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계속되는 실정에도 불구하고 이총재는 '차려준 밥상'도 못찾아 먹는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국정위기에도 제1당 총재로 아무 하는일 없이 이미지 관리만 하고 있는 이총재에 당내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총재의 정치력 부재 및 당운영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국민우선 정치'를 주창하며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진력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국민에게 신뢰와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벤트성 행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정국운영의 곁다리만 긁고 있기 때문.

당내 중진들뿐만 아니라 소장파 의원 및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당운영 시스템 개선 및 당직개편을 요구하는 비주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김덕룡 박근혜 의원은 이총재와의 대립각을 더욱 예리하게 세우고 있어 한나라당이 조만간 내홍에 휩싸일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의보재정 파탄 위기, 교육정책 위기 등 'DJ정부'의 계속되는 실정으로 이총재가 '차기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차려놓은 밥상'도 챙겨먹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자주, 제1정당의 총재라는 엄청난 '권력'을 가졌으면서도 국정운영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또 자신의 지지도와는 비교도 안되는 낮은 지지도를 갖고 있는 당내 비주류들의 반발조차 무마하지 못하는 이총재의 지도력에 한나라당에서는 크나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9일 충북대 특강에서 '국민대연합론'을 들고 나오는 한편, 당내에 '국가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국민들에게는 공허하게만 들리고 있다.

마라톤이나 할 때인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강원도 방문에 이어 지난 29일에는 충북대 특강 및 축산농가를 방문해, 강원도 공략에 이어 충청도 공략에 나선 느낌을 주고 있다. 더불어 당직자들과 함께 헌혈을 하기도 하고, 내달 초에는 단축마라톤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총재를 줄곧 따라다니는 '차갑고, 편협하다'는 이미지를 보다 '친숙하고 따뜻하다'는 이미지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당내외에서는 의보재정 파탄 위기 및 교육문제 등 어려워지고 있는 국정현안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이를 뒤로한 채 이벤트 행사를 통한 이미지 제고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정현안을 챙기고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제1당 총재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국정현안에 대한 어떤 대책도 세우지 못하면서 어떻게 나라를 이끌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당론 결정에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개각 다음날인 27일 총재단 회의에서 '내각총사퇴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자고 했다가 28일 당무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번복돼 결국 내각총사퇴 결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강경 입장을 취했던 이총재가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정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철회했다. 이를 두고 여전히 이총재가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DJ정부'의 실정을 몰아붙이지 못하고 '딴지걸기'식 비난에 멈춰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3.26 개각 전에 한나라당이 '개각 8개 원칙'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반향도 일으키지 못하고, 전혀 반영되지도 못했다. 그동안 여권과 정국운영에서 어떠한 협상력도 보이지 못하고 오로지 '공격'만을 해왔던 한나라당이 정국운영에서 완전 소외되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의 '개각8개원칙'안은 개각을 위한 고언이라기 보다는 '여권 공세용 건수'만들기 라는 혹평까지도 받고 있다.

그만큼 제1당인 한나라당은 최대 정당임에도 국정운영에 전혀 개입하지 못하고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야당의 역할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 체질개선 없이, 집권 못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지고 있는 이총재의 행보 및 정치적 대응을 두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반응이다. "이총재가 정국운영 과정에서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는데, DJ의 실정으로 이총재가 근근히 버티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 주변의 인식이다.

이로인해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인 이부영 박근혜 부총재, 김덕룡 손학규 의원은 이총재의 당운영 및 정체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부영 손학규 의원은 이총재가 당의 체질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 부총재는 지난 22일 부산대 특강에서 "3김이 지역할거주의 강화 시도에 대응해 또 다른 지역주의로 대응하는 것은 3김과 이총재가 전혀 다를 게 없다는 평가를 낳게 될 것"이라며 이총재의 최근 행보를 비판했다.

손 의원도 "집권을 위해서는 당 지도부와 체질에 개선돼야 한다"며 이총재의 당운영 방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김덕룡 박근혜 의원은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 김 의원은 3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지도층에서는 한나라당과 이총재가 집권능력이 있는가 하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정치개혁을 위해 개헌론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총재도 개헌론을 주장하면서 이총재와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주류·비주류, 소장파, 중진구분없이 이총재에 불만

한편,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총재가 당직개편 및 당운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이총재가 구여권 인사들에 둘러싸여 정국운영의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지 못하다"며 현 당직자들의 안이한 현실인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또 한 원외지구당위원장은 "당이 전혀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당운영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심규철 의원도 지난 28일 의원총회에서 "(이 총재가) DJ에게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JP와도 대범하게 갈 필요가 있다"며 이총재의 '소심한' 정국대응 방법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

이렇듯 이총재의 지도력에 대한 문제제기는 주류·비주류, 소장파, 중진 구분없이 커지고 있다. 이는 'DJ정부로부터 이탈하고 있는 민심이 곧바로 한나라당 지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로 해석된다. 이총재의 정국운영 방향 및 형식, 활력을 잃은 당운영 등 한나라당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도전받는 이총재의 선택은?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한마디의 말이 현 한나라당을 표현해주고 있다. 이총재가 당내에 '국가혁신위'를 구성하는 한편, '국민대연합론'을 들고 나왔지만 정치권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동안의 "이총재 행보로 보아 공허한 느낌이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총재가 제1당 총재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DJ정부'에 대한 사사건건 '딴지걸기식' 비난이 아니라 DJ의 실정 대한 정확한 비판과 그 대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차기 대통령감'로 국정운영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내의 비판적 그룹은 한마디로 한나라당과 이총재가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당내외의 비판과 우려를 이총재가 과연 제대로 받아들일지는 아직은 회의적이라는 중론이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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