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무경선에서 2차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개혁과 화합'을 주장한 이상수 의원이 당선됐다. 이로써 민주당은 김중권 대표체제가 더욱 공고화됐는데...

보수, 중도, 개혁-3각구도 속에 이상수 의원 당선
1차 투표에서는 1∼2표 차이로 예측불허의 접전이 벌어졌다. 이상수 의원이 37표, 천정배 의원이 36표, 김덕규 의원이 34표를 얻어 총무경선이 치뤄지고 국회 본관 146호 회의실에는 일순간 탄성이 일기도 했다.
2차 결선 투표에서는 1차에서 김 의원을 찍었던 표가 대거 이 의원에게 몰려 68표로 38표를 얻는 데 그친 천 의원을 누르고 원내총무에 당선됐다. 1표는 무효처리 됐다. 김덕규 의원을 지지했던 34표 중 31표가 이상수 의원에게 몰렸다.
1차 투표에서 각 후보가 골고루 득표한 것을 보면 이번 경선에서 '金心'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金心'이 없는 가운데 중진 및 보수적 성향, 중도성향, 개혁성향의 일부 초·재선 등 각 의원들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2차 투표에서는 김덕규 의원에게 표를 던졌던 중진과 보수적 성향의 의원들이 어디로 갈 것인지의 문제여서 이미 결과는 나와있었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상수 의원은 일부 초·재선의원 및 중도성향 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3선이라는 경륜과 경험, 그리고 지난 총무경선에서 아깝게 2위로 고배를 마셨다는 점이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차에서는 김 의원을 지지했던 중진들과 보수성향의 의원들이 이 의원에게 몰려 신승했다.
더불어 이 의원은 한빛국정조사특위장을 사직하고 일찍부터 총무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각 의원들을 열심히 만나고 다녔다. 이 의원의 노력이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도 있다.
개혁세력 결집으로 선전, 그러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 못한 천정배 의원
천정배 의원은 '적극적인 개혁 추진'을 들고 나와 당내 초·재선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내려 노력했다. 결과 또한 개혁적인 초·재선의원들이 천 의원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으로 20표를 밑돌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을 깨고 36표를 얻어 2차까지 몰고가, 개혁적 초·재선의원들의 구심점을 세우면서 선전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개혁세력으로서 정치변화와 국회운영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경륜과 경험'을 기대하는 의원들을 모아내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였다는 점도 같이 지적된다.
김덕규 의원은 중진들과 보수 성향의 의원들에게 지지를 받고 이들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이다. 중진들은 그동안 당이 초·재선 중심으로 이끌려 가고 있다는 것에 못마땅해 하고 있었던 점으로 보아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중권대표 체제 안정적 공고화
이번 총무경선 결과는 '김심'이 작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신임 이상수 총무는 인사말에서 "투표결과 우리 당이 보수와 중도, 개혁을 골고루 갖춘 정당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당내 여러 계층의 의견을 반영하고 토론을 통해 당론을 결집, 대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이러한 선거결과를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민주당이 당론을 결정해 나가는 과정이 주목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이상수 원내총무 당선은 김중권 대표 체제의 안정적 공고화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한다. 이 신임총무가 중도적 입장이기도 하고, 이전부터 김대표가 이 의원을 지원한다는 소문이 민주당 내외에 나돈 것으로 미루어 당운영에 이어 국회운영까지 김대표가 장악했다는 것이다.
김대표 체제가 '강한 여당'을 만드는 데 일정정도 성공하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상황에서 김대표 체제의 국회운영 과정에서 대야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그동안 '강한 여당'을 표방한 김대표가 들어선 이후 의원임대, 안기부자금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대야관계가 매우 경색되게 전개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김대표의 지원을 받은 이상수 신임총무에게 그가 출마연설에서 말하였듯이 '개혁과 협상'의 묘미를 잘 살려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한나라당도 조만간 당직개편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여야 모두 국회 대표연설에서 '민생우선의 정치, 정쟁중단'을 선언하여 이후 여야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