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부시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사실상 부시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적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고어의 승복을 촉구하기도 했는데, 이미 승부는 끝난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민의 상처와 국론분열, 사법부의 권위 실추는 어떻게 치유할지 관심이다.
연방 대법원은 현저한 추가작업을 수반하지 않은 채 평등 보호조항에 부합되는 동시에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재개표는 명백히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이 기준을 감안할 때 "선거인단 선출 시한인 12일까지 끝내려는 수검표는 모두 비헌법적이 될 것이 명백하므로 우리는 재개표 실시를 명령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단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 대법원, 부시의 손을 들어줘
9명의 대법관중 7명이 손작업 재검표 공방이 헌법사안이라는 데 동의했으나, 수개표 명령이 헌법과 연방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해서는 5대4의 판결이 되풀이되는 양상을 보였다. 반대측의 스티브 대법관은 소수의견에서 "올해 대통령 선거 승자의 신원은 확언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패자의 신원은 완전히 명백하다"고 지적하고 "바로 불편부당한 법률의 수호자인 재판관에 대한 국가의 신뢰"라고 비판했다. 대선을 둘러싼 '법정공방'으로 인한 국론분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이 판결로 부시진영은 승리를 선언하고 나서지는 않았지만 이미 게임은 끝난 것으로 인식, 환호하고 있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양측 모두에게 길고도 힘든 싸움이었다"며 부시측의 승리를 기뻐하며 자축했다.
고어측은 13일(현지시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고어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승복 여부를 밝히는데 하루의 여유를 둔 것에 대해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은 "고어후보가 패배를 승복하기에 앞서 시간상의 여유를 갖고 남아있는 저항수단을 최후로 검토하려는 계획"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고어의 안간힘은 연방 대법원 판결로 끝이 날 것으로 보인다. 여론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고어가 승복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부, 고어의 승복을 촉구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 에드 렌들 의장은 "그는 이제 행동해야 하며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고어는 불리하게 내려진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승복할 것을 촉구했다.
로버트 토리첼리 민주당 상원의원도 대권 경쟁은 '결론지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조지 부시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며 앨 고어 후보가 이 판결을 정중히 대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대체로 미국 여론도 부시의 대통령 당선을 확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번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 영향으로 일본 도교 환시에서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반면, 유로화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 국내에서도 미국 대선 논란이 종결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국내 증시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지 여부가 관심이다. 실제 연방 대법원의 판결 영향으로 미국 나스닥 선물 100지수가 60포인트 이상 급등세를 보인데 따라 국내 증시도 함께 뛰어 550선을 가볍게 돌파하고 코스닥 지수도 70선을 상회했다.
미국민들의 상처와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지 관심
부시의 당선이 확실시 됐다. 그러나 한달 이상 끌어온 '법정대선' 논란은 미국에 많은 과제를 안겨다 줬다. 가장 큰 문제는 국론분열과 추락한 사법부의 권위, 심화된 당파적 이기주의를 들 수 있다.
주요 국사에서 전원일치의 판결로 국론을 모아온 연방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도 5대4의 불일치 판결을 내려 보수와 진보의 분명한 정치적 색깔로 양분되는가 하면 반대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비난전'까지 벌이기도 했다.
여론의 양분 양상도 심각하다. 주 대법원과 연방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이 나올 때마다 찬반이 극명하게 나눠졌다. CNN방송과 USA투데이지, 갤럽이 10일 조사한 결과 수작업 재검표에 대한 찬성이 47%, 반대가 49%로 나타났다. 미국 국민도 부시와 고어를 사이에 놓고 서로 갈라져 있는 상황이다.
또한 플로리다주 선거인단 확정이 늦어지면서 공화당이 지배하는 플로리다 주정부와 주의회까지 개입, 당파싸움의 대결구도를 연출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플로리다주에서의 투표용지 도안 잘못과 부재자표·무효표 처리 착오 등으로 수많은 흑인들의 민의가 버림받았다고 주장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흑인들의 반부시정서도 상당히 팽배해 있다.
세기의 헤프닝으로 전개된 미국 대선으로 인한 미국민들의 상처와 분열을 풀어나가는 것이 차기 미국정부의 핵심과제이다.
홍준철 기자 jchong@ewincom.com
<고어 대선패배 인정…한달여 법정공방 끝내 >
조지 W. 부시 미국 텍사스 주지사가 13일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지난달 7일 대선 실시후 36일동안 플로리다주 재개표를 요구하며 법정 공방을 벌여온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은 이날 전국에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연설에서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 결과를 수용한다"면서 "방금 부시 후보에게 전화를걸어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 대해 축하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연설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기록될 이날 연설에서 특히 한때 자신의 경쟁자였고 이젠 대통령 당선자가 된 부시를 중심으로 단합할 것을 촉구하면서 "나는 부시에게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 만나 이번 선거로 인해 촉발된 분열을 치유하는 일에 나서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고어는 연설에서 "이번 개표 과정이 다소 혼란스러웠다고 해서 미국이 약화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힘은 극복가능한 난관들을 통해 아주 명확하게 보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어 부통령은 그러나 "지난달 7일 고어-리버먼에 표를 던졌던 5천만 유권자들이 이번 결과에 실망했으며 나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나 우리의 실망은 미국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이를 수용하겠다"면서 "이것은 선거의 끝일 지 모르지만 훨씬 더 길고 어려운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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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 기자
parkhk@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