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행정부가 전세계를 상대로한 미사일방위체제인 NMD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여러차례 표명하였다. 더나아가 NMD보다 더 강력한 BMD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고, 이에 전세계는 경고하고 나섰다.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부시행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냉전시대로 돌아간다는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반드시 구축하겠다는 부시 대통령당선자 및 럼스펠드 국방장관 내정자의 강력한 발언에서 그 수위를 더하고 있어 새해 벽두부터 한-미, 북-미관계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이러한 NMD구축 의지에 러시아, 중국 등의 만만찮은 반격에 향후 미국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냉전체제가 끝난 지금, 부시는 레이건의 스타워즈의 꿈을 실현하려는 것일까? 미국의 국방,외교정책에 모든 것을 규정받고 있는 남북한의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부시, NMD와 TMD를 더욱 강화한 BMD체제 구축(탄도미사일 방위체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 '스타워즈'로 불렸던 NMD 전략방위 구상이 클린턴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축소되고 , 클린턴은 세계각국의 미군과 동맹국을 단거리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한다는 TMD체제를 강조, NMD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지난 98년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에서 북한과 이란 등의 미사일 위협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압력이 제기되고 그 즈음에 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이 이뤄지자 99년 1월 미의회는 NMD 추진일정을 제시했지만 러시아측과의 협상을 통해 NMD를 추진하는 중용적 입장을 취했었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보다 더욱 강력한 방어체제 구축을 주장해 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민주당 행정부의 '지상'계획에 만족하지 않고 '해상'과 '우주'로 뻗어나가는 BMD를 추진하고 있다. 이 BMD체제는 NMD와 NMD를 동시에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미사일방어체제이다. 부시는 8일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팀과 국방관련 의회 지도자들을 비공개로 만난 뒤 기자들에게 "NMD가 세계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 예민한 사안"이라면서도 "그러나 한편으로는 21세기의 현실적 위협들로부터 미국과 우리의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여 NMD구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부시 대통령 당선자에 의해 차기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도널드 럼스펠드(68) 전 국방장관은 11일 상원인사청문회에 참석,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공화당 정부의 국방정책을 밝히고 국가미사일방위(NMD) 체제 구축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NMD·TMD·BMD 란 무엇인가?

◇국가미사일방위(National Missile Defence : NMD)

핵탄두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파괴하기 위한 요격미사일 체제. 핵미사일 공격을 우주 기지에서 레이저를 쏘아 요격한다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구축하려 했던 전략방위계획을 계승한 것이다. 발사감지 열추적 위성이 잡은 정보를 요격미사일에 제공해 추적하게 한다. 현재 구상은 2005년까지 20기, 2007년까지 100기의 미사일을 알래스카 등 지상에 설치한다는 것이다.

◇전역미사일방위(Theater Missile Defence : TMD)

미국 본토 이외에 동맹국이나 해외주둔 미군을 방어하기 위한 요격미사일 체제. △패트리어트 미사일처럼 중·단거리 미사일을 낮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방식 △항공기나 배에 탑재한 미사일로 높은 고도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식 △발사기지에 접근해 이륙단계에서 요격하는 방식 등 여러가지 무기체계가 개발중이며 일부는 이미 배치돼 있다.

◇탄도미사일방위(BMD=NMD+TMD)

NMD와 TMD를 동시에 더욱 강화하기 위한 탄도미사일 방위 체제. △우선 미국과 미동맹군에게 가해지는 현존하는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TMD를 개발하여 증가배치 △장거리 탄도미사일 출현에 대한 방어로서 미국을 위한 MND를 전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옵션을 개발△세계적인 위협을 제어하기 위한 TMD, NMD시스템의 수행을 향상시킬 뛰어난 탄도 미사일에 관한 연구를 계속 지원하는 것이다

김대통령, 대북 강경정책 우려

남북이 직접 대화하는 등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서 럼스펠드는 “북한이 미사일 개발능력을 갖추고 미사일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이 탄도미사일방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주된 근거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라는 점에서, 한-미 사이에 이를 둘러싼 의견대립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는 미국의 미사일방위 구상의 강행이 북한의 반발은 물론 북-중-러의 공동대응을 불러오는 등 한반도 정세의 불안요소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5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 한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 강경정책을 걱정하면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김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역미사일방위(TMD)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듣기 원하며 그 뒤 태도를 정하겠다”고 향후 있을 한-미 정상회담의 주된 주제는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의 지속 필요성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 NMD체제의 강력반발과 북미관계개선 기대의 강온대응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미사일방위(NMD)·전역미사일방위(TMD)체계에 대해 북한은 명확한 반대 태도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미국이 옛소련과 72년 체결한 ABM(요격미사일제한)협정을 수정해 본토미사일방위·전역미사일방위체계 수립을 억제하는 법적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군사적 우위로 저들의 경쟁대상인 러시아와 중국을 제압하고 나아가서 세계에 대한 군사적 지배권을 확립하려는 것이다”(지난해 11월22일 <중앙텔레비전>).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체계 수립책동은 핵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고 새로운 냉전을 몰아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으로 그들의 세계 제패 야망을 실현하려는 것이다”(지난해 9월19일 <중앙방송> 시사논평).

