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사회복지를 천명하면서 서민을 위한 의료복지제도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인 의료정책과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혹을...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사회복지를 천명하면서 서민을 위한 의료복지제도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인 의료정책과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혹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이르면 내년부터 일정 금액 이하의 진료비는 의료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환자가 모두 내는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가 시행된다. 또 의료보험료 일부를 떼어내 가입자별 의료저축계좌에 적립해 놓은 뒤 감기 등 가벼운 질환에 대한 진료비는 이 계좌에서 지급하고 적립액이 남으면 돌려주는 '의료저축제도'가 도입된다.

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은 31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의료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런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가벼운 질병으로 병의원을 필요 이상 이용하는 관행을 막아 의료비 지출을 줄인 뒤 여기서 남는 돈을 활용해 암이나 만성질환 등에 대한 보험 혜택을 늘리자는 취지이지만 소액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서민 층과 노인층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올 들어 지역의보 재정 잔고가 90억원에 불과해 당장 병의원에 지급해야할 보험급여비 350억원을 조달할 방법이 없게되자 국고에서 지난 달 3일 1,000억원을 긴급지원했다.

이처럼 보건복지부와 보험공단은 지역의보가 만성적 재정적자에 빠진 이유로 의료보험 적용 범위가 늘고 병의원을 이용하는 환자가 증가한 점을 들고 있다.

의료보험비 인센티브 제도?

이 제도는 보험재정난 해소방안의 하나로 강구되었다. 보험재정의 많은 부분이 감기 등 가벼운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진료비로 지급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질환의 진료비는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 대신 암같은 중증 질환은 보험 혜택을 늘리자는 것이 이 제도의 장점이다.

또 의료저축제도는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의 일부을 떼어 내 개인별 계좌에 적립, 가벼운 질병 진료비를 지급한 뒤 적립액이 일정액을 넘으면 가입자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가수요 성격의 진료를 줄이고 보험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현재 30%선에 머물고 있는 암 치료율을 45%로 끌어올리기 위해 2005년까지 위·간·대장·자궁·유방암 등 5대 암에 대한 전 국민 검진사업을 정부 주도로 적극 추진키로 하였으며, 의료비가 전액 국고에서 지원되는 1종 의료보호 대상자 하한 연령을 현재 65에서 61세로 낮춰 의료보험 대상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올 하반기에 보험료를 적정 수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보험료가 18% 인상되면 직장인의 월 평균 보험료는 5만276원에서 6만원 오르고, 지역의보 가입자는 3만 5,498원에서 4만 2천원 가량 오른다.

서민을 외면하는 의료보험 제도, 소액진료비 부담제

첫 번째로 대두되는 비판이 바로 '소액진료비 부담제'이다. 네티즌들은 소액진료비 본임부담에 관해 "병원출입을 자제했다가 더 큰 병 만들어 병원가라는 얘기 입니까?(김성용)",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의료보험기금 탕진하고 국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지 말라(고성룡)", "생전 병원 갈 일 없는 사람도 꼬박꼬박 의료보험을 낸다. 그런 의료보험을 실시한 목적이 저소득층 보호아닌가?(삥땅정권)"라며 잘못된 정부의 의료정책을 질타하고 있다.

소액진료비의 경우, 병원을 자주 찾게 되는 사람들은 직접 피해를 보게 된다. 가벼운 질환이라도 병원을 찾아갈 수 밖에 없는 어린이나 노인층이 있는 가정과 저소득층에는 부담이 늘 수 밖에 없다.

둘째는 이 제도는 지난해 1조원의 적자를 내는 등 파탄지경에 이른 보험재정 적자를 메우는 방안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즉 만성 적자 구도를 타파할 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적자를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

셋째로는 병원을 자주 찾게 되는 사람은 저축계좌의 적립금이 바닥이 나서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추가적립이 불가피하게 된 반면, 건강한 사람은 적립금을 돌려 받게 돼 환자를 위한 의료보험에 역기능하는 사회보험정신을 흐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여당도 반대하는 의료보험 제도

이 제도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민주노총·YMCA 등 2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건강연대는 1일 의료저축제도와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를 '국민건강권 파괴행위'로 간주하고 이들 제도의 도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회) 김용준 정책기획팀장은 "소액진료에 의료보험 적용이 안될 경우 어린이 감기와 같이 저렴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이 방치돼 나중에 더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며 "결국 치료비는 비싸지고 의료보험 재정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김성순 제3정책조정위원장도 1일 보건복지부의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 도입 방침과 관련해 "건강보험 재정안정과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서민들의 부담을 증가시길 우려가 있으므로 매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또 김위원장은 "의료보험제도는 서민의 부담을 줄이고 의료체계를 바로 세운다는 원칙 하에서 정비기 이뤄져야 한다"며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사제 처방료를 없애고 약값을 최대 20%까지 인하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역시 2일 정부의 의료저축제도 및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 추진과 관련, "노년층과 유아를 포함한 저소득층에 엄청난 부담만가중시킬 것"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현재 정부는 의료제도 개선에 '상황이 변하면 정책도 바뀔 수도 있다'라는 상황논리를 펴고 있다. 사실 정부와 여당은 의료보험 통합과 관련해 "의료보험 통합을 하면 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이 형평성을 갖게 돼 농어민과 저소득층의 보험료가 줄어들게 된다"고 선전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또 정부는 '의료보험이 통합되면 국고 지원 없이도 운영된다'고 했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현재 의료보험기금 만정적자를 줄이는 방안도 시급하지만 서민과 중산층 정부를 표방한 김대중 정부가 약자(弱者)를 무시하는 의료정책 실시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이다.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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