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에 이르는 건강보험 재정파탄으로 DJ정부의 생산적 복지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 대책이 현재로서는 보험료 인상밖에 없어 국민적 반발이 우려되고 있다. 국정조사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

현재의 적자 추세로 가다가는 연말까지 4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이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4, 5월 경 직장의보와 지역의보가 연쇄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그 대책을 놓고 당정간의 이견이 표출되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정부의 대국민 사과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공세를 취하고 있어 여권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건강보험 재정파탄 문제에 대한 합리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국민적 저항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재정파탄 위기-보험료 인상이 대안?
민주당 건강보험 재정건전화기획단 자문위원회는 최근 "건강보험 공단의 재정적자 추세로 올 연말까지 4조원이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이며 재정위기가 현실화되면 국가적 대혼란과 함께 건강보험제도의 틀 자체가 붕괴하게 될 우려가 높다"는 심각한 상황 보고서를 당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기획단 관계자는 "재정위기가 내년 선거국면까지 이어질 경우 정권이 무너지는 위기가 올 수도 있고, 정부가 보험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개선 없이 20∼30%의 의보료 인상에만 의존할 경우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도 예견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여당이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살리기' 해법을 놓고 당정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일단 민주당은 "보험료 인상이나 차입 등의 해결책은 안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4조원의 적자 중 최소 2조원은 자구노력을 통해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험료 인상을 하더라도 자구노력을 통한 해결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재정난 타개를 위해 국고지원금 잔여분 1조2000억원과 공무원·교원보험 정부부담금 1380억원을 상반기 조기 투입할 계획이지만 적자를 막을 수 없어 보험료 인상과 국고지원금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늦어도 7월 안에 20% 정도의 보험료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정부의 안은 정부정책의 오류를 국민들에게 전가시킨다는 국민적 반발에 부닥칠 것이 분명한 만큼 민주당도 적극 막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정치권
이렇게 건강보험 재정파탄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정부의 대국민 사과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근본적 원인을 무리한 의보통합과 졸속 의·약분업, 무분별한 의료서비스 확대 등 정부 의료정책의 총체적 실패에서 찾고 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정부여당이 의·약분업 실시에만 급급한 나머지 추가비용 지출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하고, 예측이 잘못된 덕으로 드러난 이후에도 이를 은폐, 결국 건강보험 재정에 수조원대의 부담을 초래했다며 비판의 초점을 의·약분업에 맞추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곤혹스러워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 관리에 일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시인하지만 의료보험을 실시하는 나라에서는 보험료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며 의보통합과 의·약분업을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모든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의·약분업 추진과정에서 의사들의 이해관계를 반영, 수가인상을 요구한 것은 한나라당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리는 것은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재정파탄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서도 여야간에 입장 차가 큰다.
민주당은 국민연금과 추경예산으로 재정파탄의 위기를 넘긴 뒤 청구 보험료에 대한 심사 평가를 강화하는 등 지출을 억제하면 파산을 피할 수 있다고 보는 한편, 의보기관 운영의 합리화를 위해 전문가들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지만,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대국민 사과 및 국정조사에는 응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나라당은 예산투입 및 보험료 인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의·약분업 재조정, 의보통합 재검토 등 정부정책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연금 투입을 반대하고 있는데, 국민연금 재원의 투입은 주식투자로 가뜩이나 부실해진 국민연금의 파산을 초래 국가 채무를 600조원으로 늘임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 파산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조사로 원인과 책임자 규명 철저히 해야
아무튼 건강보험 재정파탄 위기로 인해 보험료 인상과 예산투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파산을 막기 위한 자체 대안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의·약분업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에 이어 재정파탄으로 인한 손실까지 떠안게 됐다.
이러한 보험료 인상과 예산 추가투입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반응할지 두고볼 일이나 국민들의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정부여당과 여야는 심각한 수준의 건강보험 재정파탄 위기를 국민에게만 부담을 전가시켜서는 안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한 건강보험 문제 차원으로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생산적복지 시스템 전반적인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재정파탄으로 인해 생산적 복지 시스템의 일환으로 추진된 의보통합, 의·약분업에 문제점이 나타났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의료보험 인상이라는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현상적인 해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정조사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근본적 원인과 책임자를 투명하게 규명하게 하고 생산적 복지 시스템의 문제점을 찾아 근본적 해결책 마련을 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또한 이러한 원인 규명과 근본적인 대책마련 속에서 보험료를 인상할 요인이 있으면 적정수준으로 인상하고, 예산투입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정책실패의 책임과 부담을 국민에게만 전가시키는 관행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적 반발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