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개각은 'DJ 친정체제 구축, 권노갑 부상, 김중권 후퇴'로 요약된다.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한 구동교동계가 당·정의 전면에 포진하면서 여권 신.구주류, 동교동 신.구주류간의 파워게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권 전 최고위원의 본격적인 정치재개 선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성 싶다. 동교동계가 전면에 나서고 신주류는 이번 개각과 더불어 힘을 잃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렇듯 여권 내부의 역학관계가 변하면서, 대선 주자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 민주당 내부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동교동 당·정의 전면에 포진-DJ의 친정체제 구축
청와대는 동교동계로 완전히 물갈이가 된 분위기다. 한광옥 비서실장에 남궁진 정무수석, 이번에 전격적으로 임명된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은 동교동계의 핵심멤버. 박 정책기획수석으로 하여금 각 부서의 정책을 조율토록 하면서, 청와대 동교동계 3인방을 통해 당정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북출신인 신건 국정원장과 연청회장 출신인 김덕배 중소기업특위위원장이 입각은 동교동계가 적극적으로 밀었고, 김동신 국방, 이근식 행자, 나승포 국조실장 등도 동교동계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각에서 DJ는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많은 상의'를 했으며 그 결과가 '권노갑 중심의 DJ친정체제 강화'라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이로인해 권력 10대 요직에 호남 인물이 6명이나 포진돼 있어 한나라당은 '호남 정부'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화합적 인사를 강조해온 DJ의 인사정책 기조가 완전히 뒤바뀌어 친정체제를 통한 '마이웨이'에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민주당에서도 이해찬 전 최고위원의 정책위의장 임명이 주목되고 있다. 이 정책위의장은 권 전 최고위원과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항간에는 최고위원에서 정책위의장으로 강등(?)되었지만 사실상 '대표급 정책위의장'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어, 김 대표의 당운영에 이 정책위의장이 깊이 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DJ가 이 정책위의장을 지명하는 과정에서 이 정책위의장은 "당의 인사권을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했고, '말많은 최고위원회'와는 의논하지 않겠으며 중요사안은 대통령에게 직보하겠다."고 하였고, DJ가 이를 '용인했다'는 설도 있어 김 대표와 이 정책위의장의 관계가 매우 껄끄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권노갑 사람인 '안동선 최고위원 임명'도 권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안 최고위원을 통해 권 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를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의 전진으로 '최고위원회는 무력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노갑, 조용하지만 파워를 과시하며 정치권에 복귀
이렇게 청와대, 민주당에 동교동계가 전면으로 나서게 된 개각 직후인 28일 권 전 최고위원은 마포에 사무실을 조용하게 열었다. 지난해 12월 정동영 최고위원으로부터 2선 후퇴를 요구받고 물러났던 권 전 최고위원이 3개월만에 본격적으로 정치 중심권에 복귀했다. 그것도 조용하지만 막강한 파워를 앞세우고.
이날 사무실을 열면서 한 기자회견에서 권최고는 "정동영 최고가 언론을 통해 자신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직접 언급함으로서 권노갑 재기가 가져 올 정치적 파장이 매우 클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앞서 27일 밤에는 동교동계 의원들이 대규모로 모임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권 전 최고위원은 "이제는 동교동이 단합해서 정권재창출도 이루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돕자"고 말하고 동교동계의 '정권 마무리와 정권재창출'의지를 단단히 다졌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동교동계가 다시 당정의 전면에 나서면서 김중권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해찬 정책위의장, 안동선 최고위원, 신계륜 조직위원장, 박지원 정책기획수석, 신건 국정원장 등의 인선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개각 인선에서는 김 대표가 소외됐다는 후문이다.
또한 동교동계 신파로 분류되면서 권 전 최고위원과 갈등관계에 있다가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했던 한화갑 최고위원은 개각 및 당직인선이라는 권력이동 현상이 한창일 때 미국을 방문하였다. 이러한 미묘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 개각이나 당직인선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모습으로 권 전 최고위원과 한 최고위원의 관계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권 전 최고위원과 동교동 1인자를 놓고 경쟁관계에 있었고, 권 최고위원의 2선 후퇴로 공백이 생긴 동교동 맏형 역할을 한 최고위원이 담당하는 모양새를 가졌었다. 그러나 권 전 최고위원이 정치권에 복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동교동 맏형은 권 최고위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어 '양갑' 갈등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한 최고위원이 대선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내 역학관계 변화 조짐-선의의 경쟁이냐 파워게임이냐
그동안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였던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도 많이 위축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평과 함께 대선주자들의 역관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신·구 주류의 대립에다 '3당 연합체' 구도, 한나라당 이총재의 공세로 당분간 대선 주자들의 개별적 움직임이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동교동계인 김옥두 전 사무총장은 공개적으로 대선 주자들의 '튀는 행동'을 문제제기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특히, 당·정에 구 동교동계가 득세하면서 전면적인 DJ 중심의 총력체제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여권 대선주자들의 발목에 자물쇠가 채워진 듯하다.
한편, 권 최고위원의 후원을 받았던 이인제 최고위원의 대권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지의 여부에도 관심사다. DJ가 3당연합 체제를 중심으로 안정적 국정운영뿐만 아니라 정권재창출까지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심'에서 이 최고위원은 더 멀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 대표로 선임돼 '영남후보론'을 등에 업고 발빠르게 움직였던 김 대표의 행보는 많이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동교동계의 전진배치 및 권노갑 전 최고의 정치권 복귀로 여권의 역학관계 및 여야관계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권 전 최고위원의 정치 복귀로 여권 내 신·구주류, 동교동계 신·구주류의 파워게임으로 인한 내분 양상이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을 둘러싸고 민주계의 갈등이 YS의 몰락으로 이어졌듯이, 권력을 둘러싼 파워게임과 쟁투가 DJ정권에 최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연 DJ가 여권의 구·신주류 및 동교동의 구·신주류간 경쟁과 파워게임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