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방향은 옳았지만 철저한 준비와 일관성 부족으로 그 성과를 체감할 수 없었다"는 2000년 정부업무 평가보고서가 채택됐다. 곧이어 단행될 '개각'으로 새로운 정부정책 추진의 면모를 보여줄지 여부가 관심이다.

'정책방향은 맞지만 철저한 준비없는 실행으로 그 성과를 체감할 수 없었다'는 2000년 정부업무 추진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나왔다. 이러한 정부의 공식적 업무평가 보고를 기반으로 15일부터 김대중 대통령은 재경부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18개 부처와 5개 장관급 위원회 등 23개 기관의 금년도 업무보고 청취 일정에 들어가는데, 임기 4년째를 맞는 올해에는 정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다.

정책추진 원칙 부족, 이해집단 반발 대처 부족

국무총리 민간자문기구인 정책평가위원회(위원장 이세중)와 국무조정실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00년도 정부업무 심사평가보고회의'에서 "정부가 지난 한해 동안 구조개혁을 추진했으나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이해집단의 반발 등으로 인해 국민으로 하여금 개혁의 성과를 체감케 하거나 국가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미흡했다"는 내용의 대정부보고서를 채택하고 관련 부처에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으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과 △경제성장기조의 유지 △지식정보화 기반 마련 △복지국가체제의 구축 등은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됐다.

이 정부업무평가 보고서는 지난해 정부정책에 대한 평가 외에 '국민의 정부' 지난 3년간에 대한 평가와 반성도 포함되어 있어 관심을 끌었지만 정부부처에 대한 평가가 미흡하고 실적이 우수한 기관만 공개하는 등 부처들의 눈치를 보는 '봐주기식' 보고와 전반적인 종합평가 대신 원론적인 대안제시에 그쳤다는 지적도 대두됐다.

다음은 각 분야별 주요 평가 내용이다.

△경제분야 : 부실금융기관 대폭 정리, 공적자금 사후관리 체계 마련, 공공부문 경쟁력 제고 노력,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의 성과를 거뒀고, 특히 정보화·첨단산업 추진, 벤처기업 육성 등 지식기반 경제의 성장기반 마련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대형 부실기업의 정리과정에서 일관성있는 원칙과 정책 대응이 부족했고, 불확실성에 대비한 다양한 정책대안이 미흡해 유가상승과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대외여건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증권시장 침체에 다른 중산층의 자산감소가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요인의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통일·외교·안보 분야 :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했음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대북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국민적 합의기반 확대가 부족했고, 남북교류협력의 체계적 추진을 위한 정부 내외의 명확한 역할 분담체계가 확립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통상문제에 대한 부처간 합의도출 등 협력관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것임을 지적했다.

△일반행정 분야 : 의약분업,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집단불법행위에 대한 사전대응 노력이 부족했고, 행정개혁의 가시적 성과 도출을 위한 노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전시성 행사의 증가와 지역 난개발 등에 대한 책임성 확보에 대한 대처도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한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집행의 엄정성을 확보해야 하며 인권법, 반부패기본법, 돈세탁방지법 등 개혁법안이 조속히 처리되지 않으면서 국정개혁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평가했다.

'개각' 방향에 관심 집중

김대통령은 지난 13일 개정된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됨으로써 이달 말까지는 '개각' 또는 '보각'을 단행해야할 요인이 발생해 예정됐던 '개각'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 재경부장관, 교육부장관, 여성특위위원장 등은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오는 28일 자동 해임되므로 15일 이내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각 장관을 새로 임명해야 할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설' 이후 경제 및 교육부총리와 여성부장관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보각'을 단행하고 2월말에 다시 '개각'을 단행하는 순서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집권 4년째를 맞는 김대통령이 그동안의 정부정책 추진에 대한 평가와 이를 근거로 한 새로운 내각구성을 통해 심기일전할 것을 기대해 본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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