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의원회관에서 국내 처음으로 '국회의원 홈페이지'를 주제로 한 보좌관들의 워크샵이 열렸다. 네티즌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홈페이지가 '인터넷 정치'의 장으로 자리잡는 길은 무엇일까?

지난 27일 국회의원 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시민 참여의 장'을 내걸고 현재 베타버전을 운영하고 있는 보트코리아(대표 천호선, www.votekorea.net)가 주최한 '정치인 홈페이지 운영자 Workshop'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국회의원 보좌관 70여명이 참석하여 '인터넷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천호선 보트코리아 대표는 "여전히 정치인들의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들의 심각한 정치적 불신과 함께 정치인들의 홈페이지가 인터넷의 강점인 쌍방향성과 네트워크의 위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개최하게 되었다"며 모임의 이유를 밝혔다.

이번 워크샵은 국회의원 홈페이지 운영에 바람직한 방향과 더불어 실제 노무현 전장관,김영환 과기부 장관, 김홍신, 손학규의원 등 홈페이지 책임자들이 운영사례를 발표하고, 나아가 보좌진들과 홈페이지 운영에 대한 노하우 및 고충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었다.

"네티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라!"

가장 먼저 사례발표에 나선 과기부 장관 김영환 의원의 김정미 비서관은 정치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으로 첫째 방문자 수가 적다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많은 네티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메일 매거진 인포메일과 제휴하여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천리안과 함께 공동여론조사를 벌이는 등 대형 사이트와 연계해 홈페이지를 홍보하고 있다. 즉 네티즌의 참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 다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하우'를 운영하고 있는 노무현 前 장관의 강소엽 사이버 팀장은 사례발표 모두에서 "홈페이지 운영을 짐으로 느끼지 말고 즐거움을 갖고 임하라"고 서문을 열었다.

사이버 보좌관 모집을 처음 도입한 '노하우'사이트는 "처음 홈페이지 개설 후 딴지일보나 오마이 뉴스를 통해 배너를 게재한 것이 회원모집에 주효했다"면서 "유명 사이트에 배너를 게시하는 것이 네티즌 참여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또 가입한 회원들에게 전화나 메일로 답변을 보내주면서 네티즌과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해에는 1분30초짜리 감사의 내용을 담은 노무현의원 동영상 메일을 회원들에게 보내, 네티즌들에게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치인 홈페이지 무관심 해소법, "한가지만 강조해라!"

김홍신 의원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추경민 비서관은 "이번에 3분짜리 동영상 2개를 제작하는 데 50만원이 들었다"며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게다가 게시한 컨텐츠가 일일평균 200명 방문하는 홈페이지 실정에 평균 4명 정도가 컨텐츠를 접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인력/비용대비 효과면에서 기대치에 못미친다며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손학규 의원의 김훈 비서관은 국감질의, 본회의, 상임위 활동 등의 내용을 속기록 형식으로 바로바로 싣는 빠른 업데이트를 손학규 홈페이지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또한 네티즌들이 정치인 홈페이지 구석구석을 찾아다니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팝업창을 이용해 방문하는 그 시점에 가장 주요한 이슈를 실음으로써 여타 의원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즉 네티즌이 홈페이지 전체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그 날의 핫이슈를 알 수 있는 데다 지난 팝업모음집을 마련해 손학규 의원이 내세우는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치인 홈페이지는 자기만족적인 박물관 홈페이지'

'정치인 홈페이지, 무엇을 할 것인가?'란 주제로 발표한 민경배(e윈컴 편집위원) 사이버 문화연구소 소장은 기조발제에서 조목조목 정치인 홈페이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기존 정치인 홈페이지의 일반적인 문제점을 제시한 민소장은 첫 번째로 '온라인 홍보물 수준'에 머문 컨텐츠가 대부분인 자기만족형 홈페이지를 들었다. 둘째로 업데이트 주기의 장기화로 '박물관化 되어버린 홈페이지', 세 번째로 국민들의 정치적 불만과 관리자의 관리 소홀이 만든 '쓰레기장化된 게시판', 네 번째로 차별화된 컨셉과 독창적 컨텐츠가 부재한 '천편일률적인 메뉴 구성'으로 프로필, 의정보고서, 언론보도자료 등 구체적인 예까지 들며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전문 관리 인력의 부족 및 의원의 인터넷 마인드 부재를 들면서 정치인 홈페이지에 대한 한계도 같이 언급했다.

정치인 홈페이지 운영에 관한 제언에서 민소장은 홈페이지의 명확한 컨셉, 게시판의 단일화, 고정고객 확보, 결과가 아닌 과정 등을 강조했다. 또 눈길을 모으는 것은 '공동 홈페이지 운영'을 제안하면서 정치적 지향이나 칼라가 비슷한 정치인들의 공동 홈페이지 구축을 제시했다. 이럴 경우 비용 및 인력 절감 효과와 공동운영의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의 인터넷 마인드, 돈과 인력이 관건

이번 워크샵에 참여한 고흥길 의원의 박광명 보좌관은 일단은 모임이 홈페이지 운영에 관리자 측면에서 도움이 됐음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국회의원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에 가장 큰 문제는 돈과 인력"이라고 일축하면서, 나아가 "국회의원들이 인터넷 정치에 대한 마인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제적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 운영자가 비서관급이라 융통성 있게 홈페이지를 운영하기가 힘든 현실"을 언급하면서 운영주체의 권한강화를 지적했다.

여전히 국회의원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데는 걸림돌이 많은 게 이번 워크샵을 통해 나타났다. 특히나 e-politics나 인터넷 정치를 국회의원 홈페이지를 통해 구현한다는 점은 충분히 보좌진들이 인정하면서도 현실이 그렇지못함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또한 네티즌의 적극적인 참여 방안과 지지 내지는 후원자들을 네트워크하여 조직화 하는 문제도 명확한 해답이 제시되지 않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그러나 이번에 민소장이 제시한 상임위별내지는 정치적 성향으로 묶여진 국회의원 복수가 공동 사이트를 구축해 운영하는 '공동 홈페이지 구축방안'은 운영자들에게 참신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져 앞으로 조인트 홈페이지가 나타날지 기대를 모았다.

'국회의원 홈페이지'를 주제로 국회에서 워크샵이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좌진 70여명이나 참석한 이번 워크샵은 국회의원 홈페이지가 '제작자체'를 목적으로 하였던 인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인터넷 정치'로 탈바꿈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번 워크샵을 계기로 정치인들의 '인터넷 정치'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해 본다.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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