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 의원의 극단적 돌출 발언으로 여야는 물론 야당 내부에서도 찬반양론이 거세다. 수구보수를 대변하고 현 정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라는 평인데, 우리나라의 정당구조가 근본적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김용갑의원의 문제발언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즉각 논란이되기도 했는데 'e윈컴' '열려라 정치'의 정치인 평가에서 김의원이 273명의 의원 중 최하위인 27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의원 발언대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이 적으로 규정한 조선노동당의 2중대라면 그동안 적의 2중대와 국정을 협의한 한나라당은 뭐가 되나?
김 의원의 발언은 정부와 여야관계를 송두리째 부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매우 심각한 발언으로 그 파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국정을 협의하는 한나라당 일부에는 김의원의 발언에 적극 동조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간 화해·협력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외면하고 정부여당의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메카시즘적인 남북 대결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우리 정당정치를 모두 부정하는 김의원과 같은 극단적 돌출발언을 제어하고 통제하지 못하고 있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또 다른 극단적 발언이 국회에서 나오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당정체성 없는 한나라당이 근본원인
이러한 극단적인 돌출발언에 대해서 당이 제어할 장치가 없는 것은 한나라당이 매우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나 정체성이 혼재된 무지개 정당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때문이다.
이번 김의원의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내 의원들의 반응도 각기 정치적 입장에 따라, 또는 이해득실에 따라 다양하다.
보수성향과 영남을 기반으로 한 의원들은 매우 흡족하다는 반응이다.최병렬 부총재, 박희태, 김기춘의원은 김 의원을 찾아가 잘했다고 악수를 청했고, 영남지역 출신인 김종하, 권오을, 이주영의원은 "잘했다"고 격려했으며, 최연희의원은 "밀양(김용갑 의원 지역구)에선 잔치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 정치성향을 세력의 주장이면서 영남지역의 반DJ 정서를 잘 표현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개혁성향의 의원들과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의원들은 매우 비판적이다.이부영부총재는 "우리가 노동당과 국정을 논의해 왔단 말이냐"며 "경상도에서만 표를 얻을 것이냐"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원웅, 김부겸, 김홍신, 서상섭의원도 "김용갑 의원이 영남의 반DJ 정서에 편승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회창 총재도 유감을 표시하면서 원내총무에게 속기록을 삭제할 수 있도록 설득하라고 지시했지만, 김의원의 돌출발언에 따른 당내갈등은 쉽게 가라앉이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가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관과 관련된 한나라당내의 불협화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 가장 첨예한 국가보안법 개정 과정에서 그 정치적 시각은 보다 더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89년 3당 합당, 그리고 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5.6공 민정계세력과 YS민주계 세력, 민주화운동세력, 그리고 민중당 활동을 했던 인사, 젊은 개혁인사 등이 혼재되어 있다. 대체로 수구보수세력, 중도보수세력, 중도세력, 개혁세력 등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지닌 세력들의 '짬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마디로 당의 정체성이 없다.
이러한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혼재하고 당의 정체성이 없기때문에 분명한 정치철학과 정치지도력을 중심으로 유지되는 정당이라기보다는, 반DJ 정서나 지역감정, 그리고 DJ의 실정에 따른 반대급부로 유지되는 정당이라는 극단적인 혹평까지 받고 있다.
때문에 특히 정치적 입장이 분명해야 하는 남북문제에 대해서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대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당지도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북문제와 관련하여 이부영, 안영근의원등 일부 개혁의원들은 당지도부와 다른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당의 정체성이 없기는 민주당도 매한가지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당 역시 분명한 정치적 정체성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인 DJ의 막강한 지도력과 집권당이라는 프리미엄으로 당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DJP 공조'는 민주화세력과 극우보수의 연대라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고, 재야 개혁세력, 보수세력 등이 DJ를 정점으로 혼재되어 있다.
정권교체를 민주화의 완성이라고 의미부여 하고도 반민주화세력이었던 3공,5공,6공세력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과연 무엇이 정권교체냐'는 끊임없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정이나 인권법 제정이 늦어지는 것도 내부의 다양한 입장을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리면서 결국 개혁이 지지부진해졌고, 민주당 개혁세력은 "개혁시기를 이미 놓쳤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민주당은 DJ의 힘이 약화되면 다양한 목소리가 우후죽순 격으로 튀어나올 가능성이 많다. 대체로 여당의 국정운영 혼란도 이러한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용갑의원의 극단적 돌출발언이 단지 각 당의 공방거리로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각 당은 당의 정치이념과 정체성을 재정비하여, 분명한 당의 목소리와 정책이 있는 바람직한 정당의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정책정당, 정치적 정체성을 갖춘 정당구조로 개편되지 않으면 망국적 지역대결은 계속되고, 국민을 선거도구로 대상화시키는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