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 회장등 선수협 소속회원 6명에 대한 구단의 일방적 방출을 결정하였다. 야구팬들과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더 나아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까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나섰고, 여야 소장파 국회의원들이 선수협 지원모임을 결성하는 등 선수협 사태는 정치,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데...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됐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18년이 넘었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할 아무런 구조나 자신들의 조직이 없었다. 지난 88년 선수협이 만들어 졌으나 초기에 무차별적으로 진압된 후 11년만인 올해에 다시 구성됐다.
그러나 8개 구단 사장들로 대표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막무가내 식으로 선수협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선수협이 만들어질 경우 선수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 이때 각 구단이나 KBO가 손쉽게 프로야구를 주도해 가지 못한다는 의식이 기저에 깔려있었던 것이다. 선수협이 사단법인으로 등록하게 되면 선수협이 KBO와 동등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크기 때문.
그래서 구단과 KBO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수협 출범을 막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선수협이 만들어지면 프로야구를 포기하겠다고 공공연하게 협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단과 KBO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18일 2기 선수협이 출범했지만 구단들은 선수협을 주도하고 있는 송진우 회장(한화), 양준혁 부회장(LG), 심정수(두산), 박충식(해태), 마해영(롯데), 최태원(SK) 등 6명의 선수를 자유계약 선수로 일방적으로 방출했다.
14개 시민단체 항의성명, 네티즌 항의
21일 구단으로 부터 방출된 선수들은 경실련에서 "우리는 야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가졌고, 이자리에서 두산 심정수 선수는 "18일 총회가 열리기전에 사장,단장님과 잇따라 만나 '선수협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너는 선수가 아니니까 불이익을 각오하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들은 각 구단과 KBO의 선수 방출은 "반인권적인 부당한 탄압이며 기본적인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규정하고 성명에서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KBO와 구단이 이번 조치를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프로야구 선수협을 지지하는 시민의 모임을 결성하여 KBO와 구단의 전횡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 홈페이지에는 야구팬들이 KBO와 구단들의 반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 행위를 규탄하고 시민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글들이 하루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과나무'라는 아이디 소유자는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소시민들의 기쁨과 즐거움을 강탈해 가는 가진자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또 한 네티즌은 "프로야구 팬들이 모여 구단과 KBO에 집단적인 항의시위를 벌이자"고 선도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LG 홈페이지 '쌍둥이 광장'에는 "근조! 라는 말외에는 할 말이 없다." "지금이 군사정권시대냐" "각 구단이 직장폐쇄를 염두에 두고 있다니 팬들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다." 삼성 팬클럽광장의 leechy71회원은 "당장 가입하지 않아도 좋으니 동료들이 받는 부당한 압력에 반대하는 단합된 행동들을 보여주기 촉구한다"고 하였다.
또 KBO의 공식 홈페이지내 '야구팬광장'란에는 메일이 한꺼번에 쇄도해 서버가 다운되더니 21일 오전엔 사이트가 해킹당하였다. 동아닷컴 자유토론장에는 '프로야구장 안가기' '프로야구 중계안보기' '프로야구 구단의 제품 불매운동' 등 '범국민 보이콧 운동'을 제안하며 저항하는 의무, 항거하는 권리, 바로잡을 책임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국회 문광위 선수협 지지표명, 여야 국회의원 선수협 지지모임 결성
구단과 KBO의 반인권적 행위를 보고 아직도 전근대적 노사관계와 인권파괴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재벌구단들의 모습에 야구팬과 시민단체의 항의에 이어 정치권과 비선수협 선수들도 적극 동조하고 나서, 선수협문제는 이제 야구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문화관광부가 선수들에 대한 전횡을 일삼고 있는 구단과 KBO의 행태를 방기하고 있다"며 정부의 책임론을 들고 나와 정부의 개입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의원 11명은 '선수협 결성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KBO에 보냈으며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22일 선수협 대표들과 면담을 갖기로 하였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모임을 결성하였다.
임종석(민주당) 등 소장파 국회의원 8명은 2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송진우를 비롯한 선수협의회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선수협을 지원하는 의원모임'을 결성했다.
다른 8명의 의원도 이날 간담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동참을 알려왔다. 이날 모임에서 임종석, 남경필(한나라당), 정진석(자민련) 의원은 공동 간사를 맡아 구체적인 지원방향을 모색하기로 했으며, 이종걸(민주당) 오세훈(한나라당)의원은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선수들에 대한 방출결정의 부당성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뿐만아니라 프로야구 LG 선수 39명이 21일 프로야구선수협의회에 전격 가입하고 비선수협 선수들이 잇따라 선수협에 동조, 선수협 사태가 일부 선수협 회원의 문제에서 야구계 전체로 확대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야구팬들과 시민들은 한결같이 건강한 스포츠 정신,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적용해야 하는 스포츠의 세계에 선수들의 권리를 힘으로 막는 불공정제도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며 선수협에 적극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참고; 미국과 일본등 선진국에는 강력한 선수노조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구단과 동등한 위치에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정도로 강력한 '선수노조'가 있다.
