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으로 인하여 내년 지방 선거가 한두달 앞당겨 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여야는 선거에 대비해 조직 확장에 부산하며, 여야 중진급 인사들도 소위 '빅3'라고 일컫는 서울, 부산 시장 및 경기도 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물밑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2002년 6월 13일(목요일)로 예정되어 있는 지방 선거가 한 두 달 앞당겨 질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5월31일∼6월30일)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투표율 감소를 우려한 여야가 선거일정을 앞당길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내년 지방 선거는 대선을 앞둔 '전초전'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아직 선거를 치르기까지는 1년 이상이 남아 있지만, 여야는 연초부터 각 시·도지부 및 지구당 조직을 정비하고 당원을 늘리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여야, 지방선거 대비 조직확장에 부산

민주당은 이미 당원 5배가 운동에 돌입,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대비한 조직정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이다. 이미 지방선거에 대비해 56만명의 정예당원을 양성토록 전력을 기울이라는 특별지시를 각 지구당에 내려보냈으며 당 조직위원회를 중심으로 직능·지역조직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자민련과의 지분 협상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14일과 16일 시·도지부장 및 시·도지부 사무처장 회의를 잇따라 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조직을 점검하고 지방선거 후보를 사전에 스크린하기 위해 중앙당 차원에서 특별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또 공천을 노린 경향 각지의 정치지망생들 사이에서는 실세인사 줄대기 등 경쟁이 날로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중진급 인사들도 광역단체장 자리를 둘러싸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차차기' 대선 후보의 관문으로 통하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 광역단체장 자리는 자천타천으로 후보자가 거론되는 등 기세 싸움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민주당-고건, 한광옥, 김근태, 이해찬 한나라당-홍사덕, 서청원, 이부영, 최병렬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의 당선여부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수도권 표심을 반영하게 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뿐만아니라 후보자에게는‘차차기 대선주자’로서 선점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때문에 서울시장 선거는 당과 후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선거가 되므로, 서울시장 후보로 여야 거물급 중진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고건 현 시장과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서울을 지역구로 가지고 있는 중진급 의원인 김근태, 이해찬 최고위원 등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고건 시장은 차기 대선 쪽에 무게를 둔 행보를 보여주고 있지만 재선 가능성도 다분히 남아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고 시장은 대권과 관련한 일체의 인터뷰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으며, 시장 재직 동안 원만히 서울시 살림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도 두 번째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해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사이다. 지난번 선거 때도 뜻을 세웠다가 막판에 고시장에게 공천을 양보했었다. 한실장은 적절한 시기에 당으로 복귀해 출마여건을 탐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초대 민선 시장 선거에서 선거를 지휘하였으며, 이후 정무부시장을 지낸 이해찬 의원도 교육부 장관과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경륜을 바탕으로 강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또한, 당내 개혁파 리더인 김근태 최고위원은 당내 소장파의 지지를 바탕으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총재가 유일한 차기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차차기를 노리는 중진급 인사들의 물밑 경쟁이 뜨겁다.

유력한 후보로는 홍사덕 국회부의장, 서청원 지도위원, 이부영, 최병렬 부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홍사덕 부의장과 이부영 부총재는 대중적 인기도와 개혁적 이미지에서, 서청원 의원은 이 총재의 두터운 신임과 김영삼 전대통령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각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최병렬 부총재는 지난 6.4선거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으로 출마한 경험이 있고 이총재의 신임이 남다르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홍사덕 국회부의장은 과거 민주당에서 조순 전시장에게 공천티켓을 밀린 뒤에도 서울시장에 뜻을 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영 부총재는 당내 개혁파의 지지를 바탕으로 출마 가능성을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으나 최근 이회창 총재의 노선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 공천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 밖에 한나라당에서는 비주류 포용차원에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김덕룡부총재와 임명직 서울시장과 총무처장관, 청와대행정수석 등 화려한 행정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상배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경기도지사 - 민주당 임창열 현지사와 한나라당 손학규 의원의 재대결 가능성 높아

지난 대선에서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의 대선 출마로 그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입증됐던 경기도지사에는 임창렬 현 지사와 한나라당 손학규 의원의 재출마 여부가 주목된다.
그밖에 민주당에서는 안동선 의원, 김영환 대변인, 한나라당에서는 안상수 의원, 이재창 의원, 전용원 의원등 지역구의원들도 거명된다.

임창열 지사는 재임중 경기은행 퇴출과 관련해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었으나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고 풀려나서 도정에 복귀했다. 2월말 예정된 선고 결과에 따라 임창열 지사는 재선에 도전해서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의 안동선 의원은 분위기만 조성되면 언제든지 출마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에서는 지난 지방 선거에 한차례 도전 경험이 있는 손학규 의원과 대변인을 거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안상수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부산시장 후보 줄이어, 그러나 YS가 변수

부산시장에는 안상영 현시장이 재선고지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중진급 정치인들이 공공연히 후보 출마를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의 분위기로 볼 때 깃발만 꼽으면 당선이 무난할 것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후보들간 경쟁이 치열하다.

안상영 현 시장외에도 권철현 대변인, 김진재 부총재, 정의화, 김형오 의원 등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출마 예정자로 거론되고 있다. 안상영 현시장이 중진급 인사들을 제치고, 재공천 티켓을 딸 수 있을 것인지도 이번 한나라당 공천에 관심사이다.

부산은 지난 6.4선거에서 한나라당 안상영 후보와 무소속 김기재후보가 막판까지 당락을 판가름 할 수 없었던 박빙의 대결을 보였다. 이러한 선거양상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후보 문제였다고 판단하고 있는 한나라당에서는 이번 후보 공천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 외에 마땅한 후보가 없다. 그러나, 노장관마저 시장보다는 차기 대선에 무게를 둔 행보를 하고 있어, 후보선정에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인물로는 김정길 전청와대 정무수석과 김기재 최고위원등이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또하나의 변수는 'YS'이다. YS가 과연 어떤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도가 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과 같이 이총재와 YS사이가 대립적이라면 부산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시장이라는 변수가 등장할 것이다.

16대 대선 판도에 결정적 영향

지금까지 두 번의 지방선거를 치렀지만 95년 6.27 선거는 96년 총선에 약 일년에 가까운 시간을 앞서서 치러졌다. 또 98년 6.4선거는 대선이후에 치러진 선거로 대선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2002년 지방선거는 대선을 불과 반년 앞두고 치러지기 때문에 그 어느 지방선거보다 경쟁이 뜨거울 전망이다. 지방 선거의 결과가 대선의 향배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차기 대선구도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 이외에, 3김 이후 지역표들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정치판도의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탈지역적인 표심의 향배에 맞추어 탈지역주의를 표방하는 새로운 정당이나 후보가 나올 것인가 하는 것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중요성을 갖고 있는 내년 지방 선거가 조기 과열 양상을 띨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일부 현역 단체장들은 판공비를 수억원 씩 늘려 잡으며 선심성 지출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 일부에서는 사전선거운동 및 관권선거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지방 선거는 그 중요성으로 인하여 조만간 정치권의 빅 이슈로 곧 떠오를 전망이다.

우유신기자(milkgod@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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