이순재 배우는 살아생전 "가장 행복한 건, 공연을 하다가 죽는 것이다. 무대에서 쓰러져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이다. 그게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영원한 현역'으로 연기 열정을 드러냈던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 온 배우 이순재가 별세한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추모의 뜻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1/714809_528975_5515.jpg)
李대통령 "문화예술의 품격 높인 큰 별, 오래 기억하겠다"
"후배에 귀감…남긴 작품, 대한민국 문화유산으로 전해질 것"
이재명 대통령은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 온 배우 이순재가 별세한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추모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큰 별, 이순재 선생님의 명복을 기원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은 예술인이자, 국민 배우였던 선생님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고인에 대해 "한평생 연기에 전념하며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품격을 높여온 선생님은 연극과 영화, 방송을 넘나들며 우리에게 웃음과 감동, 위로와 용기를 선사해 주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기는 살아있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삶의 동반자'라는 말처럼 선생님에게 연기는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세상에 나누며 인간 삶의 본질을 전하는 통로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철학과 배우로서의 자세, 그리고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인품은 수많은 후배에 귀감이 됐고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며 "선생님께서 남기신 작품과 메시지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은 예술인이자 국민배우였던 선생님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 선생님의 표정과 목소리가 여전히 생생합니다. 선생님, 부디 평안히 쉬십시오"라며 배우 이순재를 추모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 조문, 최고 등급 '금관문화훈장' 전달..."반세기 넘게 문화예술에 바친 공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5일 저녁 故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반세기 넘게 대중문화예술에 바친 공로를 기리며 고인에게 추서된 금관문화훈장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금관문화훈장은 문화훈장 가운데 최고 등급의 훈장이다.
최 장관은 "연극, 영화, 방송을 아우르며 칠십 년의 세월 동안 늘 우리 국민과 함께하며 울고 웃으셨다"며 "선생님이 남기신 발자취는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선생님, 우리 모두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고 고인을 기렸다.
문체부는 '금관문화훈장' 추서에 대해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고인은 반세기가 넘는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최고참 현역 배우로 자리매김해 왔다"며 "140편이 넘는 작품활동으로 드라마를 넘어 연극, 예능, 시트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기에 대한 진정성과 인간적인 모습으로 전 연령층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추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후학 양성과 의정 활동 등을 통해 예술계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문화예술인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순재는 지난 2018년 10월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유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배우가 금관문화훈장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2021년 윤여정과 2022년 이정재 이후 3년 만이다.
![고 이순재 배우가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 축하를 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1/714809_528976_5619.jpg)
오세훈 시장·김동연 경기지사 등 정치권도 추모의 물결
한 때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이순재의 사망소식에 정치권에서도 추모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큰 어른이셨던 이순재 선생님의 편안한 영면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한 시대를 넘어 세대를 잇는 '모두의 배우'를 떠나보낸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며 "평생을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 보내시며 연기의 품격과 배우의 자세가 무엇인지 보여주신 선생님의 발걸음은 우리 국민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며 애도의 인사를 거넸다.
이어 "제 정치 여정에서 큰 신뢰와 응원을 보내주셨던 귀한 인연을 떠올리면 그리움과 감사함이 함께 밀려온다"며 "문화예술계의 든든한 버팀목이셨던 선생님의 빈자리는 크지만 생전에 보여주신 성실함과 겸손, 뜨거운 열정은 후배들의 마음속에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단단하면서도 따뜻했던 선생님의 연기를 마음에 되새기며 부디 평안한 곳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편히 쉬시길 빕니다"라며 고인을 기렸다.
김 지사는 "평생 자신의 길을 걷다 스스로 길이 된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 한다"며 "70년 세월 동안 드라마, 영화, 연극으로 눈물과 웃음을 안겨주신 '큰 어른' 이순재 선생님"이라고 추모했다.
그는 "꽃보다 멋진 할배, 학생들을 사랑했던 교수, 존경받는 선배, 연기를 위해 평생 헌신하셨던 영원한 예술가"라며 고인이 남긴 '예술이란 영원한 미완성이다. 그래서 나는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내용의 글귀를 함께 실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도 "연기에서 보여주셨던 위트를 우리 정치에 녹여 협의의 정치를 만들려 하셨던 그 노력을 잊지 않고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고인이 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에 당선된 점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민주자유당 의원 시절 부대변인을 맡아 우리 정치의 소통을 더 부드럽게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특히 선생님이 14대 총선에서 경쟁 후보였던 민주당 이상수 후보가 2005년 재보궐선거로 출마했을 때 선거를 도와주셨던 모습은 극한 대립만 하고 있는 지금 우리 정치가 고민하고 배워야 할 점이라 생각된다"며 화합을 몸소 실천했던 모습도 소개했다.
실제 이순재 씨는 지방선거에서 중랑갑 경쟁자였던 이상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부천 원미갑 재보궐 선거 출마할 당시 후원회장을 맡아 화제가 됐었다.
이어 이 의원은 "연기에서 보여주셨던 위트를 우리 정치에 녹여 협의의 정치를 만들려 하셨던 노력과 마지막까지 삶에 최선을 다하셨던 그 열정을 잊지 않고 깨닫고 따라가려 노력하겠다"며 "대한민국에 큰 웃음과 감동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이제 평안히 쉬시길 바라겠다"고 전했다.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온 배우 이순재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사진은 2003년 연극 '리어왕: KING LEAR' 연습실 공개 및 간담회에서 주요 장면 시연하는 배우 이순재.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1/714809_528978_5715.jpg)
말년까지 연극무대서 후학 양성…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유족에 따르면 고 배우 이순재는 25일 새벽 향년 91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배우 이순재는 한때 정치권에 몸담기도 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민자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이후 국회의원으로서 민자당 부대변인과 한일의원연맹 간사 등을 역임했다. 배우 활동 외에도 1970∼80년대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을 세 차례 역임한 바 있다.
이순재는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하며 지난해 10월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기 전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KBS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마지막 연기 혼을 불태웠다.
1934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성장했다. 서울대 철학과 재학 시절 영화를 통해 연기에 눈을 뜨며 1956년 연극으로 데뷔했다.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로 선발되며 한국 브라운관 시대의 첫 장을 함께 열었다.
이후 출연작은 무려 140편이 넘는다.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부터 '동의보감', '허준', '이산' 등 굵직한 작품에서 묵직한 연기를 선보이며 '국민 아버지'로 자리 잡았다. 70대의 나이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코믹 연기를 펼치며 세대의 벽을 넘어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
구순을 앞둔 나이에도 무대와 스크린을 떠나지 않으며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리어왕' 등에서 활동해 '노장 배우'의 상징으로 불렸다. 지난 1월 열린 '2024 KBS 연기대상'에서는 '개소리'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당시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며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고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이는 고인의 마지막 공식석상이 됐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