미국은 1885년 선수동맹을 창설했지만 구단방해등으로 지지부진하다가 2차세계대전후인 1946년 아메리칸 베이스볼 길드가 조직돼 연봉하한제와 연금제를 관철시켰고 53년 마침내 선수노조를 결성하였다. 선수노조는 66년 쟁의전문가인 마빈밀러에 의해서 대변혁기를 맞게 되는데 밀러는 현대판 노비문서인 종신계약제를 자유계약선수제로 바꿨고 연봉조정 신청제도를 도입하였다. 또한 81년에는 50일간 파업을 하였고 94년에는 샐러리캡(연봉상한제) 도입에 반대해 의회와 클린턴 대통령까지 중재에 나섰음에도 월드시리즈를 무산시키는 등 강력한 힘을 행사했다.
일본은 1980년 선수회에서 발족되어 83년 롯데 다카하시의 일방적 해고로 친목모임에서 노조로 탈바꿈하였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의 입장(전문)※
프로야구를 사랑하시는 국민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회장 송진우입니다.
12월20일 한국야구위원회 박용오총재는 KBO 공식 보도문을 통하여 저희 선수협의회 집행부 선수들에 대한 자유선수계약공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선수협의회 소속 선수들에 대한 사형선고이며 군사정권때에서나 볼수 있던 반민주적 폭거인 동시에 KBO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8개구단 사장의 횡포라 할 것입니다.
대다수 국민여러분께서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는 2000년 1월22일 창립총회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KBO와 8개구단의 숱한 방해공작과 탄압을 이겨내고 한국 프로야구 발전의 시금석이 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KBO 규약과 선수통일계약서라는 악법으로부터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눈 앞의 이익에만 광분하여 프로야구의 발전을 퇴보시킨 KBO와 8개 구단의 손아귀로부터 프로야구 발전의 열쇠를 동료야구선수와 팬 여러분의 손에 쥐어드리고자 노력하여 왔습니다.
2000년 3월10일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를 지지해 주시고 성원해주신 국민여러분의 힘으로 저희는 문화관광부 중재로 KBO 및 구단, 선수협의회 삼자간의 합의문을 도출해 내는 성과를 거두었고 팬들의 깊은 사랑을 가슴에 안은 채 시즌에 복귀하여 성원해주신 팬들의 열망에 보답하듯 열심히 야구를 하였습니다.
또한 합의문에 깃든 합의정신을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국민여러분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KBO, 구단, 선수, 팬이 축복하는 선수협의회의 확대 재출범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개월간 합의문에 깃든 합의정신을 번번히 무시하고 어겨온 KBO 및 구단은 적반하장으로 선수협의회에서 합의문을 불이행하였다는 억지주장을 펼치며 선수에 대한 중징계를 가했습니다.
이에 선수협의회는 KBO 및 구단의 주장은 날조된 허구이며 억지주장임을 밝히고자 합니다.
1. 합의문 제1항 "선수협의회는 시즌종료후 결성한다."에 의거 선수협의회는 12월15일 8개팀 주장모임을 갖고 총회는 선수들의 자유의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한다고 의결하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총회를 개최하고 임원을 선출하였으나 KBO총재 및 8개구단 사장은 선출된 임원을 집단해고함으로써 합의문 제1항을 위반하였습니다.
2. 합의문 제2항 "선수협의회 집행부는 시즌종료후 선출된 각 구단의 선수대표로 한다." 명시되어 있으나 일부구단은 사장 및 감독을 동원하여 선수들의 자발적인 선출절차를 방해하고 선수들의 투표권을 제한하였으며 일부주장들에게 심적인 고통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3. 합의문 제4항 "구단 및 KBO는 현 선수협 소속 선수에게 일체의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한다" 고 합의하였으나 시즌중에 3명을 방출하고 시즌 종료후 3명을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하여 선수생명을 박탈하였으며 또다시 대표 6명을 집단 해고하는 폭거를 자행했습니다.
4. 선수협의회는 선수들의 자유로운 의사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구성된 선수단체입니다.
여기에 KBO와 구단이 인정, 불인정 여부를 운운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그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며 한국야구위원회와 구단을 비난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들 스스로가 20년간 프로야구에 어떤 해악을 끼쳤으며 선수협 결성과 관련해 선수가족에게까지 협박과 억압을 행해온 것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본다면 왜 그러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5. 프로야구는 단순히 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며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회의 공기입니다. 프로야구 현실에 대해 고뇌하고 보다 발전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자는 선수들의 꿈을 짓밟는 KBO 및 8개 구단에게 엄중히 경고하며 선수협에 대한 탄압은 야구팬 더 나아가 사회정의에 대한 도전임을 밝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