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년 예산의 70%를 상반기에 앞당겨 투입,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6개지역 신시가지 조성 등의 '2001년 경제운용 방향'을 확정했다.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구조조정 노력이 퇴색될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내년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70%까지를 집행하고, 자금시장의 경색을 풀기 위해 금리인하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기로 하는 등 내년 경제정책을 경기부양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에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구조조정 작업이 뒤로 밀리면서 중기적으로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표명하고 있어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내년 경제정책 방향-두마리 토끼 잡기

정부는 29일 과천청사에서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내년 상반기 70조원을 조기 배정하는 등 제한적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특히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산 등 6개 권역별 거점지역에 총 2,266만평의 신시가지를 조성할 계획을 담은 '2001년 경제운용 방향'을 확정했다.

진념 장관은 "내년 상반기, 특히 1·4분기까지 경제의 어려움이 예상되나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하반기부터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면서 △시장경제 시스템 작동 △투자활성화와 수출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와 부문간 균형발전 △경제하려는 분위기 진작 등을 내년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이처럼 경기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유는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상황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실제로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과 자금시장의 불안, 소비·투자심리 위축으로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4%까지 떨어질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재경부 한성택 경제정책 국장은 "구조조정의 마무리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지금은 구조조정을 끝낸 다음 경기를 살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구조조정과 제한적 범위의 경기조절 정책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불안 심리 해소-내년 상반기에 예산 60∼70% 투입

정부가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구조조정만을 고집했을 때 나타날 경기침체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을 경기부양책과 병행하면서 만회해보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던 구조조정을 2월로 일단락 짓고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더 신경을 쓰겠다는 정부정책의 방향전환을 알리는 것이다.

내년 세출예산의 60∼70%, 자금규모로는 60조∼70조원을 상반기에 앞당겨 배정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지방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지역의 신시가지 건설계획으로 지반 건설경기를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및 신산업 육성으로 50여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재정을 통한 일정수준의 인위적 경기부양책으로 경기하강세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건 뒤 하반기에 민간주도의 자율회복을 유도하겠다는 것의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가 구조조정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할 시기에 제한적이라는 단서조항을 붙이기는 했지만 경기부양책을 들고 나옴에 따라 경제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이 너무 강조돼 구조조정이 뒤로 밀릴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경제정책은 일단 방향을 틀면 탄력을 받아 한쪽으로 치닫기 쉬운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지연은 중기적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선 구조조정, 후 경기부양'을 강조해 왔었다. KDI는 지난 27일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면서 경기대책만으로 현재의 국면을 반전시키려 할 경우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KDI 김준일 선임연구원은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면서 경기 대책으로 현재의 경기 국면을 반전시키려 한다면 중기적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관치 포스코경제연구소장도 "당분간 경기침체가 깊어지더라도 철저한 금융·기업 구조조정 및 자본시장 개혁으로 시장, 특히 외국인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업문제에 따른 정부의 부담감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문제지만, "이제 막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올랐는데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개선 작업이 뒷전으로 밀릴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감도 많다.

이러한 우려는 우리나라가 이번 기회에 체질개선을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이후 더욱 큰 어려움이 닥쳐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지 아니면 더욱 큰 부실을 안겨줄지 두고볼 일이다.

임재형 기자 jhlim21@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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