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신문사의 시장 점유율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해당 신문사들은 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객관적인 신문 발행 부수 공개를 금기시 하는 한국 신문 시장 풍토에 신문 구독율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와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 결과는 언론사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의 조사가 한참인 시점에 나왔기 때문에 신문사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사 결과 언론사 세무조사의 핵심적인 신문으로 거론되어 온 조선·중앙·동아 일보의 시장 점유율이 다른 신문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매체 시장에서 신문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3월 1일자 「미디어 오늘」에서 공개한 신문 및 인쇄매체 이용실태에 대한 '2001년 인쇄매체수용자조사’(한국광고주협회 주관)에서 나왔다.

이 결과에 의하면 우리 나라 전체 가구 중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는 51.3%이며 이 중에서 37.0%가 조선일보(13.7%), 중앙일보(13.2%), 동아일보(10.1%)를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조·중·동 3개지의 신문시장점유율이 72%에 이르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중앙·동아를 이어 한국일보(2.4%), 경향신문(2.0%), 매일경제신문(1.8%), 한겨레신문(1.6%)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나타난 점은 빅3 신문사내에서도 점유율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다. 조선과 중앙이 소수점 이내에서 1,2위를 다투면서 조선일보가 박빙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동아는 조선·중앙보다 3%이상 열세를 보이고 있다.

조·중·동 전국에 걸쳐 우위,
2,30대는 중앙, 4,50대는 조선 선호

구독율을 지역별로 나누어서 살펴보면, 조선일보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높으며, 동아일보는 충청, 호남 지역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중앙일보는 대도시를 제외한 영남 지역과 충청, 강원, 제주 등 전국 16개 지역 중에서 7개 지역에서 가장 높은 구독율을 보였다.

지역의 정치성향과 신문 논조에 따른 구독율과의 상관 관계는 지역정서가 강한 호남 지역에서 미약하게나마 나타났다. 여당 성향의 신문인 한겨레신문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5위안에 들지 못했지만 광주와 전남에서 각각 6.6%, 4.1%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로 4위를 차지하였다.

부산과 대구에서는 지방지의 선전이 돋보인다. 부산에서는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이 조·중·동을 제치고 1위와 2위를 차지하였다. 세 신문은 다른 지역과 달리 부산에서는 한자리수 구독율을 보였다. 대구에서는 매일 신문과 영남 신문이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신문 구독률을 성·연령별로 나눠보면, 20대 남녀와 30대 남자들에게 중앙일보가 강세를 보였고, 다른 연령층에서는 조선일보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중앙지 기사 만족도는 일반경제기사는 중앙일보(30.5%), 정치기사는 조선일보(34.3%), 사회기사는 동아일보(26.2%)에서 높게 나타나 언론사별로 강점이 있는 부분이 달랐다.

조선,기사의 신뢰성 48.3%로 한겨레 이어 2위

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 부분에서 조선일보는 48.3%로 한겨레신문(49.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동아일보(44.6%)가 평균만족도 38.8%를 넘어섰다.
왜곡, 편파 보도를 일삼는다고, 일부 지식인 중심으로 안티 조선일보 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조선일보 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지지를 보냈다.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기사 평가에서도 한겨레신문(47.3%)이 조선일보(46.1%), 동아일보(42.6%)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신문은 이념과 논조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진보적인 신문으로 47.7%를 나타내 2위 중앙일보(36.8%)를 상당히 높은 차이로 1위로 선정되었다.

반면에 가장 보수적인 신문으로는 대한매일(21.8%)과 조선일보(17.3%)가 뽑혔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었던 언론 문건에 친여당지로 나란히 구분되었던 한겨레와 대한매일이 가장 진보적인 신문과 가장 보수적인 신문으로 선정돼 눈길을 끌고 있다.

무단 투입율도 점유율과 비슷

왜곡된 우리 신문시장의 고질 병폐중의 하나인 신문 무단 투입도 점유율이 높은 조·중·동 3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신문이 있는 가구 5232가구 중에서 중앙과 조선이 각각 54가구와 52가구로 무단 투입율 1.0%를 나타났고, 동아일보가 39건(0.7%)으로 3위를 차지했다. 대한매일(18건), 농민신문(14건), 한겨레(7건), 한국(7건), 경향(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조선·중앙·동아 3사 등 대체로 점유율이 높은 신문일수록 부정적인 방법인 무단 투입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구독율 9위, 향후 구독 의향 신문 10위안에도 들지 못하는 대한매일이 무단 투입을 네 번째로 많이 하는 신문으로 드러난 것이 이채롭다.

신문의 입지 갈수록 줄어들어

'2001 인쇄매체수용자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부분은 신문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일상생활에서 정보를 얻는 매체에 신문은 14.3%로 텔레비전(74.5%)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낮은 수치이다.

신문의 신뢰성은 심각할 정도로 텔레비전에 뒤졌다. 가장 신뢰성이 높은 매체로 텔레비전은 74.9%를 나타냈고, 신문은 고작 17.1%가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꼽혔다. 신문의 신뢰성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00년 7∼8월에 한국언론재단이 실시한 제10회 미디어의 영향과 신뢰도 조사에 의하면 매체의 신뢰도가 방송은 61.9%로 나타났으며, 신문은 24.3%이었다.
96년 같은 조사에서는 신문이 48.5% 대 40.8%로 텔레비전을 근소하게 앞섰으나, 98년 조사에 텔레비전의 신뢰도가 신문 49.3%로 신문의 40.8%보다 처음으로 앞섰다. 그 이후 신문의 신뢰도는 텔레비전에 비해 급격하게 낮아졌다.

신문광고의 효과도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광고를 보는 사람은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37.8%로 나타났으며, 그나마 신문광고를 보는 사람들도‘대충 훑어본다(39.6%)’고 대답한 응답자가 가장 높았다. 이는 신문 광고의 몰입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신문광고를 보는 응답자 중 광고를 본 후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5.8%에 불과한 것은 가뜩이나 경색된 인쇄매체 광고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결국 신문의 입지가 좁아 진 것은 신문시장이 고급화와 전문화를 통해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 등과 특화시킬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분석된다.

결과에 따라 언론사의 반응은 제 각각

한편,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온 ‘2001년 인쇄매체 수용자조사’를 미디어 오늘이 보도한 것을 놓고, 지적재산권과 알 권리의 충돌로 법적 공방이 벌어질 조짐이다.

미디어 오늘은 조사 결과가 언론의 보도기능과 직결된 공익사안인데다 언론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해 보도를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광고주 협회는 조사 결과를 회원사가 아닌 기관이나 업체에는 2,000만원씩을 받고 파는 유료정보인데다 협회의 사전허가 없이 이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지적 재산권 침해라면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해당 언론사의 반응도 제 각각이다. 일단 조사결과에 만족하고 있는 언론사가 있는 반면에 만족하지 못한 언론사는 조사방법·대상선정 등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중앙일보는 구독률 2위로 나타난 조사결과를 수용하면서 조선일보와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게 나타난 것에 대해 고무된 분위기이다. 반면에 한겨레신문과 문화일보 등은 조사방법과 대상 등 조사결과의 신뢰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신문시장의 독과점 문제와 관련 우려를 표시했다. 비록 구독률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함께 신문시장의 독과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결과가 공정거래위의 조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의식한 듯하다.

신문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실제 조사 결과 나온 이 시점에서 조선일보의 우려에 대한 현실화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다.

공정위는 동아일보에 대한 조사를 이미 끝냈으며, 조선·중앙일보 조사도 이번 주중 마무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의 조사 결과가 매우 궁금해진다.

우유신기자(milkgod@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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