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개각은 DJ 정부의 '강한 정부'를 위한 '정치개각'이라는 평이다. '정치 내각'을 통해 '대북정책과 정계개편 추진을 통한 정권재창출'이라는 정국운영 구도가 숨어있는데...

의보재정 파탄 위기가 'DJ 개혁정책'의 총체적 실정(失政)으로 비춰져 'DJ정부의 위기'로 인식된 시점에서 DJ 정부는 다시 개혁 드라이브로 갈 것이냐 아니면 개혁후퇴냐의 갈림길에 있어 이번 개각에 특히 관심이 집중되었다. 개각결과는 'DJ의 강력한 개혁정책' 추진이었다.

소신개각으로 대선까지

예상보다 확대된 3월 26일 개각의 특징은 정치인 대거 입각, 외교안보팀 전면 교체, 자민련 의원 3명 입각, 민국당 의원 입각, 박지원 전 장관 컴백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의보재정 파탄 위기로 인한 민심이반과 야당의 공세를 김대중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과 DJP+α'를 바탕으로 한「정치내각」으로 「강력한 정부」를 유지하는 위기 정면돌파책, 대북 햇볕정책과 의료,교육등「개혁 드라이브」정책유지, 이를 바탕으로 한 「정계개편 및 정권재창출 실현」까지 염두에 둔 개각으로 분석된다.

즉 3.26개각은 DJ의 '강한 정부론'를 대선까지 유지하겠다는 'DJ의 마이웨이'가 다시한번 확인된 개각이라는 평이다. 이한동총리 유임, 박지원 입각, 임동원 통일원장관, 자민련 및 민국당 입각등이 '소신개각'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특히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내각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국민에게 국정을 공공히 하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하여 '강력한 개혁의지'를 재차 강조하였다.

때문에 정계개편 등 대선까지 고려한 '강한 정부'를 바탕으로 단행된 개각으로 해석돼 정국운영 과정에서 여야대립은 더욱 첨예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DJ, '정치개각'을 통한 정공법으로 난국돌파

당초 8∼10명의 장관이 바뀔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장관급만 12명이 갈린 대폭 개각으로 변했고, 이중 정치인만 8명이 입각 의보재정 파탄 위기로 인한 DJ의 관료들에 대한 불신을 극명하게 보여준 '정치개각'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자민련과의 공조에 따른 인선을 제외하고는 DJ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를 전면에 배치, '강력한 정부여당'이라는 연초의 국정운영 기본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정공법의 성격도 크다. 임동원 통일부 장관,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 김원길 복지부 장관,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역할이 주목되는 지점이다.

특히, 지난 연말 민주당 의원 3인의 자민련 이적으로 민심이반 현상이 심각해지자 DJ는 김중권 대표를 통해 '강한 정부론'을 기조로 '안기부자금 사건'을 전면에 내세운 정공법으로 무난하게 위기를 극복했다는 평을 들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의보재정 파탄으로 인한 국정 위기도 정공법으로 돌파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대체로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전격 기용도 교육개혁과 의약분업을 둘러싼 개혁정책 혼선 논란을 전면돌파 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도 "이번 개각을 계기로 국정이 쇄신되고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국민의 정부가 표방해온 각종 개혁과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원 통일부 장관-대북정책 돌파구 마련 특명

특히 DJ의 의지는 통일외교분야에서 더욱 명확히 읽을 수 있다. 그동안 대북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DJ의 신임이 두터운 임동원 전 국정원장을 통일부장관으로의 전진배치는 임 통일부장관을 중심으로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그동안 임 장관에 대해 야당이 " '간첩 잡는' 국정원이 대북정책을 주도한다"고 비판해 왔던 점을 고려해 통일부장관으로 옮겨 공식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에서 '비둘기파'로 알려진 임 통일부장관의 기용으로 기존의 '포용정책'을 유지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 장관은 외교안보 분야의 전략과 부처간 이견 조율을 총괄하면서 기존의 대북정책을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 기용도 민국당과의 정책연합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미국 통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후문이다. 미국 공화당 인맥이 두터운 한 장관을 기용, 대북정책에서 한미간의 시각차를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시각인 것으로 관측된다.

박지원 정책기획수석 '컴백'-대안부재의 DJ 도박?

