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로 국정감사일정은 끝나고 정치공세로 여야가 돌아서면서 국회는 파장분위기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낮없이 일한 국회 보좌진들에게는 내년 예산안 처리, 국감보고서 정리, 본회의 질의, 의정보고서 제작등 더 많은 일이 남아있다. 10월 19일부터 11월 7일 까지 20일간 357개 정부기관 및 산하단체 등에 대한 16대 정기 국회 첫 일정인 국정감사가 모두 끝났다.
국회는 8일부터 본회의를 열어 이한동(李漢東) 총리 등 관계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 총리가 대독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들을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 여야는 검찰총장 탄핵, 동방사건등으로 국회문은 닫아 걸고 대결로 치닫고 있다.
연일 정치공방으로 국회가 아무 하는일 없어 보여도 그 뒤에서 일하는 보좌관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 16대 정기국회는 20일간의 국정감사와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 질문, 예산안 처리, 각종 개혁 민생법안 심의 등의 절차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제 하나의 관문을 지났을 뿐이다.
의원회관에서 만난 환경노동위 소속 의원의 홍승기 보좌관은 '국감이 끝나 이제 좀 쉬셔야죠' 라고 말을 건넸더니, '지금부터 시작이다'라고 대답하며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 작성과 상임위별로 짜여져 있는 또다른 바쁜 일정을 소개했다. 9일부터 시작되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13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 100조원이 넘는 예산안 심사, 170개가 넘는 개혁 민생 법률안 심사 어느 하나 소홀이 넘어 갈 수 없는 것 들이다.
국감 20일간 제대로 집에 들어가 보지 못했던 홍보좌관은 솔직히 의원들의 출석률이 높았고, 의원들의 정책질의가 많았으며 대안제시도 적지 않았다는 점의 긍정적인 평가의 뒷면에는 정책보좌관의 힘이 컸다고 자평했다. 금년도부터 4급 정책보좌관을 1명 보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나마 국감을 치루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산자위 소속의원의 임재동 보좌관은 국정감사기간 동안 오전 7시에 출근하여 의원 관련 신문보도기사를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미 8월부터 국감준비에 들어간 임보좌관은 국회법 관련한 국회공전시에도 의원회관 보좌관들은 쉬지않고 국감준비에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전날 이미 당일의 피감기관에 대한 질의 및 정책대안을 준비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오전에는 다음날 국감에 대한 준비를 하였다고 한다. 같은 당 소속 보좌관들과 미팅하여 질의 내용의 중복을 피하고 서로 간의 역할을 조정하고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응하는 논리를 공동으로 연구 준비하였으며, 중식시간을 이용하여 의원께 익일 감사질의 내용을 보고하고 함께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보완작성을 끝낸다고 한다. 주요 피감기관일 경우에는 의원과 함께 모의연습까지 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주요한 정책대안이 나올 경우에는 언론보도를 위하여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때론 기자를 만나서 설명하였다. 이것 이외에도 피감기관 관련 정책 대안이나 방향을 제시한 정책연구 자료집을 3권이나 발간하였다며 짧지 않은 기간이었다고 뒤돌아 보았다.
국정감사 준비는 대부분 정책보좌진이 도맡기 마련이지만, 의원실에 따라서는 별도의 국감 준비팀을 구성하거나, 아니면 친분있는 자문교수진을 통해 국감을 준비하는 의원도 있으며, 상임위원회가 같은 의원실이 합동으로 국감을 준비하거나, 아니면 별도의 준비 캠프를 꾸리는 의원실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국감준비를 보좌진에게만 맡기지 않고, 국감에서 다룰 아이템의 발굴이나 질의 또는 증인심문의 방향을 직접적으로 챙기는 의원의 숫자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이다.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전문능력과 정치감각이 뛰어난 보좌진을 둘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정도로 보좌진들의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다.
과거 우리정치에서 보좌진들은 단지 국회의원과의 연고나 정치적 동반자 또는 단순 보좌기능으로서의 위상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회보좌진의 위상과 역할이 단지 '보좌'가 아니라 선진국의 보좌진들과 같이 정치전문가, 정책전문가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치, 정책전문가로서의 보좌진의 능력과 위상이 높아 갈수록 우리 정치의 선진화는 한발 앞설 것이다.
이응석기자(wincom@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