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16대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처음 하였다. 그러나 DJP공조를 위한 의원임대에 대한 응답보다는 자민련 정체성을 강조하며 제 살길 찾기에 나서겠다고...

자민련 김종호 총재대행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99년 당시 박태준 총재의 연설 이후 16개월만에 이루어졌다. 의원이적으로 최근에야 간신히 교섭단체 등록을 마쳐 16대국회에서 처음하는 대표연설이었기 때문에 세인의 관심을 모았다.

뿐만아니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부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이에 한나라당은 "주례가 신랑석에 섰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남의 덕에 대표연설을 하게되서 그런지 3당구조의 한 축이라는 당의 정체성을 알리고 한나라당,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 예상보다 강도높게 주장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종호 대행의 대표연설을 보면 민주당 덕으로 교섭단체가 되었지만 그건 그것이고 이제는 내 살길 찾겠다는 자민련의 입장을 확실히 하였다. 공조보다는 자민련 생존을 위해 당의 정체성을 더욱 확실히 하고 나서 DJP공조가 예상보다 빨리 흔들리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선거구제, 교섭단체 수 완화 주장

자민련 김 총재대행의 연설은 "공동여당으로 공조는 하되 정체성은 지킨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래서 민생현안과 정치개혁에 대해 자민련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남북관계와 노사관계 문제에서는 보수노선을 선명하게 밝혔다.

정치개혁과 관련해 '정치혁신위원회' 구성을 제의하면서, △대선구제로의 전환 △지구당 폐지 및 중앙당 축소 △교섭단체 5%(14석)로 완화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더불어 내각제의 필요성을 다시 제기했다.

이는 자민련이 정치제도 개편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려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며 내각제를 다시 들고 나온 것도 자민련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면이 강하다.

국보법, 노동관계법 개정 반대-더욱 보수화

한편, 자민련은 대북정책과 관련, "북한의 노동당 규약과 형법을 고수하고, 적화통일전략과 대량살상무기개발 등 공격적인 군사력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만 보안법을 개정할 수 없다"며 "남북간 적대적 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되고 국민의 공감대와 동의가 뒷받침될 때 개정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주장해온 '상호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완전한 변화를 확인한 후 보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더욱 강경 입장으로 변화한 것이다. 사실 자민련은 장기간 보안법 개정을 불가하다는 입장을 못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노사정위원회가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과 민주당이 추진중인 '모성보호강화 관련법'을 '구조조정을 저해하거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률'로 규정, 유보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안법 개정이나 노동관계법 개정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자민련의 보수적인 색깔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민주당-한나라당 양손에 쥔 자민련, DJP공조도 흔들

이렇듯 자민련이 보수적 색깔을 강조한 것은 그동안 교섭단체 등록을 못하면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수모를 격다시피 했던 점을 염두에 둔 듯 정체성을 특별히 강조한 연설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민련이 '민주당과의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보수적 정체성을 부각시키면서 향후 'DJP공조'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생문제 이외에 사사건건 민주당과 자민련이 불협화음을 낼 경우 'DJP 공조'에 금이 갈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 정치권 주변의 관측이다.

자민련이 'DJP 공조' 복원을 선언한지 얼마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선명히 한 것은 공조가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는 해석이 많다. 이념적으로 한나라당과 가깝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행동은 민주당과의 공조를 강조한 것에 숨겨져 있는 내막이 뭔지 궁금하다.

그러나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김종호 대행이 정치안정을 통한 경제회생에 중점을 두면서 우리 당과의 성공적인 공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데 대해 환영한다"면서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이견은 지속적인 대화와 조정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DJP공조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내심으로는 자민련 태도에 매우 못마땅한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 때문에 16대총선에서 교섭단체가 되어 그 때문에 한 첫 대표연설에서 민주당 부화만 지르는 말만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개혁완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민주당과 정부입장을 잘아는 자민련이 민주당과 공동보조를 맞춘다는 기본원칙을 무시하며 내각제니, 대선거구제니, 교섭단체 축소니 하며 자민련 제살길찾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대표연설에서 보인 자민련의 보수노선은 민주당의 개혁 완수와 전혀 부합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동여당 사이가 시간이 갈수록 사이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여권일각에서는 집권 초기처럼 다시 공동여당의 갈등 속에서 개혁 마무리라는 민주당의 과제 수행에 자민련은 짐만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