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새해 화두는 개헌론과 정계개편- DJP 공조복원과 합당에 이어 양당대표들의 4년중임제 개헌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합당+한나라당 일부', '신3김연합',아니면 또다른 구도냐로 연말연시 정가는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결사반대하고 있는데...

자민련과 민주당이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개헌론을 솔솔 풍기자 한나라당이 긴장한 가운데, 이회창 총재는 '개헌론은 야당 흔들기'라면서 "지금은 국가위기를 극복해 나가야할 때지 개헌론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쐐기를 박고 나섰다.
민주-자민, 개헌론 제기 입맞춘 듯
개헌론은 민주당 차기대선 주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해왔었다. 그러나 1회적으로 개인적 입장을 밝히는 정도로 끝나면서 수면 밑으로 들어가는 듯 했는데, 김종호 총재대행과 김중권 대표가 미리 짜기라도 한 듯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을 주장하면서 다시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민련 김 총재대행의 개헌론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물론 "내각제가 국민의 이해부족으로 정 안 된다면"이라는 전제를 깔고, 또 사견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왜 지금시기에서 당론과는 다르게 사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김 총재대행은 윗사람의 뜻과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이 처신해 왔다는 점에서 JP와 정치적 교감을 없이 발언했을 것이라고 믿는 정치권 인사는 한사람도 없다.
또한 김 총재대행은 민주당 김대표와 사전 교감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석연치 않다. 김 대표도 연일 '정·부통령제' 개헌론을 거론하며 '바람'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일보와의 기자회견에서 "만일 내각제가 어려울 경우엔 4년 중임 정·부통령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동시에 개헌론은 들어 나온 것에 대해, 지난 22일 신임 인사차 김 총재대행을 찾아온 김 대표와 꽤 오랜 시간 밀담을 나눈 뒤 "아주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고 말해 두 사람의 교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을 대표하고 있는 두 사람의 개헌론 제기는 김대중 대통령이 멍석을 깔아준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대두되고 있다. 이는 김대통령이 지난 27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동서화합을 위한 큰 결심"을 언급하면서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 여권에서는 개헌론 발언에 의미부여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개헌론은 국회의석이 3분의 2가 될 때 얘기가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개헌론에 바짝 긴장한 이회창 총재
이에 한나라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양당 대표가 동시에 개헌론을 들고 나온 것은 내년 초 DJP 회동을 앞두고 개헌론을 앞세운 정계개편 추진을 약속하기 위한 '풍선 띠우기'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즉 DJP가 정치권 '새판짜기'를 위해 사전 분위기 조성작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회창 총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와의 송년 인터뷰에서 "음모적이고 모략적인 정치 시나리오가 있다면 이에 맞서 저항할 것이고, 그런 정치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대야합(大野合)의 시대가 또 다시 도래하고 있다" 면서 "민주당이 철학이고 소신이고 없이 권력재창출에만 혈안이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내년 1월 4일 예정된 여야 총재회담에서 정계개편 문제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여야 총재회담은 여야가 모두 "국가위기 극복이 주요 테마가 될 것"이라고 말해 경제회생 등을 다각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총재는 이 자리에서 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을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김대통령에게 의도된 정계개편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의 우려는 내부 비주류의 움직임에 더욱 신경이 쓰이고 있다. 비주류 중진인 김덕룡 의원과 박근혜 부총재가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을 줄곧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론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여권의 개헌론에 대해 두 의원은 부정적인 태도를 표하고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 김 의원과 박 부총재는 "여권의 음모적 정계개편을 위한 개헌론에는 찬성할 수없다"고 말하면서 "그동안 개헌론을 주장한 것은 정치발전과 개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정치권의 최대 쟁점은 정계개편
새해는 '개헌론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 논란이 본격적으로 대두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권은 자민련과의 공조강화나 합당을 통해 기본 세력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한나라당 일부를 견인하지 않으면 향후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정권재창출도 물 건너 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정계개편은 집권여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한 마지막 선택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흘러 다니고 있다.
개헌론을 명분으로 하는 '민주당+자민련+한나라당 일부의 통합'이 한 시나리오다. 자민련이 내각제를 포기하고, 한나라당 일부도 개헌론에 동참하므로써 자연스럽게 연합전선을 구축 신당을 추진한다는 계산이다.
또 하나는 'DJ+JP+YS 연합, 즉 '신 3김연합'' 시나리오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민주대연합론'을 물밑에서 제기돼 왔던 것이긴 하지만 새로운 지역연합을 통해 3김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함과 아울러 정권재창출도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현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개헌론을 매개로한 시나리오는 개헌론에 대한 국민적 설득과 명분 마련이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목소리다. 또 '신 3김연합'은 반3김이라는 국민적 거부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과제다.
정계개편은 국가적 비전 제시가 핵심
아무튼 여권의 절박함으로 인한 개헌론 및 정계개편 논란은 새해부터 정치권의 큰 화두로 대두될 전망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정파적 이해득실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사안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칫 정치권 전체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계개편이 단지 정권창출이나 정권재창출을 위한 권력게임이 아니라 국가대계를 세우는 하나의 과정일때 국민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모든 정권이 들어섬과 동시에 항상 정계개편은 수식어로 따라다녔고, 그려놓은 '그림'대로 정치판은 이렇게 저렇게 짜였지만 국민과 나라살림은 더욱 궁핍해만 가고 있다.
정치개혁과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주의 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노선과 정치이념을 기초로한 정계개편 논의를 언제나 볼 수 있을지,새해 벽두부터 한차례 시끄러워질 '정계개편' 그림그리기에 국민들은 회의스럽기만 하다.
[여야 정치인 개헌관련 발언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