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총재는 국회대표연설에서 '정치대혁신'과 '국민우선 정치'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정치대혁신'의 핵심인 '3김정치 청산'과 '지역주의 극복'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정치관계법 제.개정에 머물고 있어 정치공방적 수사(修辭)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6일 있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국회 대표연설의 화두는 '정치대혁신'과 '국민우선 정치'로 모아진다. 설 연휴 장고 이후 지난 30일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밝힌 '연내 정치개혁 완료'와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의 내용을 발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총재가 던진 '정치대혁신'과 '국민우선 정치'라는 화두에는 방향만 있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공허할 뿐이다.

본질적으로 정치대혁신이 되려면 그동안 이총재가 줄곧 주장해왔던 '3김 구시대정치 청산' '지역주의 극복'의 핵심이슈가 분명히 제기되어야 했다. 그러나 3김청산의 핵심이 빠진 이총재의 정치대혁신은 현 수세적 국면이나 넘겨보자는 '정치공방적 修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총재-'정치대혁신'과 '국민우선 정치'를 제기

이총재는 "정쟁을 끝내고 미래지향적인 정치로 나아가려면 제도화된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며,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정치보복, 지역차별, 부정선거 추방 등을 5대 개혁과제로 제시하고 새정치 구현을 위한 '정치대혁신'을 제안했다.

나아가 '안기부자금' 사건과 의원 꿔주기 등을 둘러싼 정쟁을 중단하고 △정치자금법 개정 △부정부패 방지법 개정 △정치보복금지법 제정 △선거법 개정 등 정치관계법 제·개정에 주력하자는 것을 했다.

더불어 이총재는 "지금 우리는 경제, 민생, 교육, 외교, 대북문제 등 모든 국정 핵심분야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면서 "수권정당으로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정치의 자정을 위한 '정치대혁신'과 함께 경제살리기 '국민우선 정치'를 펼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래지향적인 공세로 수세국면 타개 전략

이 같은 이총재의 양대 화두는 '안기부자금' 사건에 대한 대여 투쟁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안기부자금' 사건과 의원 꿔주기를 과거지향적 정쟁으로 돌리고, 정치관계법 개정 등을 동원한 '정치대혁신'이라는 미래지향적이고 공세적인 전략으로 현 수세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민생과 경제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모습으로 '국민우선 정치'를 보여 나가면서 '강한 정부론'에 입각한 '정권재창출'을 위해 파상적인 정부여당의 공격을 한 발짝 물러나 피해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이총재의 '정치대혁신'과 '국민우선 정치'라는 두 화두에 대해 민주당은 "늘 하던 얘기로 전혀 새로운 내용이 없다"면서 평가절하했다. 정대철 최고위원은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려는 진지한 자세가 결여돼 있어 아쉽다"면서 "야당 총재도 여당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부터 먼저 갖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3김 구시대정치 청산의 본질적 개혁 외면한 '정치 대혁신'?

이총재의 연설에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민주당의 지적도 지적이지만 이총재가 던진 두 화두가 기본적으로 대여 전략에 입각한 '정치공방 차원'의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정치대혁신'을 위해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현 정치권의 문제 핵심을 지적하고 이를 현실화시킬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 정치불신의 근본적 원인은 지역주의, 보스정치에 근거한 밀실·야합이라는 3김 정치의 구시대적 정치행태가 그 핵심이다.

한나라당 또한 3김청산을 주장하면서도 사실상 이 3김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특히 '영남편향적 정치행태'와 '안기부자금' 사건등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총재는 이러한 근본적인 정치개혁의 내용은 도외시한 채 '안기부자금' 사건이 국가 예산 유용이라는 여권의 공세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정치대혁신'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 정치권 일각의 평가다.

어떤 식으로든 한나라당이 '안기부자금'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책임을 지는 자세가 선행된 후 3김 정치로부터 파생된 정치자금 문제, 정치보복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회 대표연설에서 이총재가 어떤 식으로든 '안기부자금' 사건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총재는 이 부분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정치개혁신'을 주장했다.

더불어 이총재가 정치개혁의 핵심 과제인 3김 정치 청산에 미온적인 자세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이총재는 영남표를 의식해 YS와의 관계복원에 나섰고, 정책적 측면에서도 보수와 개혁의 좌우 양날개론을 견지하면서 DJ와 YS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평이다.

또한 남북관계 및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해서는 수구적 자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서 미래지향적인 정치대혁신을 말한다는 것이 상당히 모순된 입장아니냐는 반응이다.

지난 31일 한나라당 총재단회의에서 이부영 부총재가 "이총재가 3김 정치 청산을 주창하면서도 YS와 연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총재의 정치개혁 의지부족에 대한 지적으로 볼 수 있다.

여야 입장 차가 커 이총재의 구상 현실화는 미지수

아무튼 이총재는 '정치대혁신'과 '국민우선 정치'를 한나라당의 최우선 과제로 제기했다. 이는 정치보복금지법, 정치자금법 개정 등 정치관계법 제·재정으로 모아질 전망이다.

더불어 국민을 먼저 생각하면서 정쟁을 지양하고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자금법 개정, 정치보복금지법 등 정치관계법 제·개정에 여야의 이견이 커 이번 국회에선 이총재가 기대하는 정치관계법 제·개정으로 표현되는 '정치대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영술기자 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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