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대선후보중 대세론을 장악하고 가장 승승장구를 달리던 이총재가 최대 위기에 빠졌다. 이총재는 대선가도를 탄탄히 다지려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하나

한나라당 이회창(67) 총재는 한국 정치사에서 여러 가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대쪽판사 이회창은 YS정권시절 '세대교체와 개혁'의 상징으로서 정계에 입문하여 1년 반만에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에 오른 것이나 대선 패배 후 시련을 딛고 총재에 복귀, 16대총선에서 공천 파동을 넘어 한나라당을 제1당(133석)으로 끌어올린 것도 놀랄만하다.

더욱 기록적인 사실은 이회창 총재가 대선을 2년 남겨두고 사실상 야당의 유일한 대통령 후보로 입지를 굳혔다는 점일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후보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과거 야당 시절 양김씨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정치입문 5년 만에 제1당을 이총재처럼 장악한 사람은 한국정치사에 없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최근 '반昌'연대가 구체화되고 YS까지 이 반昌연대에 합세하면 '신3김연합'의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총재의 대선가도에 위험신호가 켜졌다. 이 때문에 그동안 건재했었던 '이회창 대세론'도 최근에는 그 위세가 약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있다.

이회창을 돕는 사람들

이총재의 대선에 함께 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우선 최병렬 부총재, 정형근 의원등의 '영남과 민정계 출신의 중진그룹'은 상당히 보수성이 강하고 현재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며 이총재에게 가장 영향력이 강한 그룹이다. 이 그룹은 영남기반을 잃으면 한나라당 기반이 와해되므로 '영남과 보수'를 이총재의 기반으로 삼고 이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그룹은 '이총재의 보수목소리'를 보다 강화하고 'YS'를 껴안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 매우 강하다.

또 다른 당내그룹은 16대총선에 들어온 '소장파'들과 맹형규의원이 이끄는 '대선기획단'이다. 이들 그룹은 이총재에게 '개혁성'을 강조하며 '반3김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계속 강변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수도권중심의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어 최근 수도권에서 한나라당과 이총재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과 이총재가 보수화되고 있기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뿐만아니라 DJP + 허주 (+ YS)의 여당의 반昌 정계개편에 맞설려면 '반3김 개혁'이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매우 강하고 'YS'와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들의 영향력은 당내에서 그다지 크지 않다.

대부분 이총재의 대선전략과 행보는 주로 이들 당내 그룹들의 역학관계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고 한다.

15대대선부터 줄곧 이총재의 선거에 영향을 미친 사조직은 이총재가 당을 장악하지 못했던 15대대선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최근 당을 장악하면서 이들 사조직들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감소한 상태이다.

대표적인 그룹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 인맥. KS조직은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그룹이지만 정권의 하수인 노릇만 해왔다는 불만이 쌓여있는 그룹으로 '이회창 대통령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다른 핵심 사조직은 '법조계 인맥'이다. 변호사회, 사법서사회, 고시동기회가 주 법조계 인맥이며 이 관리 책임자는 황우려 의원이 맡고 있다.

그밖에 당외조직인 여의도 연구소장이었던 윤여준의원이나 현 소장인 유승민 박사의 영향력이 비교적 크다는 평이다.

이회창 시대를 열기위한 과제들

그는 현재 대권주자중 가장 경쟁력있는 후보임에는 분명하다. 높은 지지율, 제1정당의 총재, 영남기반과 사회주류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정권탈환을 꿈꾸며 '이회창 대세론과 대안부재론(유일대안론)'으로 뭉쳐있다.
게다가 그가 '보수와 영남'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그에게는 동시에 '개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때문에 그는 21세기 새로운 정치지도자로 나설 수 있고 30-40대 젊은 층에서도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남기반이 흔들리고 있으며 그의 개혁성이 약화되면서 젊은 층의 지지가 떨어져 나가고 있고, 보수층 역시 그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반昌연대는 이총재의 최대기반인 영남기반을 두동강내고 충청표까지 흔들 위력적인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위기에 선 이회창총재 무엇을 해결해야 대선가도가 탄탄해 질 것인가.

"이총재의 정치비전은 무엇입니까?" 반DJ만 있는 이총재 -①

이총재는 15대대선때 『3김청산』을 내세웠다. 구시대와 차별화된 새로운 정치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그러나 그 소신은 지금 많이 퇴색해가고 있고 뚜렷한 정치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DJ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는, 그가 청산되어야 할 제1대상으로 지목했던 DJ에게 정치적 생존을 위협받았다. DJ의 '이회창 죽이기'에 맞서기 위해 이총재는 반3김을 '반DJ'로 바꾸어 반dj 선봉장으로 나섰고 이 '반DJ'투쟁이 이총재를 탐탁지않게 여겼던 의원들을 묶어내면서 꿋꿋이 버티게 해준 버팀목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21세기 첫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총재에게서 21세기 정치비전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총재의 청산대상이었던 DJ는 통일비전과 경제개혁을 내놓았고 그에 입각하여 국정을 운영해 가고 있다. 그러나 이총재에게는 그 비전이 없고 오직 '반DJ'밖에 없다는 평이다.

