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중권 대표의 '강한 정부, 강한 여당' 의지 표명이후 정부와 민주당 사이에 각종 정책 발표와 관련한 긴장 기류가 맴돌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당과 정부 사이의 주도권 싸움때문인데...

잇단 당정 마찰! 조율안된 공세적 정책 발표, 혼선과 부작용만 낳는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중권 대표의 '강한 정부, 강한 여당' 의지 표명이후 정부와 민주당 사이에 각종 정책 발표와 관련한 긴장 기류가 맴돌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당과 정부 사이의 주도권 싸움때문. 민주당은 김중권 대표와 남궁석 정책위의장 체제 출범 직후부터 정책결정의 '당 주도 원칙'을 누차 강조하고 있으나, 행정부는 내심 공을 빼앗기는 것을 달가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정간 갈등이 초래된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가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밝혔던 '소액진료비 본인 부담제 도입 검토' 발언.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그 이유는 물론 국민 반발이 적지않게 우려되었기 때문.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민주당은 즉각 김성순 제3정조위원장 명의로 '당정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2월 3일 고위당정협의회의에서는 남궁석 정책위의장이 최선정 장관을 향해 "똑바로 하라"고 소리쳤다는 후문이다.

지난 30일 김중권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소득분배구조개선계획'도 마찬가지. 김중권 대표는 이를 통해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고 있는 것처럼 언급했으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주무부서인 기획예산처와 재경부에서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처지였던 것.

얼마전 민주당 재해대책특별위원회가 폭설 피해 농어민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았던 것도 당의 밀어부치기에 정부가 굴복한 사례중의 하나로 꼽힌다. 당초 종전 수준 이상의 이재민 지원은 곤란하다는 행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당정간 미합의 사항까지 최종 결정된 것처럼 언론에 발표함으로써 정부를 돌아서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정부는 당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

최근 사학비리 근절을 목표로 민주당이 준비중인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교육관련 3개 법안은 당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당초 민주당은 사립학교 관계자들의 반발과 로비를 피하기 위해 법안 마련을 비공개로 추진해 왔으나, 법안 개정에 적극적이던 몇몇 의원실에서 정보가 새 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지금 민주당은 법안과 당론의 확정에 비상이 걸린 처지. 민주당이 전교조 등 교육단체의 건의를 대폭 수용해 마련 중인 교육관련 법안에 대해 교육부는 '과연 의욕 만큼 잘 처리되겠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사제의 의약분업 대상 포함 여부로 당정간에 팽팽한 대립이 지속되었던 약사법 개정안도 당정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기는 마찬가지. 이로 인해 민주당과 보건복지부는 국회 상임위에서 내부 싸움을 벌여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성의 권익 향상과 모성 보호를 위해 모성 관련법의 개정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해왔지만, 근로기준법, 남녀교육평등법, 근로자복지 기본법의 경우 노동부의 비협조로 이번 회기 내 법안 통과조차 미지수인 형편이다. 또한 의료보호법의 경우 7천억원 규모의 예산 소요를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기획예산처 사이의 갈등 속에서 민주당은 눈치만 보고있는 형국이다.

국민보건 증진을 위한 담배 값 인상 검토,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 25조원으로 확대 등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발표하는 각종 정책도 그 부작용까지 치밀하게 검토 안된 상태에서 이루어지기는 마찬가지. 연초의 담배 값 인상에 이어 대통령이 또다시 담배 값 인상을 언급하자 흡연가들 사이에서는 분개의 소리가 높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 확대에 대해서도 4대연금의 부실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는 반대론이 만만치 않은 상태이다.

지난 3년 동안 민주당과 정부는 잦은 정책 혼선과 시행착오로 인해 예기치 않았던 국민적 비판과 저항에 직면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또다시 민주당과 정부는 '강한 정부·강한 여당'의 화두 앞에서 마치 당정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각종 법안과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 이에 따른 당정간 불협화음도 만만치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정책 결정의 주도권 확보에 앞서, 민주당과 정부가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국민의 편의와 권익향상이 아닐까 한다.

이응석기자winad@ewincom.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