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3일 새벽 한나라당 실무당직자 6명에 대한 긴급체포에 나서자 야당이 발칵 뒤집혔다. 강삼재의원 체포동의안 처리가 미뤄지고 있자 검찰이 강수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강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는 '설'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안기부 자금 구여권 유입' 사건에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에서는 '안기부 자금'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해 사건의 성격논란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는 한편, 한나라당과 YS는 'DJ 비자금' 의혹을 제기 정치자금으로 확대시켜 사건의 흐름을 '국가예산 도용'에서 '정치자금 공방'으로 바꾸려고 하고있다.

이렇게 사건이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진행되고 강삼재 한나라당 부총재 체포동의안 국회 처리가 뒤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급해진 검찰은 한나라당 사무처 실무당직자 6명에 대한 긴급체포에 나서 '안기부 자금 구여권 유입'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나라당 실무당직자 긴급체포

검찰이 13일 새벽 96년 당시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실무적으로 도왔던 사람들 6명에 대해 긴급체포영장을 발부해 3명을 체포하는 한편, 3명을 추적하고 나서자 한나라당은 '야당 말살을 위한 표적수사'라며
야당의 생존권을 걸로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하고 있다.

13일 오전 긴급 소집된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정창화총무는 “이번 연행사태는 저인망식 쌍끌이로 야당의 씨를 말리려는 전면 표적 수사인만큼 야당의 생존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재오사무부총장은 “공당의 당직자를 연행하려면 당에 사전 협조요청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다. 쿠데타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흥분했다.

한나라당은 금명간 검찰총장에게 대규모 항의방문단을 파견하고 국회법사위를 소집, 이번 사태를 추궁키로 했다. 더불어 15, 16일 서울과 부산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어 장외공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자민련은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검찰의 적법한 법집행에 대해 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정치공세의 일환이라고 일축, 강삼재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한나라당과 이총재의 공식 사과와 불법자금의 국고환수를 거듭 촉구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전은 점점더 심해지고만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안기부 자금 구여권 유입' 사건이 쉽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의 핵심 고리로 알려진 강의원이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고, 체포동의안 처리도 늦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강삼재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설' 이후에나 가능

현재 민주당과 자민련이 'DJP 공조복원' 이후 강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방침에 합의했으나 곧바로 국회를 소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의원들이 국회를 비울 것이고, 국회를 소집한다고 해도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확실한 대안을 못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이 무소속이나 군소정당을 아직 설득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 구신한국당 소속이었던 민주당내 입당파들이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고 있는 지도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표시하는 것도 부담이다.

또한 굳이 체포동의안을 빨리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이유도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의 기회를 줄이면서까지 급히 강의원을 체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최대한 대야 공격을 펼친 후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강의원 체포동의안 처리가 DJP 공조의 첫 시험대라고 보고 민주당과 자민련은 표결처리를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12일 열린 양당 국정협의회에서도 "체포동의안은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고 결속을 다짐했다.

때문에 여권은 부시 미국대통령 취임식이 끝나고, 설 연휴가 끝난 후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다. 이 기간동안 내부단속을 철처히 하는 한편, 군소정당을 설득해 '철벽 공조'를 과시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은 대여 강경투쟁의 수위를 점차 높인다는 계획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안기부자금'이 아닌 순수한 정치자금일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국가안보 예산 횡령이라는 범죄행위라는 비난을 모면하려 애쓰고 있다.

더욱이 YS의 'DJ 비자금' 폭로 여부도 이 사건의 흐름에 주목되는 대목이다. 아직 YS가 'DJ 비자금' 문제에 대해 확실한 근거를 제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 10일 "실명제 실시 이후 비실명 계좌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DJ 비자금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데 이어 12일에는 "DJ가 당선된 후 처음 한 일이 당시 김태정 검찰 총장에게 자신의 비자금 수사를 축소·은폐토록 지시한 것"이라며 점차 톤을 높여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강의원 체포동의안 처리까지 여야 정치공세 계속될 듯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한나라당의 물타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YS, 이총재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가능한 피한다는 것이 기본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권 대표는 13일 공위당직자회의에서 "야당이 안기부자금 성격 논란을 유도하는 것은 이번 사태를 양비론으로 몰고가 초점을 흐리려는 정략"이라고 못박았고, 김영환 대변인도 "국고수표 등 안기부 예산이라는 증거를 확보한 이상 자금성격 논란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설 연휴 이후 강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고 한나라당 이총재가 사과하는 수순에서 사건을 일단 마무리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검찰에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여권이 "이번 사건으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이총재의 대세론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때문에 더 이상 장기적으로 확대될 때 여권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총재가 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YS까지 건드렸을 때 사건이 정치권 전반의 정치자금 문제로 확대돼 '안기부 자금 구여권 유입' 사건이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다.

아무튼 정치권의 '안기부 자금 구여권 유입' 사건 공방은 설 이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설 이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에 따라서 여야 대치정국이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재형 기자jhlim21@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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