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대세론'의 기반인 영남지역의 이총재 지지도가 흔들리고 있고, 정치적 공백상태도 커지고 있다. 이에 여권 대선주자들의 영남지역 구애공세도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데...

최근 정치권은 '영남후보론'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영남후보론'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중권 대표조차 외형적으로는 '영남후보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대선 주자들은 김 대표를 겨냥해 '영남후보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에 한나라당도 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영남후보론'이 이회창 포위전략에 따른 영남권 잠식으로 보고 이를 미연에 차단함과 아울러 여권의 대선 후보군들의 내부갈등을 증폭시키겠다는 것.

특히 한나라당이 '영남후보론'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은 '이회창 대세론'의 근거지인 영남지역에서 최근 이총재에 대한 지지도가 흔들리고 있음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영남지역-이총재 지지도에 이상기류

영남지역의 이총재에 대한 지지도는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총재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김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TK지역에서 12%로 상승하고 있는 점도 한나라당을 긴장시키는 요인. 여권이 김대표를 앞세워 물량공세를 해 올 경우 TK지역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12월 9일 실시한 국민일보 여론조사 결과 이총재와 이인제 최고위원의 가상대결의 경우 이총재에 대해 대구·경북이 70.7%, 부산·경남이 54.4%의 지지도를 나타냈다.

그런데 올 2월 23일 경향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이총재와 이 최고의 가상대결 결과 이총재에 대해 대구·경북이 52.6%, 부산·경남이 53.3%로 나타났다. 단순비교하기 어렵지만 TK지역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지난 1월 12일 실시한 주간동아(리서치&리서치)의 영남지역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지지도(33.3%)가 민주당 지지도(8.3%)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파도 54.1%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조사 결과(무당파 43.7%)보다 10.4%나 높아 영남지역의 정치적 공백상태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부산·경남지역에서는 노무현 장관의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신문의 영남주민 의식조사(2월19~24일)에서 영남지역 대표주자를 묻는 질문에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19.3%),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13.6%), 노무현 장관(10.5%) 등이 꼽혀, 영남후보로 이총재의 대세론이 약화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여론조사 결과, 이총재에 대한 영남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견고하지 않고,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히 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중권 대표, 노무현 장관을 앞세워 여당지지도 20% 확보하기

이렇듯 흔들리는 영남지역의 정서를 볼 때 여권의 '영남후보론'을 앞세운 영남지역 파고들기가 TK지역에서 먹혀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TK지역에서 김 대표에 대해 저울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권의 적극적인 TK지역 구애공세로 한나라당의 텃밭이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김 대표는 대구·경북지역을 연이어 방문, 이 지역의 대표주자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남다른 공을 드리고 있다.

노무현 장관도 부산·경남지역 방문이 부쩍 잦아지고 있는데, 영남지역의 대표주자로 자리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 최고위원과 한화갑 최고위원도 영남지역을 자주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최고는 영남지역의 오피니언리더인 경북대 총장을 후원회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 영남지역 정서가 서서히 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주목되고 있다.

사실 여권은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영남지역에서 여당 후보 지지도가 20% 정도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또한 정가에서는 여권 핵심부가 이총재 지지도를 분산시킬 수 있는 영남신당 창당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9일 있을 경북 봉화·울진 지역구 선거무효소송에 대한 판결로 재선거가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하고 더욱 TK지역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재선거가 이루어질 경우 김 대표 당선 여부에 따라 영남지역의 세력판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도 있다.

영남지역 수성을 위해 고심하는 이총재

때문에 이회창 총재는 흔들리는 영남민심과 여권의 '영남후보론'을 앞세운 영남공략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남은 차기 대선에서 "영남지역에서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정서가 깊게 깔려있지만, 현재 이총재에 대한 지지도가 이총재 개인에 대한 지지도라기보다는 '반DJ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이기때문에 그 견고성이 떨어지고 있는 불안정한 상태이다.

이러한 이총재에게 여권의 영남공략과 더불어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최대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박근혜 부총재' 다.

현재 박 부총재는 TK지역의 대표주자로 급상승하고 있다. '이총재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선후보로 꾸준하게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간동아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차기 후보로 9.3%가 지지했다.

한겨레신문 2월 10일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박 부총재를 13.2%가 지지했는데, 이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총재에 비판적인 박 부총재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선에 나온다면 TK지역에서는 박 부총재를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이럴경우 이총재에게는 가장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때문에 이총재뿐만아니라 영남출신 한나라당의원들 역시 바짝 긴장하고있다.

대구 출신인 강재섭 부총재 등 영남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이 여권의 '영남후보론'과 김대표 및 노장관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 휩싸인 한나라당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아무튼 텃밭을 지키기 위한 한나라당의 수성 노력과 영남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이 서로 크게 맞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영남후보론'을 둘러싸고 여권 내 대선 주자들의 신경전도 심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주인없는 영남지역의 패권을 둘러싼 정치권의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 질 것이다. 이총재의 수성으로 끝날지, 흔들리는 영남의 틈새를 비집고 민주당이 깃발을 꽂고 영남교두보를 만들지 정치권의 샅바싸움은 시작되었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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