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의 카드연체료로 30-40대들의 신용불량자들과 파산선고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고금리 피해를 막기 위해 이율 상한선을 법으로 규제하는 이자제한법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는데...

IMF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금 서민들의 경제는 말이 아닌 지경이다. 실업자 100만시대, 연쇄부도에 '고율의 카드 연체료'에 의한 신용불량자 딱지가 서민들의 경제를 '파산선고'로 몰아가고 있다.

고율의 카드연체료, 최고 300%나 되는 사채이자를 갚지 못한 신용불량자가 올 1월 현재 240만명에 이르고 이중 30-40대가 157만명으로 65.2%에 이른다.

이에 서민들의 고금리 피해를 막기 위해 이율 상한선을 법으로 규제하는「이자제한법」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참여연대, 신용사회실현시민연대는 '서민금융생활안정대책 및 이자제한부활추진모임' 공청회를 20일 갖고 이번 주 안으로 입법청원하기로 했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개혁 성향의 여야 의원으로 구성된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모임'도 이자제한법을 민생법안으로 선정해 부활을 추진중이다. 공청회 당시 정개모 회원으로 나선 송영길 의원은 4월 임시국회 상정을 약속했다.

이자제한법이 이처럼 시민단체와 일부 개혁적 정치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98년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해 폐지된 이후, 서민경제의 파탄이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경제적 약자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사회 구현』속에 고율의 카드연체료,30-40대 신용불량자들 급증...

사실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사채시장에서 치이고, 결국은 '소비자 파산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올해 들어와 한국기업평가가 밝힌 신용불량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1월 말 현재 총 신용불량자는 240만명으로 그 중 40대가 약 83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가 74만명으로 핵심적인 경제활동층인 30-40대들의 경제파탄 정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20대가 26만명, 50대가 35만명이고 60대 이상 노인 신용불량자의 경우도 25만명으로 카드사용에 따른 신용 불량자가 연령을 초월해 발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처럼 신용불량자가 늘고 있는 이유로는 첫째가 기업 금융구조조정과 경기부진, 둘째로 대출 받아 투자한 주식에서 손실을 본 사람이 신용카드로 급전을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또한 셋째로 정부의 카드 장려책에 따라 올해 들어와 카드 수가 4천만장이 넘는 등 폭발적 증가 추세속에 높은 카드 이자율(20%를 상회)이 신용불량자 양성에 한몫 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신용사회 구현'을 명목으로 신용서비스 한도액을 폐지하면서 '신용불량 사회'를 부채질하게 되었다.

네번째로는 대출금 3개월 이상 연체시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현행법도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대출금, 카드대출대금, 5만원 이상의 신용카드 대금, 할부금융대금은 3개월 이상 연체시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며, 개인주택자금 대출금은 9개월 이상 연체시, 만기일경과 어음을 1개월 이상 미결제했을 때도 신용불량자로 간주된다.

협박, 폭행, 야반도주, 자살까지 그리고 법은 없다!-무법의 사채시장

사채시장을 찾는 발길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역시 불황이 장기화되고 은행의 구조조정 여파로 제도금융권의 대출에 매우 제약이 심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전문가의 의견이다.

일례로 빌린 금액의 무려 2.3배인 140만원을 사채업체 계좌에 입금한 회사원 A씨(26, 여). 그가 빌린 돈은 60만원으로 빌린 기간은 26일에 불과하다. 또한 신용카드대금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이씨는 "이자를 하루만 늦게 입금해도 원금의 5%가 연체료로 붙었다"며 "너무 무섭고 겁이 나 온갖 돈을 끌어다 간신히 막았다"고 털어놨다.

또한 전세계약서를 담보로 돈을 빌린다고 해도 사채 이자는 열흘 단위로 원금의 10% 수준, 따라서 몇 십만 몇 백만의 사채로 집이 경매에 넘겨지는가 하면 사채업자들의 협박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정신병에 걸리거나 야반도주,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까지 속출하고 있다.
한국동산경매정보(주) 양원준 사장은 "법원 경매에 나오는 동산(動産)물량 중 20% 가량이 사채업자들이 내놓은 채무자의 물건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은 이같은 피해를 막거나 구제할 법적 장치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사채시장에 대한 감독기능이 없는 데다, 그나마 일부 규제기능을 하던 이자제한법이 98년 1월 규제개혁 차원에서 폐지되면서 연리 300% 이상의 폭리라도 법원은 늘 사채업자의 손을 들어줄 뿐이다.

소비자 파산선고를 신청하는 사람들...

최근 '소비자 파산'선고를 신청한 김모씨(45)는 친구와 조금만 가게를 운영하다 부도가 나자 도망간 친구의 빚까지 떠맡은 경우. 친구의 몫에다 간염 치료비를 카드 대출금으로 막다가 결국 파산의 길을 선택했다. '소비자 파산'이란 신용카드 대금이나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게 된 개인이 법원에 파산을 선고받아 빚을 탕감받는 제도.

98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지법이 처리한 사건은 모두 179건으로 이중 88건에 대해 파산선고가 내려져 인용률은 49%을 기록했다. 현재 서울지법 판사부에 따르면 매월 20건이상의 파산신청이 들어오는데 그 수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 파산 선고를 신청하는 사람들은 주로 은행과 신용카드회사에 진 빚이나 사채를 갚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소비자 파산선고를 당하면 금융기관과의 거래와 취직 등에 모든 경제, 사회활동에서 제약을 받아 공무원, 변호사, 기업체 중역이 될 수 없는 것은 물론 그야말로 한 사회구성원임을 완전히 포기하는 '파산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서민생활의 안정인가 금융시장의 보호인가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성식 변호사는 "현행법상 사채시장의 고리를 규제할 방안이 전혀 없다"면서 "피해자들이 법에 호소해도 100% 패소하는 만큼 적정수준으로 이자를 제한하는 법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의 최중경 금융정책실장은 "사채시장의 이자율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왜곡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시민단체는 "이자제한법을 대통령령으로 조정하되 본문에 최고이자율 25%를 명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법률 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및 사채업자들은 자신들의 이권이 달린 이자제한법 부활에 대해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법제정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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