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이 사실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소에서 발견됐다. 사건 중 일부는 중앙정보부에서도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베트남전 파병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과거청산 작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실위원회(공동대표 이해동, 강정구)와 박정희기념관 반대 국민연대(상임공동대표 곽태영, 이관복, 신영철)는 14일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수십건이 제기됐던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의혹 중 최소한 3건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문서와 사진자료를 입수했다"고 주장해 주목되고 있다.
위원회는 이 자료가 "주베트남 미군사령부의 각종 수사보고서와 20여장의 흑백사진 등이 포함된 것으로 그동안 미 국립문서기록보관소에 보관돼 왔으며 지난 6월 기밀해제된 것이다"고 밝혔다
이들 자료 대부분이 미군부대에서 조사한 내용을 주베트남 미군사령부 감찰부가 취합해 69년 12월부터 70년 2월 사이에 작성, 미 국무부와 국방부에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푹미마을 사건의 경우 보고서 작성 주체가 한·미·월군 합동조사반인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더불어 "퐁니마을 학살사건은 당시 국제적으로 문제가 돼 당시 한국 중앙정보부에서도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아무도 꺼내려 하지 않았던 베트남전 참전 문제를 지난해부터 한겨레21이 보도하면서부터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했었다.
한겨레21 256호(99년 6월6일)는 '베트남전에 파병됐던 한국군이 현지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베트남 현지 민간인 피해자 진술을 통해 처음 보도했다. 이어서 273호(99년 9월2일)는 한국군 민간인 학살 현장 르포를 실었고, 305호(2000년 4월27일)은 베트남전 참전 중대장의 고백을 실어 화재가 되기도 했다. 특히 306호(5월4일)은 청룡여단 1중대 소대장 3명이 "베트남전 종전 뒤 민간인 학살 사건을 중앙정보부에서 조사했다"고 증언한 내용을 소개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겨레21이 '베트남전 민간학살, 그 악몽 청산을 위한 성금모금 켐페인'을 벌여 9400여만원의 후원금이 답지하기도 했지만 군당국과 당시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고엽제 후유증 전우회' 회원들이 6월27일 한겨레21의 보도에 불만을 품고 한겨레신문사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으로 비화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베트남전에서의 민간인 학살 자료가 밝혀짐으로써 박정희 정권의 베트남전 파병과 한국군의 활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