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영광과 기쁨인 동시에 두 어깨의 무거운 하중을 느끼게 했다. 내치는 불안하고 남북관계에도 지뢰가 산적해 있기 때문. 힘의 논리가 아닌 화합과 설득의 큰 정치로 불안한 내치를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노벨상 수상을 바라보는 모든 국민들의 바램인데...

김대중 대통령이 어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그동안의 인권과 민주화 노력,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헌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며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했고, 마침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했으며, 마지막 남은 냉전지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대통령의 업적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대통령의 영예이면서도 우리 국민들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노벨상 시상식이 있던 날도 국민들은 무반응을 보였다. 세계가 축하하는 영광된 자리, 하지만 막상 내나라 국민들은 차가운 눈빛만 보내고 있는 이 싸늘한 현실이 이 겨울추위만큼 아프기만 하다.

그러나 싸늘해진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대통령 자신일 것이다. 노벨평화상의 평화의 정신과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향후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세계가 주는 영광된 자리, 노벨상 수상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발표문에서 "김대통령은 동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기울인 평생의 노력, 특히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으로 이 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 용기 있는 '평화를 위한 첫 발'이라고 높이 사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김대통령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세계는 햇볕정책이 한반도의 마지막 냉전 잔재를 녹이는 것을 보게될 것이다. 이제 그 과정을 시작됐고, 김대통령 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세계 언론들도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주요뉴스로 보도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통일에 초석을 놓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어깨가 무거운 노벨상 수상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광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의 두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을 온 국민이 축하는 해주지 못할 망정, 노벨상 시상식 참석마저 하지 말라고 했던 일부 여론이 대통령에게는 말할 수 없는 착잡함과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여권에서도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기획하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해했다. 경제불안과 심각한 민심이반 현상으로 인해 영광스러운 노벨상 수상을 아주 조촐한 자체 행사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나친 자축 분위기가 오히려 민심동향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신문과 방송의 특집기획을 자체해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민주당 김옥두 총장은 "민주당이 노벨상 수상 기념으로 마련한 '하의도에서 청와대까지'라는 사진전을 언론이 단 한 줄도 써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많은 국민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기대하고 있다. 내치불안으로 인해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의미가 심각하게 퇴색해 있고, 대북정책 추진에도 걸림돌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노벨상 수상식 참석을 위한 출국인사에서 '국민 여러분이 바라는 국정개혁 단행'을 약속해 많은 기대를 낳게 하고 있다. 국민화합과 개혁완수를 위한 노력으로 민심수습의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통령의 자만이 민심수습의 기회를 잃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우려감도 높다. 역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국가 수반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폴란드의 바웬사대통령이나 러시아의 고르바초프를 들 수 있다. 이들이 노벨평화상 수상과 더불어 자국민과 세계로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몰락의 길을 걸었던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내치 극복, 힘이 아닌 화합과 설득의 큰정치를 해야

김대통령은 수상연설에서 "한국의 개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노벨상은 영광인 동시에 무한한 책임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국정개혁'을 통해 내치를 안정시키고 그 안정된 내치를 통해 남북간 화해·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임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길은 우선 심각하게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는 길이다. 그 정점에는 전면적인 국정개혁을 통해 국민들에게 만연해 있는 국론분열 현상과 경제위기감을 시급히 수습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김대통령이 집권여당의 국정운영 능력의 한계를 힘의 논리로서가 아니라, 국민통합 노력과 폭넓은 정치리더십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햇볕정책은 북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남한에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김영술 기자 kimys67@ewincom.com

[김대중 대통령 수상연설 요지]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 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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