또한 반DJ, 반3김을 외치면서도 그의 정치행태는 '3김정치'와 같다는 비판을 당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듣고 있다. 최근 당내 비주류들의 반발 역시 그의 3김정치식 보스정치, 지역주의 정치 스타일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기인했다.

DJ의 정치적 실수나 자충수에 의한 반사이익에 기대왔던 이총재는 DJ집권3년을 완전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제 이총재가 할 일은 명실상부하게 DJ를 넘고, 3김을 넘어선 '21세기 정치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군은 몰려오는데 YS는 우군인가 적군인가" 반昌연대와 YS -②

작년 김중위 위원장의 말이 이총재의 귀를 후벼파는 요즘이다. 김 위원장은 "1992년 14대 대선에서 여권이 했던 것처럼 「DJ 고립화 작전」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JP를 잡고 YS를 찾아가 「선배님 도와주십시오」라고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JP와 YS를 아군으로 만들고 보수우익 세력을 지원세력으로 엮어내라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오히려 민주당쪽에서 DJP공조와 더불어 이총재가 버린 허주를 보듬어 안아 '반昌연대'를 만들고 여기에 YS까지 껴안고 '영남후보론'을 내세워 '신보수대연합' '신3김정치부활'을 꾀하고 있다. 여권이 쉴 틈도 없이 몰아붙이며 추진하고 있는 정계개편의 화살이 점점더 이총재 가슴을 향하여 날라오고 있다.

여권의 정계개편은 김위원장이 작년에 주장했던 대선전략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러나 이미 한발 늦었다. 게다가 '영남후보론'을 제기해온 YS마저 합류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편승하여 박근혜 부총재와 당내 영남인사들의 동요까지 이총재의 설 땅이 순식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총재 핵심측근이 밝혔듯이 올한해 이총재의 최대과제는 『당 지키기』이다. 여권이 연합군을 만들어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당을 지키고 당권의 공고화해야만 이총재의 앞날이 있기 때문이다.

이총재는 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과 대권가시론을 목도하고 있지만 아직 『당 지키기』의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이총재는 현재 대선승리를 위해 대국민 포용정책을 보이고 YS를 끌어안기가 가장 시급한 형편이다. 때늦은 감도 있지만 JP와 김윤환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는 측근들의 의견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는 여전히 '3김 청산론'을 주창해야하는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3김청산을 주창하면서 YS와 JP를 끌어안을 수는 없기때문이다.
이총재는 얼마전 'mainstream론(주류론)'을 제시하며 자신이 구여권의 대표임을 간접적으로 표시했지만 그 약발이 여권의 정계개편으로 잘 듣지 않고 있다.

현재 꼬여있는 YS와 JP관계를 회복하는 길이 대선의 핵심전략이라고 판단하는 한나라당 핵심층에서는 '보수층등 사회주류와 영남'이 바라는 이회창을 만드는 길 뿐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흔들리는 마음을 무엇으로 잡을 것인가" 몸따로 마음따로 비주류와 소장파 -③

이총재는 5년이라는 짧은 정치 경력에 비해 너무 많은 정적을 만들어 놓았다. 이총재를 결정적인 순간 3번씩이나 도왔다가 공천에서 탈락한 김윤환 현 민국당 대표, 1997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3위를 한 뒤 대선 당시 대표를 맡아 이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이한동 의원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외에 이총재와 1997년 신한국당 후보 경선에 나섰던 경쟁자들 중 이인제 이홍구 이수성 박찬종씨 등은 이총재와 등을 돌렸거나 아예 적진의 장수가 되어 있다.

이들과 '적'이 되면서도 붙잡은 사람들이 16대총선에 들어온 젊은 소장파들과 지금은 비주류로 분류되는 박근혜, 이부영부총재와 김덕룡의원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과 이총재는 지금 상당히 갈등을 겪고 있다.

이총재 핵심들은 이들에 불만이 많다. 젊은 소장파들은 이총재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여당'의 소장파들과 연대해 크로스보팅을 추진하고 있고, 비주류 중진의원들은 이총재의 1인독재 당운영에 비판을 가하며 개헌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으며, 또 이부영부총재는 이총재의 보수노선에 반발하며 보혁논쟁을 하자고까지하며 '개혁세력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총재가 지도력이 없고 포용력과 대중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지만, 그것이 단지 이총재의 포용성 부족만이 아니라 이총재가 갖고 있는 개혁과 보수 양쪽을 거머쥐겠다는 『이회창의 양날개론』으로 개혁진영도 보수진영도 모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변하지 않으면 차기도 없다", 대중에 적응하지 못한 대중정치인-④

'뉴 이회창 플랜'을 준비하는 핵심참모들이나 그를 아는 사람들이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한 마디가 바로 "변하지 않으면 차기도 없다"라는 말이다. 그 변화해야할 1차적 과제가 이총재의 포용력부족과 비대중성이라는 것은 이제 귀에 못이 박힐 정도이다.

