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서 '트럼프 2.0 시대의 환율과 금리' 세미나 개최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이 '트럼프2.0 시대의 환율과 금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권은주 기자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이 '트럼프2.0 시대의 환율과 금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권은주 기자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글로벌 금융 환경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은 여전히 환율이나 금리의 단기 움직임에 집중한 나머지, 경기 하단부 약화나 해외투자 증가, 미국발 양극화 심화 같은 보다 큰 변화는 충분히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경제정책 연구모임 '경제는 민주당(대표 김태년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트럼프 2.0 시대의 환율과 금리' 세미나를 열고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을 초청해 이런 구조 변화를 논의했다. 오 단장은 "트럼프 2기 정책이 단기 충격을 지나 구조적 영향 단계로 넘어선 만큼, 당장의 환율·금리 등락보다 경제의 기반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리·환율 등락보다 '경제 하단 체력 약화'가 핵심 리스크

오 단장은 시장에서 환율과 금리 등락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지만, 정작 그 이면의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국채 금리가 0.5~0.6%포인트 올랐다가 다시 내려온 흐름 역시 "과도한 기대와 그 되돌림이 만들어낸 단기적 진동일 뿐"이라며 "진짜 위험은 숫자 변화가 아니라 경제 하단부가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성장률이 1%대로 하락하고 청년·중년층의 양질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금리를 낮추면 부동산 시장이 가장 먼저 과열되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는 것이다. 오 단장은 이를 "내려야 할 이유와 내려선 안 되는 이유가 맞부딪히는 구조적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고용 역시 표면상 개선과 실제 체력 간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통계상 취업자가 늘어도 증가분의 상당수가 60대 여성에 집중돼 있어, 생산연령층의 고용 기반은 되레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숫자는 멀쩡해 보여도 실질적인 소비·고용·내수의 하단은 계속 약해지고 있다"며 "단기 금리와 환율 변동보다 이 기초 체력 저하가 훨씬 큰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 미국도 빅테크와 실물경제가 따로 간다…트럼프 2기에서 K자 양극화 심화

오 단장은 미국 역시 구조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법인세 감세, 관세 인상, 리쇼어링(제조업 회귀) 정책이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에 서로 다른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은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가 영업이익률 40~60%를 기록하며 K자 구조의 상단을 차지하고 있지만, 하단의 중소기업과 가계 경제는 자동차 대출 연체율 상승 등 금융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금리에도 빅테크 투자가 확대되는 현상은 주목해야 할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오 단장은 "기준금리가 4%여도 엔비디아엔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라며 "4%로 차입해 60% 수익률 AI 인프라에 투자하면 레버리지 효과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가계는 고금리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어 경제 양극화가 더 벌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어느 쪽으로 움직여도 양극화는 심화되는 구조"라며 "트럼프 2기의 감세·관세 정책이 이 K자 구조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미국의 구조 변화는 환율·자금 흐름을 통해 한국 금융시장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준다고 평가했다.

◆ 반복되는 '환율 공포론'…한국 원화는 완만한 약세의 구조적 흐름

오 단장은 국내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반복되는 '환율 공포'가 구조적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2년 1,200원대에서 1,450원까지 단기간 급등했던 상황을 들며 "환율은 미래 수요를 앞당기고 현재 공급을 숨기는 특성이 있어 오버슈팅이 잦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업체·금융기관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두려움에 필요 이상으로 달러를 사들이고, 달러 보유자는 더 오를 것 같아 매도를 미루면서 수요 폭발·공급 실종이 동시에 나타난다"며 "코로나 시기 마스크 대란과 심리가 똑같다"는 비유도 덧붙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급격한 붕괴·급등'이 아니라 완만한 약세 구조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오 단장은 원화 약세의 구조적 요인으로 해외투자 확대를 꼽았다. 가계와 기업, 정부의 해외투자가 꾸준히 늘면서 국내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투자 목적의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달러강세로 인한 불안감에 대해 한국 경제의 외환 체질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을 짚었다. 오 단장은 한국은행 이재영 총재의 발언을 인용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명백한 채무국이었고, 환율이 오르면 보유 달러 부채가 그대로 불어나 디폴트 위험으로 직결됐다"며 "그러나 지금 한국은 약 1조 달러에 가까운 대외 순자산을 보유한 채권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환율 상승이 자동적으로 외환위기나 금융불안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며 "환율 수준보다 그 변화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환율 상승이 계층 간 소득·자산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은 여전히 정책적 과제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해외자산 보유층은 환차익을 얻지만, 국내 소비 중심 계층은 수입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그는 "환율이 오르내리는 현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변동이 어떤 계층과 산업에 부담을 주는지 면밀히 살피는 것"이라며 "향후 정책 대응도 이러한 구조적 충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