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빨리 장관직에서 해임돼 민주당 상임고문에 임명된 노무현. 이제 그의 대선행보는 본격적으로 '民心', '黨心', '金心' 잡기에 들어갔다. 특히,'金心'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하는데...

장관직에서 물러난 직후 김대중 대통령은 노 전 장관을 민주당 상임고문에 임명했는데, 노무현 상임고문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정치적 움직임에 많은 제약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장관직에서 물러나면서 더욱 활발한 정치활동을 보여줄 것으로 보여, 여권 내 대선 주자들의 신경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노 상임고문은 과연 '民心'잡기에 주력할 것인가, 아니면 '金心'(DJ의 의중) 잡기에 주력할 것인가. 노 상임고문에게는 차기 대선을 향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기에 직면했다.
장관직 해임, 기회인가 위기인가
노 상임고문이 장관직에 있을 때 기자들의 질문에 "장관직을 1년 정도하고 물러날 것"이라고 응답했던 것과는 달리 26일 개각 때 교체된 것을 두고 '경질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노 상임고문이 여권 내 대선 주자들 중 이인제 최고위원에 이어 대중적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 유력한 후보 중의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金心'에 가까이 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여권 대선 주자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 전 장관이 해임과 동시에 민주당 상임고문에 임명되면서 "DJ가 당내에서의 정치활동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는 해석과 "여차하면 탈당할 가능성이 있는 노 전 장관의 발목을 잡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노 상임고문의 한 측근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노 전 장관이 말한 1년은 약 2∼3개월 남겨두고 있는데, 이번 대폭 개각의 의미를 볼 때 2∼3개월 후에 해양수산부 장관만 따로 교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노 전 장관에게 교체시기 문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해양수산부장관직에서 교체된 이후 노 전 장관의 대권 행보는 현 여권 내 대선 주자들의 판도를 변화시킴과 아울러 치열한 대선 주자들의 경쟁이 예상된다.
대중 지지도 당내에서 2위, 이총재와 경쟁력은 아직 미지수
여권 내 대선주자들의 구도는 현재 2강 1중 다약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과 노무현 전 장관이 2강이고, 김중권 대표가 1중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특히, 노 상임고문의 경우 김중권 대표에 대한 '기회주의' 발언과 '언론사와의 전쟁' 발언으로 대중적 지지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효과를 보여줬다. 개혁적 마인드에 입각한 소신있는 발언 뒤에 대중적 지지도가 상승했다는 것은 DJ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한계와 DJP 공조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노 상임고문에 대한 기대감으로 몰리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때 노 상임고문이 '민심잡기'를 중심으로 대선 행보를 진행한다면 DJ정부의 개혁한계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에 무게중심을 둬야 대중적 기대감도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노 상임고문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 노 상임고문을 지지하는 지역과 연령 및 계층의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당내 경선을 치루어야 하는 입장에서 '黨心' 및 '金心'을 도외시 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이미 이인제 최고위원도 '김심'이 자신에게 떠나있다는 판단 아래 DJ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면서, '대중 속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민심잡기'를 우선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 상임고문도 이 최고위원과 처지가 비슷하다 하겠다.
DJP+α(YS)-노무현 손을 들어 줄 것인가
한편, DJ가 이번 개각을 통해 DJP+α로의 '반창연대' 정계개편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화합과 개혁의 정통성을 이어가고 민주화 세력이라는 명분까지 있는 노 상임고문이 대중적 지지도가 이회창 총재와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김심'은 노 상임고문에게 기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 여권 내에서는 민주화 세력의 정통성과 명분, 그리고 당선 가능성까지 겸비한 후보는 그리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DJP+α에 YS가 참여할 경우 '3김'이 인정할 수 있는 후보로서 노 상임고문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DJ는 "현 정부의 정통성을 잇고 임기 후에도 자신의 개혁정책의 완수와 미진한 지역화합을 실질적으로 담보해 낼 수 있는 인물로 노 장관을 점찍을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 노 장관 측근의 말이다.
또 노 상임고문이 3당 합당 때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노 상임고문은 YS를 따라 정치에 입문했다는 점에서 영남후보론을 주장한 YS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고, JP와의 관계에도 특별한 대립점이 없어 JP와 등을 돌리고 있는 이 최고위원에 비해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金心'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 보이는 노 상임고문
특히, DJ는 자신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남북화해와 개혁은 일정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화해'는 특별한 성과도 없고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차기 대선 후보로 자신이 개혁성을 계승하고 '지역화합'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인사를 점찍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분석이다.
이러한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충청지역' 주자보다는 '영남지역' 주자가 대선 후보로 돼야 한다는 점에서 노 상임고문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더불어 영남지역에서의 이회창 '대세론'을 꺾고 영남표를 분할 할 수 있을 때에만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여권 핵심부의 고민이다. 그래서 여권 내에서 '영남후보론'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 '영남후보론'의 중심에는 노 상임고문과 김중권 대표가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여권 핵심부의 기류를 기반으로 노 상임고문측은 '黨心'과 '金心'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최근 기자들에게 노 상임고문이 "대통령이 언론관련 발언에 대해 소신 발언이라고 칭찬했고, 나를 신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金心'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상임고문의 한 측근은 "노 전 장관은 'DJ정부'의 개혁정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DJ가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 정권재창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의 정통성을 잇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에 당내 입지 문제를 걱정할 게 없다"고 말했다. '黨心'과 '金心'은 자신에게 있다는 자신감이 베어 있다.
그래도 문제는 이총재와의 경쟁력이 관건
그러나 어찌됐든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정통성과 명분도 중요하겠지만 한나라당 이총재에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가가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 결정에 가장 핵심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반DJ 정서가 확산되어 가고, '反昌연대'를 통한 정계개편도 아직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DJP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대중적 지지도가 가장 높은 주자를 대선 후보로 선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 상임고문 측근의 말에 따르면 "노 상임고문은 당분간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고 국민의 요구를 바탕으로 국가적 비전 마련에 고민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민심' 잡기를 통한 대중적 지지도 높이기와 급변하는 정치구도 속에서 '金心' 및 킹메이커들을 업기 위한 행보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