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의료대란에 이어 주사제 의약분업 파문이 일고있다. 여야간의 의견대립, 약사회의 강경대응과 국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 국론분열 양상마저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8일 본회의를 통한 약사법 개정안 처리는 4월 임시국회로 미뤄질 것으로 보여 주사제 의약분업을 놓고 진통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간, 의약사간 이견뿐만아니라 국민들 조차도 주사제 의약분업 제외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국론분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약분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경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의약분업에 대해서는 아직 국민적 합의와 조율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주사제 의약분업 놓고 여야 대립, 당내 갈등
여야는 지난 22일 보건복지위원회 통과 당시,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크로스보팅으로 처리하기로 하였으나 이후 당론 대응으로 선회하였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5일 양당 정책협의회를 열고, 주사제 중 15%를 차지하는 일반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으로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여 원칙적으로는 '주사제 의약분업 포함을 당론'으로 결정하였다. 양당은 주사제의 85%를 차지하는 차광주사제 및 냉동. 냉장이 필요한 주사제는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하되 15%를 차지하는 일반 주사제는 의약분업에 포함시키기로 하고 수정안을 국회에서 관철시키기로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5일 당사에서 이회창 총재 주재로 열린 총재단 회의를 열고, 지난 달 22일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대로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여당측이 보건복지위의 약사법 개정안을 수정, 주사제의 약 15%를 차지하는 일반주사제를 의약분업에 포함시키려는 것은 국민 편의를 무시한 처사"라며 비난하였다.
그러나 당론이 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보건복지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이상수 원내총무의 만류에도 22일 약사법 개정안 표결에서 '주사제 의약분업 제외'에 찬성하여 당론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김홍신의원은 당론과 달리 주사제를 의약분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대한약사협회, 직접조제와 10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키로
반면 대한약사회 회원 6천여명은 4일 오후 2시 30분 정부과천청사 앞 공터에 모여 개악 약사법 불복종 전국 약사 결의대회를 갖고 주사제 의약분업 제외 방침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5일부터 의약품 낱알 판매를 실시하는 등 약사법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 밝히고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하는 '약사법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즉시 직접조제와 전문의약품 판매 형태로 '2단계 분업거부 운동'에 돌입키로 결의했다.
약사회 16개 시.도지부장들은 8일 국회와 한나라당을 항의방문한 뒤 서울 서초동 약사회관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갈 예정이고, 이번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주사제 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현재의 '일반 의약품 낱알판매와 주사제 의약분업 지지 1000만인 서명운동'을 병행키로 했다.
이렇듯 약사회의 강한 반발은 의약분업이후 약국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해진 약국의 열악한 상황때문에도 더욱 강경하다. 약국 20%가 전체 처방전의 60%를 쓸어가는 반면 40%를 차지하는 동네약국에서는 처방전의 8%만을 차지하여 동네약국들이 폐업위기에 놓여있는 상태다. 병원과 연계가 잘되있는 약국과 그렇지 못한 약국간의 양극화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약사회는 의약분업이후 열악해진 약국현실에 주사제까지 병원에서 처방한다면 문을 닫는 약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때문에 약국의 생존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번 '주사제 의약분업'파문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도 찬반론 팽팽히 맞서....
주사제분업과 관련 복건복지부와 e윈컴등 사이트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의견을 보면 국민들 사이에서는 아직 '편의의 문제'와 '국민건강을 위한 주사제 오남용 방지'차원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히 갈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아일보는 한국통신엠닷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6일 주사제의 의약분업 제외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았는데, 494명이 응답한 결과는 제외해야 한다’59.9%, 제외하지 말아야 한다’40.1%로 나타났다. 또한 e윈컴 evoting에도 총 187명 참가에 찬성 77명 41.2%, 반대 96명 51.3%로 조사되어 아직 주사제 분업에 대한 합의된 의견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아이디 'grace'는 e윈컴 게시판에 "현재의 의약분업으로 처방 따로 주사 따로인 제도가 당장 아파 죽는 사람에겐 상당히 불편하다", 아이디 '생각해'는 "아파 죽겠는데 언제 약국가서 주사약 구입해 또 병원가서 주사맞고 그러다가 진짜 죽겠다."며 국민불편을 호소했다.
또 아이디 '최정규'는 "약국에 독점권을 주지 않더라도, 오남용은 병원을 관리하는 지침으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왜 굳이 환자들에게 불편케, 약국에게만 주사제등 약의 판매를 독점케 하느냐?에 궁색한 답이라도 할수 있는가?"라며 주사제의 의약분업에 반대의견을 피력하였다.
이해 당사자들인 의. 약사들도 주사제 의약분업 처리 여부를 놓고 여전히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게시판에 아이디 '전주약사'인 네티즌은 "조그만 틈만 보이면 선택임의분업을 주장하며 은근슬쩍 피어오르는 독버섯 같은 존재들" 이라고 의사들이 이번 주사제 의약분업 제외에 관여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아이디 'pharm'인 의사는 현 의료현실의 문제를 지적하며 "주사를 선호하는 국민들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이디 '참약사'는 "약물, 약제학 교과서에 의하면 주사제는 응급한 환자나 경구투여가 불가능한 환자에 한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약국에 비치하는 것은 웃기다" 라고 말하며 선진국에서는 주사제의 분업 포함여부가 명문화되어 있지 않음을 지적하며 주사제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계와 의사협회에서도 이번 주사제 의약분업 논란에 대해 각각 입장을 발표했는데, 서울대 심창구 약대 교수는 "주사제 문제에 대한 인식은 약물이 아닌 주사행위 자체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 밝히면서, 주사제 의약분업 제외시 의사들의 오.남용에 따른 위험을 지적했다. 의사협회는 2일 성명을 내어 "아무런 의학적 근거없이 주사제 감축 목표를 세우는 것은 엄연한 진료권 침해다"라고 밝혔다.
국민의 생명과 편의를 존중하는 의약분업이 되어야...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3월 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의약분업은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의약분업의 목적은 의사, 약사간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해서다. 그러나 정착과정에서 국민건강뿐아니라 국민편의, 의·약사간의 이해관계등이 얽히면서 의약분업에 따른 부작용이 잇따르는 등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국민들은 이번 주사제 의약분업과 관련하여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의약분업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편의문제에 있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등 의약분업에 대해 '편의와 국민 건강'에 따라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의약분업에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층이다. 서민층은 비싼 병원보다는 동네약국에서 구입한 약으로 임시방편적으로 병을 치료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문에 병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고, 의약품의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에 처해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민들은 마음먹어야 들어설 수 있는 '높은 문턱'의 병원을 거의 찾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진정 '국민건강'을 위한 의약분업이 되려면 우선 병원문턱을 낮추는 의료서비스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여당은 주사제 의약분업 추진에만 지나치게 몰두하여,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눈감아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