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은 「안보회담」이었다.'북한 검증'에 의한 '철저한 상호주의' 압력을 다시한번 받은 자리였고, 이에 김대통령은 '포괄적 상호주의'로 '북한 검증'을 받아들여 사실상 '햇볕정책'을 후퇴했다고...

그동안 '남북화해'분위기 조성을 원칙으로 했던 클린턴 정부와 180°다른 부시의 '대북 채찍정책'을 든 '미국의 힘'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사실 부시의 '대북 강경노선'과 다른 김대통령의 햇볕정책 후퇴에 대한 '압력'을 받은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김대통령은 '포괄적 상호주의'로 대북 정책을 선회하고 '북한 검증'을 받아들여 그동안 고수해왔던 '햇볕정책'을 사실상 후퇴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평화회담이 아닌 '안보회담'
이번 3·7 한미 정상회담은 '안보회담'이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서는 남북화해라는 단어는 한마디도 없고 '안보'라는 단어가 여러차례 강조되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는 "50여년 동안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방지하고 , 안정·번영 및 민주주의를 증진해온 「한·미안보동맹」이 근본적으로 중요하고 강력하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양정상은 안보·정치·경제 및 문화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통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 및 동북아시아의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 "대북정책에 있어서 한·미양국간 그리고 한·미·일 3국간의 긴밀한 협의와 공조유지의 중요성에 동의하였다." "세계 안보환경이 냉전시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데 의견을 같이.... 대량살상 무기 및 운반수단으로서의 미사일로부터 비롯되는 위협을 포함하는 '새로운 형태의 위협'이 대두됨에 따라 억지와 방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고 발표되었다.
이 전문을 볼 때 한미정상회담 내용은 '남북화해'가 아닌 미국의 동북아 안보를 위한 '대북 강경조치'에 대한 한미간의 '안보'합의문의 성격을 띄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남북한 화해분위기 조성'을 기본원칙으로 했던 클린턴 행정부와는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부시의 강경입장이 재차 확인되었다.
부시, '북한 검증'으로 안보 위협요인을 제거하겠다
미국측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 '회의적 견해'를 거리낌없이 드러내면서 동북아 안보와 세계평화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미사일 문제등에서 '투명성'확보 및 이를 위한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듭 강조하였다.
부시 대통령은 "나는 북한의 지도자에 대한 약간의 회의(some scepticsm)가 있다.""어떤 합의든 한반도의 평화를 증진시켜야 하며,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북한의 대량살상 무기개발 및 수출은 중단돼야 하고, 북한이 중단하더라도 검증해야 한다.""북한을 대할 때 발생하는 문제는 '투명성'이다. 비밀에 싸인 나라와 협정을 맺을 때 그 나라가 협정내용을 준수할 것인가를 어떻게 확신하겠는가"라며 "북한이 부정적인 시그널만 보내지 말고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하여 북한의 '투명성'문제에서 확신을 주지 못하는 한 '북한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에 김대통령은 "부시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매우 중요한 참고의 말씀이 됐다."고 하였고 "단계마다 귀하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 미국의 '북한 검증'필요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였다.
또한 정상회담 전날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겠다고 발언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7일에는 그 입장을 바꾸어 "북한을 위협(threat)적 존재"로 규정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힘에 의한 문제해결'방침을 피력하며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조만간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대북 협상'이 아닌 '힘'을 강조하였다. 온건론자였던 그의 입장이 강경론으로 바뀐 것을 볼 때, 부시행정부의 대북 강경기류를 다시한번 확인되었다.
미, 남북한 '평화선언' 지지표명 안해
또한 미 국가안보회의(NSC) 고위관리의 내외신기자들과 회담의미를 설명하는 발언에서 부시의 대북정책을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평화선언'에 대한 지지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긴밀한 협력이 절대적으로 긴요하다는 점에 합의했다."고 하여 미국의 남북간 '평화선언'에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제네바 기본합의에 대해서는 "제네바 기본합의가 개선되어야 할 점도 많다." "북한이 이를 어기고 있다는 어떤 증거는 없다. 하지만 기본합의를 검증해야 한다는 우려는 있다."고 하여 제네바 합의 자체에서도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밝혀 향후 북미간 제네바 합의안에 수정마찰도 예상되고 있다.
