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3일 김우중 대우 전 회장이 수출대금 전용, 위장사업, 차입금 누락 등의 방법으로 41조원의 분식결산을 지시하고, BFC의 30여개 계좌를 통해 200억달러(25조원) 상당을 관리하면서 10조원의 불법대출...

대검 중수부(金大雄 검사장)는 3일 김우중 대우 전 회장이 수출대금 전용, 위장사업, 차입금 누락 등의 방법으로 41조원의 분식결산을 지시하고, BFC의 30여개 계좌를 통해 97년 10월부터 99년 7월까지 200억달러(25조원) 상당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10조원의 불법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속된 이상훈 전 전무로부터 김 전회장이 97∼99년 수입서류, 불법송금, 수출대금 전용 등의 수법으로 총 41억달러를 해외로 빼돌리고, 같은 기간 미화 157억달러, 일화 40억엔, 유로화 1천100만유로를 불법 차입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김회장의 신병확보가 가장 급선무로 대두되고 있다.

대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는 외형적으로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지만 10조원대로 추정되는 김우중 전회장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로 진전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외화 밀반출에 따른 재산 은닉과 비자금 조성 그리고 그 비자금을 이용한 정·관계 로비 가능성이 모두 조사 대상이다. 즉 김회장이 재계 서열 3위의 재벌그룹을 일구는 총수였으며 92년 대선 당시 출마 의사까지 밝히며 정계 진출에 깊은 관심과 대선 후보를 지원했다는 점 등 "김우중 비자금 리스트" 설도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 비자금 의혹의 핵은 김전회장이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관리해온 런던 금융센터(BFC). 이는 영국 런던 소재 (주)대우의 역외 별도 계좌로 해외투자를 위한 송금과 수익금이 모이는 저수지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곳에서 정부승인 없이 약 9조여원이 수시로 입출금 된 것을 확인하였으며, 돈의 향방은 오직 김 회장만이 알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 경영진 사법처리, 정재계 및 시민단체 일단은 당연한 처사...

대우그룹 경영진 사법처리와 관련하여 검찰이 회계법인 관계자들을 사기죄로 처벌하겠다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 동안 한국경제의 관행으로 묵인돼왔던 외형 부풀리기라는 단순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벗어난 고의적 사기행각이자 한국경제의 대외신뢰도를 저하시켜 경제위기를 가져온 원인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국 기업의 재무제표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그동안 외자유치를 힘들게 한 것이 사실이어서 재계도 긴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남궁석 정책위원장은 3일 "그동안 구조조정에서 금융기관에 책임을 돌렸으나 사실은 기업이 잘못한 것"이라며 "부실기업의 실상과 경영을 철저하게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야말로 진짜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며, 구조조정의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재계는 자칫 대우그룹 경영진 사법처리 문제가 자신들에게 불똥을 튀길까 전전긍긍하면서도 표면상으로는 당연한 처사란 반응이다.
재계는 "불법적인 분식회계가 밝혀진 이상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중견 D그룹 한 임원은 "이번 검찰의 조치는 우리 기업이 한층 투명한 경영을 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면서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경영 행위에 대해 마땅히 책임지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조치가 기업의 책임경영 풍토를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환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들이 구조조정과 실업의 고통 속에 있는데도 국민경제에 부담을 준 부실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김우중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해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 등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가경제를 흔든 불법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라고 김 전회장의 조속한 귀국을 촉구했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현정권 초창기 전경련 회장을 지낸 김 전 회장과 권력 핵심부간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던 게 아니냐"면서 "더욱이 언론과 야당 길들이기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데는 '사정 공포감'확산을 겨냥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대우사태를 보는 데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김 전회장이 경기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여권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한나라당과 김 전회장의 관계에 의혹을 갖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막대한 비자금 조성에 정부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여당 비호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이다.

검찰의 행보만큼 빠르게 대처하는 사람들

대우자동차 노조의 경우 해외 도피주인 김우중 전회장 체포를 위해 현상금 50만원을 걸고 노조원 1명과 민주노총 간부 등 긴급 체포조를 꾸려 이달 중순 프랑스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대우 소액주주권리찾기운동본부 임재춘(56)씨는 "회사 살리기에 나서야 할 사람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며 "김 전 회장장을 소환해 모든 진상을 밝혀 소액주주들들의 억울함을 달래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김우중 전 회장의 신병확보가 선행되어야 대우 스캔들의 전모가 밝혀질 것이라고 간주하고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미 검찰은 3일 김 회장의 개인비리 조사를 벌이는 한편 25조원 규모의 불법해외자산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상당액을 해외에 은닉한 혐의를 잡고 김 회장의 국내외재산을 파악, 몰수하는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12개 대우 계열사에 이미 21조원의 공적자금이 흘러들어 갔으며 계획대로라면 50조원 가량이 더 들어가야 대우부채를 정리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국민의 혈세가 더 이상 낭비 되도록 좌시해서는 안되며, 나아가 검찰의 대우 처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의 투명도를 높이는 시금석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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