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이 '마지막 결전'으로 사정에 임할 것이라는 방송사 회견 내용이 나오자 여의도가 뒤숭숭하다. 여권의 위기극복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민심을 수습하는 동시에 정국주도권 확보를 위해 야권도 손볼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피바람'이 예상된다.

여권내부 다잡기, 공직사회 기강확립, 야당압박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통해 현재의 위기국면을 탈출하고 집권후반기의 기틀을 확실히 다잡겠다는 것이 '마지막 결전'을 결행하는 대통령의 고강도 전략이다.
'고강도 사정' 위기극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
여권은 집권 후반기로 들어서면서부터 전반적인 사회기강 해이에 경기침체, 감독기관의 부패 등이 겹치면서 공직사회를 일신하지 않으면 위기를 치닫고 있는 상황을 타파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여권핵심부의 민심수습대책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사정'의 칼끝은 어디로 향할 지가 관심이다. 여권은 내부 사정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이 "부패를 근절하지 않으면 정치개혁도, 경제개혁도 불가능하지만, 감독이 충분치 못해서 맑고 깨끗한 권력을 만드는 데 미흡했다"고 평가한 대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권력기관의 내부정화 작업에 이은 사정기관을 주체로 한 공직사회 사정, 제도적인 뒷받침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사회 다잡기 위한 사정
사정작업의 시작을 금감원, 검찰, 경찰, 감사원, 국정원,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기강을 확립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이어서 각 부처 중·하위직 비리척결과 정부 산하단체 및 공기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더욱이 인적 사정이라는 일회성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기회로 공직자윤리법 개정, 반부패기본법·자금세탁방지법 제정과 비리의 고리역할을 해온 정부의 각종 규제 철폐작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이 사정의 방향을 내부로 잡은 또 하나의 이유는 사직동팀 해체 등으로 여권 스스로 내부를 감시할 무기가 없어진 상황에서, 사정으로 내부 통치권을 확실히 세워 '집권 후반기의 부담'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전략도 숨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번 사정의 핵심은 권력내부의 정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여부"라고 말했는데 도덕성 상실을 의심받고 있는 권력핵심을 겨냥한 측면이 더 강하다는 생각이다.
'자기 살'을 도려낼 때 국민은 믿을 것
무엇보다 최근 터진 의혹사건에서 정치권과 고위관료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계속 거론되고 있는 실정에서 정치권과 고위관료들이 정부의 '사정의 칼'을 앉아서 받겠는가. 매우 회의적인 반응도 많다. 과연 김 대통령은 '자기 살'을 도려내는 사정을 단행할 것인가.
또 이런 '자기 살'을 철저하게 도려내는 노력 없이 중하위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사정이 진행된다면 공직사회 복지부동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걷잡을 수 없는 반발도 예상되는 문제다. 이미 공무원의 60%가 현 정부의 정권재창출 가능성을 불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직자들의 반발은 김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사정'의 최종 대상은 한나라당?
한편으로 한나라당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야를 넘어 '사정의 칼'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치인이 어디 있겠는가.
권철현 대변인은 성명에서 "국면전환용·관심돌리기용·야당협박용 등 다목적 사정이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한 중진의원은 "검찰지도부 탄핵안이 처리되면 권력핵심부와 검찰의 대반격이 있을 것"이라며 여권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지도층을 조사하다 보니 한나라당 사람들의 비리가 드러났다'는 여권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특히 한나라당에게 밀리고 있는 여권이 이런 호기를 그냥 넘긴다는 것은 정치풍토상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한나라당의 우려가 벌써부터 수면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사정이 가시권에 정치권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여권의 분위기가 팽팽한 상태다. 여권 일부에서 '이번 사정과정에서 야당정치인들의 비리혐의는 물론,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유언비어 유포혐의도 사정대상'이라고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서영훈 대표는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정에 정치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어 '사정의 칼'은 정치권 일대를 휩쓸고 갈 '태풍'이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이미 정치권 인사들의 비리혐의를 파악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제 정부여당의 '사정'은 몇몇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칼'이 아니라, 이미 정·관계 및 사회전반에 불어닥칠 '태풍'으로 변했다.
과연 여권은 이번 '사정'을 정치권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고 야당의 대처방안은 무엇인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