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회창 총재가 '국민우선정치'를 주창해 왔지만 민생문제 등 국정현안에 대한 대안제시는 도외시 한 채 인기관리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이총재가 민생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는데...

최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행보를 두고 당 내외에선 "이총재가 대선용 인기관리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비주류와 소장파를 중심으로 "당이 이총재 1인 독주체제로 인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총재의 독선적 당운영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어 이총재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총재는 16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국민우선정치'의 기본 방향을 설명하고 경제위기와 의료보험 재정파탄 위기, 교육공황 등 민생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하는 등 당내외의 비판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 제고에만 주력한 '국민우선정치'

한나라당 이총재는 지난 2월 6일 있었던 국회 대표연설에서 '국민우선정치'를 주창한 이후 여야 정치공방에서 한발 물러나 '지하철 민생탐방', '환경미화원 간담회', '드라마 출연자 만찬' 등 국민을 직접 접촉하는 이벤트성 행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속초를 방문해 한국남녀중고축구연맹전 개회식에 참석 시축(始蹴)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또한 이총재는 27일엔 충청지역 당원들과 속리산 산행, 29일에는 충북대에서 특강도 할 계획이다.

이렇듯 최근에 이총재가 비영남지역 순회 일정과 대국민 접촉을 집중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은 영남의존형 이미지 탈피와 '친숙하고 긍정적' 이미지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총재가 이러한 이미지 제고를 위한 행보에 집중하는 것은 그동안 이총재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독선적', '포용력 부족', '협량'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계획된 행보로 해석된다.

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인 이총재에게는 '따뜻하고 포용력'있는 이미지 창출이 시급하다는 것이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한나라당 비주류 중진-이총재 비판에 한목소리

그러나 이러한 이총재의 움직임에 당내 비주류 중진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 세례를 받았다. 그동안 이총재의 정국운영에 비판적 시각을 보여왔던 김덕룡 의원은 지난 12일에도 "당이 새로운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심판 받아야 하는 데, 이총재가 인기관리에만 정신을 쏟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부영 손학규 의원도 13, 14일 "당이 이총재 일변도여서 활력을 잃고 있고, 지역패권주의와 당내 패권주의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미래연대도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등 당 정체성과 당운영 방향 전환 등 이총재의 당운영 방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왔다.

한나라당 내에서 이총재가 주장해온 '국민우선정치'가 이총재 개인 발언이나 일부 이벤트성 행사에만 반영되고 있을 뿐 당 차원의 실행 프로그램이나 정책대안을 생산해 내는데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전후 NMD 문제가 쟁점화 되고 있는 과정에서도 한나라당은 애매한 태도를 보여왔고, 한미, 대북, 북미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예상됨에도 실질적인 국익 차원에서의 대응방향도 잡혀있지 않았다는 게 한나라당 주변의 전언이다.

특히 '국민우선정치'가 "국민과 고통을 함께 하면서 국민의 이익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재정파탄 위기, 실업문제, 대우자동차 문제, 광우병 사태, 노숙자 문제 등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현장은 도외시 한 체 외곽만을 도는 행보를 계속 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총재, 국정현안에 책임 있는 모습 보여야

이러한 비판을 인식한 듯 이총재가 당직자회의에서 민생현안에 대한 대책마련을 지시하고 나섰다. 경제위기와 의료보험 재정파탄 위기, 교육 공황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

이총재는 국정운영의 한 축인 제1당 총재로서 남북 및 한미관계의 미묘한 변화에 대해 국익적 차원에서 여당과 적극 협조하고 경제문제와 각 종 사회문제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국민여론임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여권 대선 주자들의 인기몰이를 위한 지방 순회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권 주자들의 대중적 인기는 국정현안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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