북한은 이렇듯 미국이 “우리(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요격미사일 제한조약을 수정하고 무제한한 미사일방위체계를 기어코 수립하려는”(지난해 7월18일 <노동신문> 논평) 행위를 포기하지 않으면, “미사일 발사 임시 중지 문제를 신중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해 1월22일 북 외무성 대변인의 <중앙통신> 기자회견)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10월12일 '조(북)·미 공동 코뮤니케' 발표 뒤 이와 관련한 대미 비난을 자제하고 있고, 특히 부시 차기 미 대통령 당선 확정 뒤에는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미국의 TMD체계에 적극 참여하려는 일본의 행보를 ‘군국주의 강화’라 비판하며, 일본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다.

북한은 대미 직접 비판보다는 재일본조선일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 등을 통해 북·미 공동코뮤니케에서 미국이 ‘가능한 방문’이라며 여지를 두고 있는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 일단은 대결보다는 북미관계의 개선쪽에 초점을 맞춘 정책방향인 셈이다

러시아, 중국, 유럽 등 세계각국 강력한 경고

이미 지난해 러시아는 북한과 이라크같은 호전적인 국가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NMD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미국과 대립해 왔다. 러시아 군부내 2인자인 발레리 마닐로프 장군은 미국이 NMD 계획을 추진한다면 러시아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응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중국도 이미 지난해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구축계획이 세계 평화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엔에 대해 이를 저지할 것을 촉구했다.
탕자쉬안 중국 외교부장은 “엔엠디 계획은 일방적인 군사·전략적 우위를 추구하겠다는 냉전시대의 발상”이라고 경고하고 “유엔이 이런 위험한 상황전개를 막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덴마크의 모겐스 리케토프트 외무장관도 이날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유럽 우방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NMD 계획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이날 덴마크 일간 베를링스케 티덴데지와의 인터뷰에서 "NMD는 중국, 러시아와의 합의가 있은 후 실현돼야 하며, 또 국제적 협정을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반(半) 자치령인 세계 최대의 섬 그린란드 모스펠트 총리는 미국은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구축계획에 포함된 그린란드 미 공군기지의 조기경보 레이더 현대화에 관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과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스펠트 총리는 미국의 NMD체제가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위반이고, 러시아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그린란드로서도 NMD체제를 반대한다고 거듭 밝히고,"그린란드에서는 그것을 찬성하는 사람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촉동 싱가포르 총리는 NMD체제를 구축하려는 새로운 미 행정부의 어떠한 조치도 세계의 군사적 균형을 깨트려 새로운 군비경쟁을 유발할 것이며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무력 앞에 `발가벗겨진'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남북화해분위기 저해받지 않도록 해야

부시행정부의 NMD구축은 북한, 이란등 이른바 '깡패국가'를 최우선 대상으로 하는 체제이다. 때문에 이 체제가 실현된다면 미북관계는 극도로 악화될 것이고 그 사이에 있는 우리의 경우는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미국과 북한의 어느편에도 제대로 설 수 없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우리의 입장은 정치,외교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

그렇게 된다면 남북화해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그러들고 또다시 냉전의 분위기로 전개될 최악의 경우도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미국의 보수강경기조에 편승한 남한내의 보수강경세력들의 목소리가 커져 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하고 나서게 될 것이므로 김대중정부로서는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부시행정부가 NMD체제구축의지를 보이면서도 아직은 남북화해분위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미국과 한반도 관계가 어떻게 풀릴지는 쉽게 예단하기는 이르다.

단지 우리가 현재 해야 할 외교안보대책은 부시행정부의 강경기조와 우리의 남북화해를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고 가느냐의 고도의 외교전략을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남북화해를 최우선으로 할 것인지, 한미관계를 최우선으로 할 것인지의 선택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화해 움직임에 90%이상의 지지를 보였던 국민들은 50년만에 가까스로 열어놓은 남북화해의 물길이 차단되지 않는 지혜로운 외교정책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이응석기자winad@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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