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천정배의원의 개혁소신으로 '자금세탁방지관련법안'에 정치자금과 탈세자금이 포함되었다. 어떤 과정으로 3당합의까지 이끌어냈는지 궁금하다.

「자금세탁방지관련법안」에 '정치자금과 탈세자금'을 규제대상에 포함시키기로 3당 전격합의를 이끌어낸 민주당 조순형, 천정배의원의 '개혁입법' 소신이 빛나고 있다.

조, 천의원이 어떤 과정으로 '자금세탁방지법'을 수정하고 3당총무의 전격합의를 이루어 냈는지에 대해 9일 e윈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다 상세한 과정을 밝혔다.
조, 천의원은 여야의원 35명의 서명을 받아 '정치자금과 탈세자금'을 포함시킨 '수정안'을 마련하였고, 이에 긴장한 한나라당이 이 두의원의 수정안이 제출되기 직전 정치자금과 탈세자금을 포함한 한나라당 수정안을 국회에 전격 제출하였고 두 의원도 한나라당 수정안에 찬성하면서 법안의 국회통과가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조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올바른 결정을 해준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이번 일이 여야 정치권이 협력하고 올바른 개혁의 길로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준비했던 수정안에 비해선 조금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대부분 포함됐다”며 “법 제정 자체가 무산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신인도가 추락되는 현실을 고려해 일단 여야 총무간 합의사항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두의원의 소신이 그동안 국회가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켜오던 통법부로서의 국회가 아닌 진정한 입법부로서의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도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최초의 합의에 의한 개혁입법 국회통과를 기대했었으나, 9일 국회 본회의 개회 직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통과되지 못함에 따라 국회통과가 표류하고 있다.

조순형, 천정배의원, "개혁소신 굽히지 않겠다"

그러나 '정치자금'이라는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줄에 법적 제재를 스스로 마련한 조순형, 천정배의원은 국회통과를 반드시 해내겠다며 그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3월 9일 오전까지만 해도 돈세탁 방지법의 운명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돈세탁방지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쟁점인 정치자금과 탈세를 자금추적과 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에 포함시키느냐의 여부를 둘러싸고 법사위원회에서 이견이 계속되어 본회의 상정이 계속 연기되어 왔다.

그 논란의 중심에 선 조순형의원과 천정배의원은 "정치자금을 제외할 경우 법의 실효성이 없어져 돈세탁방지법을 제정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이를 포함시키자"는 의견을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천정배(민주당·경기 안산을) 의원은 “공무원이 돈을 받으면 뇌물죄로 처벌을 받지만, 정치인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받는다고 모두다 처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며 “정치자금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불법 정치자금의 유통을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정치자금 포함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였다.

천 의원은 “97년 문민정부가 제출했다가 폐기된 돈세탁방지법안에도 정치자금은 들어 있었다”며 “평상시에는 3억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6억원의 선거자금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데 정치자금을 넣지 말자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정치자금과 탈세가 포함된 수정안'을 준비하였다.

9일 조, 천 두의원이 「정치자금과 고액현금 거래신고제도, 범죄전 범죄를 목적으로 한 자금세탁 처벌 등을 골자로 담은 수정안」을 법사위에 제안하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표결로서 본회의에 상정되던가 아니면 표결로 인한 정치적 부담때문에 이번 회기에도 결정되지 못하고 다음 회기로 넘어갈 수도 있는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조, 천 두의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하였다. 법사위 표결에서 계류안이 통과되어 본회의에 제출될 것을 예상하여 '본회의 제출용'으로 또다른 수정안을 준비, 여야 동료의원 35명의 서명을 받아 놓고 있었다.

수정안 동의에 참여해준 동료의원에 대해 조순형 의원은 "초재선 의원이 많이 참여하고 있고 일부 중진의원도 있고, 5~6명의 한나라당 의원 및 자민련 의원 등 의원중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않다고 본다. 이 법안은 여야의 문제나 서로간의 당리당략의 문제 차원이 아니라서 참여했을 것이다. 혹 본회의까지 가게 된다면 동료의원들에게 국민을 의식하고 결단하고 판단해 달라고 이야기하겠다"며 자신있게 언급하였다.

민주당 지도부의 회유, 압력

이러한 조, 천의원의 반발에 당지도부의 회유와 압력은 상당했다. 애초 민주당은 개혁입법인 돈세탁방지법안을 '내용'보다는 '이번 회기내 제정해야 한다'는 점에 더욱 치중하였다. 따라서 돈세탁방지법안이 불법 정치자금과 탈세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더라도 여야가 정략적으로라도 '개혁입법에 합의하였다는 '정치적 의미'에 더욱 비중을 두었었다.

그러나 이러한 당지도부의 뜻에 반발한 조순형, 천정배 두의원의 '고집' 때문에 본회의 법안 상정이 늦어지자 김중권 대표가 두의원을 면담, 법안처리에 협조를 당부하였으며 이상수 원내총무는 "돈세탁방지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두사람도 책임져야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력을 가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천정배의원은 9일 오후 e윈컴과 인터뷰에서 "사실 이문제가 이렇게 파장이 커질 줄 몰랐다. 돈세탁방지법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선하자고 하는 것이다. 불충분하기 때문에 좀 더 개선하자는 것이고 계류안을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가 취하고 있는 태도가 조금도 당이나 우리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입법을 무산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지도부와 두의원간의 팽팽한 긴장상태에 있었던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수정안이 국회에 전격적으로 제출됨에 따라 갈등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고 오히려 두 의원의 소신이 민주당의 '개혁성'을 국민들앞에 보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야당탄압'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불법 정치자금과 탈세자금을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해 왔었던 한나라당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9일 오후 3시를 기점으로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박헌기 법사위원장에게 "깨끗한 정치자금으로 정치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요구며, 정치인이 예외일 수 없다"며 포함시킬 것을 지시하여 여론의 질타를 받던 정치권은 이날 입장을 급선회했다.

한나라당 정창화 원내총무는 "민주당내 이견이 있어 여당안이 통일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정치대혁신 차원에서 불법정치자금을 포함시킨 수정안을 제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국회기능, 개혁성을 찾은 계기

한나라당에 허를 찔린 민주당도 '정치자금포함'방침을 수용하지 않으면 반개혁적이라는 비난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는 판단하에 김중권대표와 이상수 총무도 "야당의 제안을 흔쾌이 받아 들이겠다"고 기존의 입장을 바꿔 이를 수용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한나라당의원들의 반발로 국회통과에 제동이 걸린 상태이나 향후 3당 합의가 이루어진 법안이기 때문에 국회통과는 이루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입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책무를 다한 조순형, 천정배의원의 소신이 그동안 정치공방의 장으로 추락했던 국회위상 복원에 일조하였고, 또 계속 후퇴해가고 있는 '개혁'의 고삐를 다시 당기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응석기자(winad@ewincom.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