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강하게 주창하며 이총재와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덕룡 의원을 『e윈컴』이 만났다. 특히 그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탈당논란에 대해 "이는 나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탈당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일찍부터 정치개혁 차원에서 '4년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을 주창해온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DR)은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리더십에 반기를 들고 있어 일각에서는 탈당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DR은 지난 10일 『e윈컴』과의 인터뷰에서 개헌론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한편, "이총재가 결코 바른 길을 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총재에 대한 불신감을 강하게 내비치면서도 '탈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고 있다.

특히, 그는 개헌은 지역주의 뿐만아니라 정당 민주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고, 여야 대합의로 개헌을 이룬다면 사회분위기가 바뀌어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사회 기강도 세우게 될 것이라며 '개헌론'은 '시대적 대세'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다.

DR은 이총재가 개헌을 먼저 주장하고 추진해 나간다면 정치개혁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데, 이총재측이 "내가 여권에 이용당하고 있다", "당을 분열시킨다"고 모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하였다.

개헌과 정계개편은 별개의 문제

DR은 『e윈컴』과의 인터뷰에서 개헌론과 관련, 결코 정계개편과 개헌은 별개의 사안임을 강조했다. "개헌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한쪽의 힘만으로 성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또 여당이 개헌을 매개로 정계개편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의원 60∼70명을 빼가야 하는 데,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총재나 한나라당이 우려하듯이 결코 여권에 이용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DR은 "이총재와 한나라당 주류가 마치 자신을 여권의 음모에 동조하고 있다는 듯 모략하고 비방하고 있다"면서, "이는 저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개헌은 정치개혁이라는 근본적 당위성만 있는 게 아니라 여야의 대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립과 반목으로만 일관해온 정치구조를 일거에 변화시킬 수 있고, 이로인해 정치권이 민생과 경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불신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DR은 단순히 개헌을 통해 권력구조를 바꾸겠다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전반에 대한 변화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인지 그의 사무실인 '21세기국가경영연구회'는 매우 번잡했다.

4.13 총선 공천 잘못-지지세력을 내쳐 당이 더 왜소해져

DR은 인터뷰 내내 이총재에 대한 불만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동안 이총재와 한나라당이 변하지 않으면 미래에 대한 희망도 전혀 없다고 비판했던 그는 이날도 "과연 이총재가 우리 기대를 그대 따라 바른 길을 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저 자신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서 이총재에 대한 깊은 불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개혁공천으로 4.13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이총재측의 평가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제대로 된 공천이 이루어졌으면 다수당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획득하고 국회 의장도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여권이 'DJP+민국당'이라는 기형적 정치구조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게고 날치기를 걱정하지 않았을 것인데 이총재의 욕심과 편협함이 한나라당을 망쳤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란 지지세력을 확대하고 외연을 넓혀 가야 하는데, 최근 우리 당은 스스로 자르고 쳐서 더 왜소하고 축소돼 가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4.13 공천 때 이총재의 개혁공천을 강도 높게 비난했고,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세력을 끌어들이는 포용 정치, 큰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DR은 이총재 리더십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총재로는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결코 한나라당 탈당은 없다

이러한 DR의 이총재에 대한 강한 불신 때문에 줄곧 그가 "한나라당을 만들고 지켜온 내가 왜 탈당하느냐"고 말하고 있음에도, 한나라당 일부에서조차 DR이 탈당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총재에 대한 불신에 개헌론까지 겹쳐져 정치권은 탈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DR은 "총재가 잘못 간다면 쓴소리도 하고 비판의 목소리도 해줘야 하는데 이것을 마치 당을 떠나려는 사람처럼 얘기해서 되겠냐"며 "이는 나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화살을 이총재측으로 돌렸다. 이총재가 비판을 두려워해서도 안되고 막아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즉 언로가 터져야 당이 건강해진다는 말이다.

그는 "이총재가 이런 비판과 쓴 소리를 거부한다면 우리 당은 고인물이 돼서 썩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비주류로의 대표격으로 이총재와 당에 대한 비판자로 계속 남아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총재-차기 대통령의 리더십 갖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기 대선과 관련, "민주화 세력이 독재권력과 싸우면서 군정 종식에 몰두한 나머지 국가 경영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솔직하게 시인했다. 이러한 자기반성 아래 차기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화합적 리더십",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개혁적 리더십", "계층적 갈등을 해결할 민주적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도 정치를 큰 마음으로 하는 그런 자세, '좁쌀 정치'를 그만 두고, 미움의 정치를 끝내고 포용하는 정치, 큰 정치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전에도 이총재에게 제왕적이고 편협하다고 비난하여, 이총재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이렇듯 DR은 이부영 부총재나 손학규 의원의 경우처럼 이총재에 대한 비판적 지지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총재의 리더십과 당운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탈당은 생각하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있을 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DR은 "자신이 한나라당의 만들고 지켜왔다"는 강한 자부심이 깔려있기 때문에 탈당 여부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주류로서 주류의 더욱 강한 견제가 예상되고, 또 여권이 정계개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총재에 비판적인 김덕룡 의원이 과연 이총재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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