또한 이번 개각의 핵심 포인트는 박지원 전 장관의 컴백에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이 아직 미결상태며 야당의 공세가 커 정치적 부담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박 전 장관을 청와대 정책수석으로 컴백시킨 것은 DJ의 두터운 신임으로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대북정책에서도 박 전 장관이 필요했다는 결론이다.

박 청와대 정책수석은 행정부처간 업무조정 뿐만 아니라 DJ의 지근 거리에서 국정전반에 걸쳐 예전의 역할이 맡겨질 것임을 시사한다. 당정간의 원활한 소통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 등에도 모종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 청와대정책기획수석의 기용은 여권의 정국운영 방향의 핵심 '키'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개헌론과 김 국방위원장의 답방 등을 이용한 정계개편에 박 정책기획수석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정치권은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정책기획수석은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고, 또 시중에는 박 정책기획수석과 관련한 또 다른 이권개입 소문이 떠돌고 있어 야당의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DJ의 계획과 결부돼 주목되는 대목이다.

'3당 정책연합' 실현-'反昌연대' 정계개편 시작

이번 개각의 또다른 특징은 DJP+α(민국당)를 통한 '反昌연대'의 적극적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자민련 의원 3명의 입각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국당의 경우 아직 '3당 정책연합'을 당론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국당 한승수 의원을 외교통상부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민국당 비주류의 반발을 무시하고 주류와 '3당 정책연합'을 추진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DJP+α(민국당)를 통한 안정적 국정운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향후 정권재창출에 있어서도 '反昌연대'의 강화는 필연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로써 '反昌연대' 강화를 위한 기본적인 토대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는데, 과연 'α'로 상정하고 있는 YS나 한나라당 비주류가 얼마나 합류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의보재정 파탄 위기로 반DJ 정서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와중에서 '反昌연대'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기에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3명의 자민련 인사 입각에 JP가 직접 개입함으로써 공동정권 2인자로서의 위상을 내외에 재차 과시했다. JP는 전날 골프를 하던 도중 긴급 연락을 받고, 집으로 찾아온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과 개각 인선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청와대측에서는 "김대통령이 JP의 뜻을 최대한 존중했다"고 생색을 냈다.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환영

이렇듯 DJ의 3.26 개각은 DJ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의 전진배치 및 '3당 정책연합' 강화를 통해 '강력한 정부'를 유지 강화시키기 위한 '정치개각'이라는 평이다. 때문에 야당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은 3.26 개각을 환영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정치인 출신 장관을 다수 임명한 것은 소신과 개혁의 방향성을 갖고 국정을 책임 있게 끌어가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논평했다.

자민련 변웅전 대변인도 "우리당은 공동정권 집권후반기의 국정안정과 개혁완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고, 민국당 김철 대변인도 "한 의원 입각은 민국당의 국정참여임과 동시에 국정에 대해 일정 발언권을 확보한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당이 정치판도에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야당, 시민단체-'나눠먹기식 개각' 반발

그러나 한나라당은 거세게 'DJP권력 나눠먹기'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권철현 대변인은 "철저한 나눠먹기와 측근 재등용, 정계개편을 위한 정략이 어우러진 한국 정치사상 최악의 개각"이라며 "이번 개각은 현 정권이 이미 정상적 국정운영 의지를 포기했음을 나타낸 것으로 실망을 넘어 절망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특히 박 정책기획수석 기용에 대해 권 대변인은 "한빛게이트 사건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박지원씨의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임명은 최악의 자충수"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전날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의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이 의장은 교육을 황폐화시킨 장본인이고 의약분업 반대자들을 '反 개혁세력'으로 몰아 파탄을 자초한 주범"이라며 "김대통령은 오기(傲氣)정치를 버리고 이의장 임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었다.

또한 시민단체에서도 '나눠먹기식 개각'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향후 국정쇄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자민련 및 민국당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전략적이고,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임명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국민과 개혁의 요구를 등한시한 개각으로 국민의 정부 마지막 2년을 과연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렇듯 현 정부가 능력위주, 개혁성, 세대·지역안배, 국민적 평가 등을 기준으로 개각을 단행했다는 주장과는 달리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닥쳐, DJ가 구상하고 있는 '강력한 정부' 유지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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