NMD에 대한 김대통령의 입장에 대해서 '지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not not support)'로 받아들이고 있다. NSC 고위관리는 한국은 NMD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으나 지지한다는 뜻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에 의하면 부시의 대북관은 '회의주의'에 기초한 '불신'이고 "북한이 하는 말보다는 북한이 보여주는 행동을 통해서 북한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 부시대통령의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왜 부시 대통령이 회의적이냐'는 질문에 "북한이 미국에 이롭지 않은(군사)기술을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대답했다.
미국의 각 언론들은 부시의 대북 강경노선으로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제동을 걸릴 것으로 보도하였다.
뉴욕타임즈는 미국이 김대통령의 대북 접근방식에 대해 '분명한 거절'(a clear rebuff)로 보도하며 "부시가 최소한 지금으로선 클린턴의 (대북 협상)행로를 따를 의사가 거의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또한 "남북한 평화선언과 같은 그 비전의 구체적 내용과 부시 대통령입장간에 간격을 두었다."고 보도하고 "김대통령이 회담을 마친 후 부시대통령과의 대화결과에 대해 미온적(tepid)인 평가를 내렸으며 '솔직한(frank) 의견교환을 통해 상호 이해를 높였다'고 말한 그의 표현은 종종 외교에서는 '실질적인 불일치(substantive disagreement)를 말할 때 쓰인다"고 보도했다.
또 워싱턴포스트는 부시·김회담은 "어색한 출발"(an awkward start)이라고 평가하고 "전문가들은 일련의 발언들이 견해차이(differences) 또는 최소한 조정의 실패(a failure of coordination)의 신호로 보고있다."고 전했다.
DJ, '포괄적 상호주의', '평화선언 포기'로 대북정책 선회
'북한 검증론'으로 부시의 대북강경노선을 재차 확인한 김대통령은 9일 오전 향후 대북정책 기조로 '포괄적 상호주의'를 채택하겠다고 서둘러 발표하면서 '북한 검증'을 강조하기까지 하였다.
북한으로부터 ▲제네바 합의 준수 ▲미사일문제 해결 ▲무력도발 포기 보장 등 세가지를 받고, 북한에 ▲안전보장 ▲적정한 경제협력 ▲국제사회진출 및 차관 지원 등 세가지를 주는‘포괄적 상호주의’를 제시했다. 이어서“이런 포괄적 상호주의를 추진하되 이 약속이 실천되는지 검증해야 한다”면서 “부시 정부가 이런 의견을 대북정책에 참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평화선언'에 대해서도“평화협정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한국전쟁 참전 4자회담에서 논의될 문제”라면서 “평화선언 논의는 없을 것이며 긴장완화 문제는 평화선언식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여 그동안 김정일 위원장 답방에서 채택하겠다고 누차 강조해오던 '평화선언'을 사실상 포기하였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포괄적 상호주의’ 구상에 대해 미국은 아직까지 유보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시 신행정부의 대 한반도 정책팀이 구성되지 않아 대북정책 기조 자체가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하지만 미국의 기본방침이‘포괄적 상호주의’ 라기보다는 ‘철저한 상호주의’쪽에 무게를 두고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회의감’을 거론하면서 ‘철저한 검증’을 강조한 것도 북한과의 관계에서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을 지킬것임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향후 진행될 한미간 실무협의에서 ‘포괄적 상호주의’와 ‘철저한 상호주의’가 또한번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
그동안 정부의 '햇볕정책'은 포괄적이든 철저하든간에 '상호주의'는 배격하고 '선공후득(先供後得)의 접근법을 써왔기 때문에 사실 김대통령의 상호주의 언급은 기존 햇볕정책의 기조를 후퇴한 것이다.
미국의 '대북 검증론'을 받아들이고 '상호주의'로 선회한 DJ정부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의주시되고 있다. 만약 북한이 '강경입장'으로 선회한다면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높아질 우려가 크다.
또한 향후 '한-미-일'과 '북-러-중'의 군사동맹 체제가 팽팽한 마찰을 보일 때 한국의 입장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