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총재의 최대고민이다. 3김청산으로 나갈것인가 YS와 함께 영남대표로 나설 것인가? 또 이총재 노선에 반발하는 비주류는 어떻할 것인가. 정국수세국면에 놓인 이총재의 고민은 산처럼 쌓여가는데...

이렇듯 YS와의 관계 정상화 여부 및 강 부총재 처리를 놓고, 크게는 수도권과 영남권의 시각이 다르고 또한 민주계와 민정계의 시각에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회창 총재 직계라고 분류되는 인사들의 시각도 달라 이후 이총재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3김 청산이냐 YS·JP 껴안기냐
지난 28일 이총재는 상도동으로 YS를 찾아갔다. 비록 그 자리에서 YS로부터 여당에 끌려가는 듯한 야당 모습에 대한 지적을 받고 "정치인은 의리가 있어야 한다"며 면전에서 이총재를 구박(?)했지만 이총재는 YS와의 관계복원을 위한 첫발을 내밀었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이총재가 그동안 소원했던 YS와의 관계를 복원해 대여 공동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해석된다. 이총재는 여권의 '반 이회창연대' 움직임에 맞서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총재는 지난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야당을 지키고 정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누구와도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여 투쟁전선의 외연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 말이다.
그러나 이부영 부총재는 31일 총재단회의에서 이총재를 면전에 두고 "3김 청산을 주장하면서 YS를 방문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사전에 부총재들과 상의 정도는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하순봉 부총재는 "우리 목적은 정권을 잡는 것이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청탁을 가리지 말고 JP까지 껴안아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두 사람이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YS와의 관계 복원에 대한 찬반양론이 한나라당 내부에 존재하고 있음이 확인되는 자리다.
한편, YS와의 회동 하루 뒤에 김영일 의원의 'YS 정치자금 설' 파장이 커지자 한나라당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YS가 김영일 의원의 발언에 이총재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이총재를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즉각 "개인적으로 잘못 판단해 나온 부적절한 말이다"고 대변인을 통해 사과했으나 더 이상의 해명이나 사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초·재선, TK·舊민정계 일부 반YS
김영일 의원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의 분위기도 둘로 갈린다. 한쪽에서는 "속 시원하게 잘 얘기했다"며 은근히 지지를 보냈고, 다른 한편에서는 "YS와의 관계만 악화시키는 부적절한 말이다"고 지적했다.
이미 한나라당에는 이 총재가 강 부총재를 보호하려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분위기도 많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YS와의 관계 복원에 부정적이며 이총재가 강부총재를 이제 "털어버려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인사들은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초·재선의원들과 개혁적인 의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수도권 정서상 YS가 이후 대선에서 큰 득표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여론도 좋지 않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3김 정치 청산을 주장해온 이총재의 노선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TK 지역과 舊 민정계 인사들이 가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문민정부' 시절 YS와 민주계로부터 받은 소외감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측면도 있고, TK 정서가 YS에게 좋지않은 감정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반YS입장은 YS를 털어버린다 해도 선거국면에서는 영남의 대표성을 지닌 이총재에게 표가 몰릴 수 밖에 없다는 지역주의적 투표행태에 자신감이 있기때문이다. 지금 영남은 그 어느때보다 정권탈환의 욕구가 매우 강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승부처인 수도권 부동층을 흡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PK를 중심으로 한 경남지역에서 최근 YS의 영향력이 40%대까지 상승하면서 PK지역 인사들은 YS를 껴안아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다. YS와 함께 확실한 '영남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순봉 부총재와 김진재 의원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들의 주장 이면에는 PK정서를 흡수하지 못할때 YS신당창당등의 최악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한편으로 깔려있다. 또 YS가 DJ와 함께 3김부활을 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이 '안기부자금' 사건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총재에게 닥친 더 큰 문제는 '당 내부 추스르기' 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YS 및 '안기부자금' 사건에 대한 해법에 대한 견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당면 현안으로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한 당내 이견 조정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총재의 또다른 고민-당내 비주류 껴안기
YS에 대한 고민 못지않게 이총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당내 비주류다.
실제로 당내 비주류측에서는 연초부터 개헌론, 국가보안법 개정 등을 가지고 이총재에 대한 비판적 움직임을 본격화 할 계획이었으나 여권이 '안기부자금' 사건을 터뜨리는 바람에 특별한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 '안기부자금' 사건이 폭발 직전인 한나라당 내부 갈등을 해소시킨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도 " '안기부자금' 사건이 당내 비주류의 반발 움직임을 묶어 놓았다"고 말했다.
'안기부자금' 사건으로 상처를 크게 받은 이총재는 '반DJP 연대'를 강화하고 당내 비판세력을 껴안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3월로 예정됐던 당직개편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방향선회가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에 대한 YS의 반감이 가시지 않았고, 김영일 의원 발언으로 YS의 감정은 더 악화돼 있다. 더불어 이총재의 방향선회에 대한 당내 이견도 분분한 상황이다.
이총재가 조기 당직개편을 통해 당 내부를 추스르고 새로운 진용으로 현재의 수세적 국면을 되돌리려 시도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정국반전과 당내 수습 노력이 성공할지 여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여당은 정국반전을 꾀하여 명실상부한 대선의 깃발을 들었는데 한나라당은 수세탈출도 못하면서 다시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이제 이총재에게는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다시 쥐고 차기 대선국면에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려면 과연 어느 길로 가야하느냐는 정치적 선택만이 남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