이총재를 가까운 거리에서 접했던 인물들은 한결같이 '아랫사람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지켜주거나 따뜻하게 다독거리지 못한다' '가까이 있으면 칭찬보다는 야단을 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헤어질 때 잘못 헤어져 다음 만남을 어렵게 한다' 고 평가한다. 또 그가 악수를 할 때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악수를 청하지 양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청하지 않는다는 측근의 말속에서도 알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이총재 곁에는 '충성파'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또 정국이 조금만 불리하면 금방 당이 흔들리고 그의 부족한 친화력, 포용력때문에 '표'를 많이 잃어버리고 있다.

때문에 이총재 진영으로는 조직강화나 대중적 지지도 회복에 있어서 그의 대중성 확보가 최우선의 사활적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사실 이총재는 여야 대권후보군중 가장 경쟁력이 높지만 그의 지지율은 생각보다 높지는 않다.

올 연초 여론조사에 의하면 중앙일보는 한나라당 24.8%, 이회창17.4%, 한겨레는 한나라당20.3%, 이회창 10.8%, 문화일보는 한나라당 23.4%, 이회창 17.2%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총재가 당 지지율보다 밑도는 결과가 나왔다.
뿐만아니라 여야 후보 가상대결에서도 이총재의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게 나왔다. 이회창 : 이인제 35.9% : 38.9%, 이회창 : 노무현 35.4% : 36.5%(동아 2.22), 이회창 : 이인제 40.4% : 37.5%, 이회창 : 노무현 42.7% : 32.5%, 이회창 : 고건 39.9% : 33.6%(경향 2.23)로 오차한계 범위 내에서 접전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부드러운 이회창' '국민우선정치'를 표방하며 '대중을 찾아가는 정치인'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지만 아직 피부로 와닿지는 않고 있다. 그의 이미지변신 실험이 성공할지 주목되고 있다.

"왜 타이밍에 약한가" 양지에서만 자란 모범생의 한계 -⑤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이 말하는 이총재는 '실기'를 자주 범한다고 평가한다. 한 인사는 '이총재는 정치 이슈에 대해 두 템포가 늦다'고 말한다. 즉 정치감각과 정치적 순발력이 3김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양지에서만 자란 '모범생' 기질 때문이라고들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던 남북관계를 강한 어조로 비판한 지난 8월 김영삼 전대통령의 기자회견문은 대표적인 경우다. 이총재가 머뭇거리던 사이 정치적 판단에 있어서는 거의 동물적인 김 전대통령이 치고 나감으로써 이슈를 선점하고 순식간에 보수세력이 힘없는 YS에게 몰리게 된 것이다.

또 지난해 JP가 제주도에서 10일 간이나 기다리면서 이회창 총재의 원내교섭단체 의원 정족수 조정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다 결국은 민주당 의원 3인 이적을 통해 DJ와 합당을 하게 만든 것도 역시 마찬가지 예다. 한마디로 사람과 부딪히면서 해온 정치가 아니라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시작한 온실정치이다 보니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해 너무 '무감각'하고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이 총재가 당시 정치적 감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충분히 DJP 합당을 막을 수도 있었고 지금과 같은 사면초가의 최악의 상황까지는 치닫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오는 기회를 잘 노친다는 것이다. 타이밍을 놓지지 않고 그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역동성과 유연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총재의 한계에 대해 구로다 가쓰히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재판관은 법률에만 충실하면 됐지 여론에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판사는 적어도 일본에서는 정치가가 되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판사직의 비정치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특히 이런 이 총재의 모습은 YS와 비주류 인사들과 관계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YS의 푸대접에 자존심상해 다시 YS를 찾아가지 못하여 결국 YS와 대립적 관계로까지 치닫게 된 지금의 모습이나, 당내 비주류들의 비판이 두려워 그들과 허심탄회한 자리한번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더니 결국에는 비주류들을 밀어내는 형국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총재는 3김에게서 다른 것은 말고 『사람 다루는 법』은 배워야한다는 푸념 섞인 말들도 나오고 있다.

대중속에서 민심을 먹고 자라야 하는 대중정치인 이총재는 변화무쌍한 민심을 잡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타이밍을 한번 놓치면 또다시 그러한 기회가 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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