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최고위원 대세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의 차기 대통령 후보지지도에서 이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와 박빙의 승부를 보여주며...

1. ‘이인제 대세론’ 부상 중

이인제 최고위원 대세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의 차기 대통령 후보지지도에서 이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와 박빙의 승부를 보여주며, 낮은 지지도를 보이는 여당 내 타 후보를 따돌리고 있다. 이 같은 여론지지를 토대로 이인제 최고위원은 나름대로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여당 안팎에서도 이제는 ‘대세 아니냐?’는 말이 간간히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거의 60~70%에 이르는 무응답률을 고려할 때 대세론으로 흐르는 것은 성급한 감이 있을 뿐더러 각 차기대권주자의 인물과 활동, 정책 등이 언론 등에 제대로 부각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 시점의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각 후보의 승률을 계산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또한 대권후보가 반드시 여론지지도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차기 대권의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섣부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인제 최고위원의 경우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때에서도 나타났듯이 당내 기반이 그리 공고하지 못한 상태이다. 만일 경선만을 통해 여당의 차기 대권후보를 선출한다면 이인제 최고위원은 한화갑 최고위원에 그 자리를 넘겨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된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이인제 최고위원으로서는 여론조사 등에 나타난 지지도를 무기로 압도적 당선가능성을 과시하면서 조기에 ‘대안부재론’을 확산시키고, 최종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야만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말이 된다.

2. 누가 이인제를 지지하나

이인제 후보의 지지층을 가장 최근 조사인 SBS-문화일보 조사를 토대로 분석할 경우 지역별로 인천/경기(18.6%), 대전/충청(16.3%), 광주/전라(23.5%)에서, 성별로는 남녀별로 뚜렷한 차이는 없으며 연령별로는 30대(14.8%)와 40대(15.7%)에서 약간 높으나 역시 뚜렷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별로는 고졸(17.1%) 출신에서, 직업별로는 자영업자(19.5%)와 블루칼라(17.9%) 등에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소득별로도 101~200만원의 중간소득층에서 약간 높게 나타날 뿐 소득간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지지층의 특성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먼저 지역별로 인천/경기에서 여타 후보에 비해 가장 높은 지지를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과거 경기지사 시절의 고정표와 경기남부의 충청성향표의 일부가 고정지지층화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대전충청 지역의 경우 과거 충청권 유권자 성향과 달리 무응답자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가운데 이회창 총재보다 약간 낮은 상태에서 엇비슷한 지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 충청출신 차기주자로 꼽히는 이최고위원이 같은 충청출신이지만 지역연고가 깊지 않은 이회창 총재보다 약간이라도 낮게 나타난 것은 아직까지 충청맹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주목할 만 하다. 실제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의 재결합에 대한 충청권의 반응은 긍부정이 각각 반반인 것으로 나타나 현시점 충청권의 여야에 대한 지지태도는 양분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광주/전라에서 여타 호남출신 후보를 제치고 지지도가 가장 높은 것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 대한 여권의 가장 경쟁력 있는 대항마로서 이인제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구사회학적 변수로 분석했을 때 이인제 최고위원은 아직까지 뚜렷한 지지층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고학력, 고소득, 화이트칼라 등 이른바 엘리트적 특성층의 지지가 약한 경향이 나타나는 반면, 대개 고졸, 자영업자, 블루칼라 등 중산서민층을 중심으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대선에서 이른바 ‘박정희 이미지 심기’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즉 당시 ‘박정희 이미지’ 심기의 타겟이 엘리트층보다는 중하위계층이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최고위원의 ‘근대화’ 이미지에 호응하는 이들 중산서민층의 일부가 고정지지층화 됐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3. 이인제를 가로막는 암초들, 그리고 위기

이인제 최고위원의 현재 지지도를 심층분석 해 보면 생각보다 그의 지지층 구성이 취약한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민주당 후보가 아닐 경우에는 현재 지역적으로 최대 지지기반으로 나타나는 호남의 지지표가 상당 수준 이탈하여 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더욱 중요한 것은 이인제 후보가 아직까지 충청권에서 지지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는 점이다. 지난 대선에서 경선불복에 따른 출마로 영남권 분열의 장본인으로 지목되는 현 상황에서 어차피 이 최고위원의 영남권 득표력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인제 후보는 호남과 충청의 대부분의 표를 결집시킬 역량을 갖추어야만 기본적인 본선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이는 차기 여권의 대권후보로 결정되는데 매우 중요한 선제조건이라는 것이다.

또한 영남 대 충청-호남의 양분적 지역구도가 만들어 진 상황에서 최후의 캐스팅 보트를 쥔 서울 및 수도권의 엘리트층 즉 30대, 화이트칼라, 대재이상 등에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본선 막바지 승부에서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4. 이길 수 없어도, 망칠 힘은 있다

그러나, 정작 차기 대선에서의 이인제 변수를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분석 포인트는 그가 본선에서 마지막 경쟁력이 있느냐라는 것이기 보다는 이인제 최고위원이 '차기 대선의 대권지형을 바꿀 힘이 있냐'는 것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차기 대선에서 야권 분열에 의한 3자 구도와 여권분열에 의한 3자구도 또는 여야 각각의 분열에 따른 4자 구도의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여권분열의 한 축으로 이인제 최고위원이 나설 경우, 어떤 힘을 갖느냐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 여론조사기관의 비공식 조사자료에 의하면 기존 민주당, 한나라당 양당 구도에서 야권에서 일부가 떨어져 나와 YS 신당후보가 출마하고, 여권에서 이인제 후보가 탈당하여 신당후보로 출마할 경우 이인제 후보는 18.0%라는 지지를 받게 되는 반면, YS의 신당후보는 4.2%의 낮은 지지를 받아 한나라당이 더 유리해 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조사결과는 각각의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제한적 시뮬레이션이고, 다수 당 후보가 아닌 경우 선거운동이 치열해 질 경우 조직 등에서의 열세 등으로 인해 지지도가 감소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추정에 어느 정도 무리는 따른다. 그러나 개인으로서의 이인제 최고위원 고정표가 이미 18.0%에 이른다는 것은 여권의 정권재창출에 치명타를 안기기에 충분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5. 이인제의 최후의 선택은?

현재 여권내부에서는 이인제 대세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당내 기반도 탄탄하지 못하며, 그렇다고 개혁적 색채도 약한 이 최고위원을 단지 대중적 인기가 좋다고 해서 차기 대권후보 자리를 내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내년 초 여당 내 후보경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만일 그 이전까지 적절한 대안카드를 준비하지 못할 경우에는 결국 대안부재에 따른 ‘대세론’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이 최고위원이 현재와 같은 높은 대중 지지도를 유지하면서도 경선에서 차기 대권후보로 선출되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물론 이인제 후보가 후보로 선출되지 못한다 해도 민주당을 탈당할 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지난 대선에 이어 두 번 연이은 탈당이 자칫 정치생명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몇몇 분석가들은 이 최고위원이 차기 대권후보 선출에 실패하더라도 철새의 이미지를 안고 정치생명을 소진한 박찬종 후보의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해 탈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가지 정치적 고려나 또 이 최고위원 개인의 특성을 고려할 때 탈당 후 출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민주당 내에서 특별한 당내 기반도 없는 이 최고위원으로서는 여권의 다른 후보 밑에서 정치생명을 연장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최고위원은 나름대로의 개인지지표를 기반으로 차후를 포석하면서 대권경쟁 레이스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여권의 차기 정권재창출 전략에 어떤 형태로든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 ‘내가 안되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라는 이 최고위원의 최근 발언도 이 같은 전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김헌태 e윈컴 상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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