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일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의원 '체면'을 구길 수 없어 일본대사관 항의방문 참석을 거부해 네티즌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일본에서 맨땅 위에 앉아 시위를 하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이 아닌가?

그런데 현승일 한나라당 의원 홈페이지에는 난데없이 현 의원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폭발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교육위 소속 의원들의 일본대사관 항의시위가 있던 날, 현 의원이 "국회의원 '격'에 맞지 않는다"며 항의시위에 불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
이는 일본중의원 의원회관 앞에서 "일본을 반성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과 대비되는 행동으로 과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체면'과 '격식'은 무엇인지 뒤돌아보게 한다.
현승일 의원 '체면' 때문에 항의시위 못해
국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이규택)는 지난 9일 오전 일본대사관을 항의 방문해 왜곡된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통과의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전달하고 대사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날 교육위는 성명서를 통해 "일본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한참 후에 터졌다. 교육위는 일본대사관 항의방문에 앞서 이날 아침 소속의원 전원에게 항의방문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현승일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의원이 뭐 항의하고 그런데 가나. 국회의원 격에 맞지 않는다"며 화를 내면서 거부했다고 이를 지켜본 한 의원이 전했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역시 현 의원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다가 "당에 일이 있어서"라며 자리를 피했으며, 김화중 민주당 의원도 "대정부 질문 준비로 시간이 없다"며 일본대사관 항의방문 동참을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 의원은 11일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기자들이 확인을 요청하자 "당일 아침에 위원장실에서 '규탄대회 및 항의문 전달'에 참여하라는 메모가 왔길래 '국회의원 체면과 국가체신이 있지 어떻게 국회의원이 남의 대사관 앞에서 데모를 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체면의식'에 네티즌들의 분노 폭발
현 의원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남의 나라 대사관 앞에서 데모한다는 것을 국회의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가적 위신도 떨어지는 행위로 인식, 교육위 차원에서의 일본대사관 앞 시위 방법 자체에 대한 거부였던 것이다.
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거나 우루루 떼거지로 몰려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국회의원의 '점잖은 체면'을 구기는 것이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일개 대사관에 찾아가 항의한다는 것이 영 '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듯 싶다.
하지만 대체로 국가적 위신과 민족적 자존이 크게 손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체면'을 앞세운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특히, 민족적 감정이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철에 '국민의 머슴'임을 강조하며 표를 얻고자했던 국회의원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러한 현 의원의 행동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이 일제히 들고일어났고, 일부는 욕설까지 섞어가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국가적 체면에 신경을 많이 썼던 현 의원은 네티즌들에게 체면이 완전히 손상되고 말았다.
현 의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하루 평균 5∼6건의 글이 올라왔던 것과는 달리 지난 11일부터 하루 100여건의 비난 글이 폭주하고 있다. 그것도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네티즌들의 분노 섞인 글들로 가득 찼다.
점잖은 체면의 '현승일'과 맨땅에서 시위하는 '김영진'
네티즌의 격한 감정이 현 의원에게 집중되고 있을 때 일본에서는 김영진 의원이 '일본중의원 의원회관' 앞에서 "일본은 반성하라"는 피켓 하나를 들고 외롭게 혼자 침묵시위를 하는 사진에 눈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김 의원이라고 혼자 맨땅에 앉아 시위를 하고 싶었을까? 국회의원으로서 민족적 자존심이 훼손되고 역사가 크게 왜곡되고 있는 마당에 체면이 어디 있고, 무슨 '격식'을 차릴 여유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현 의원의 잘못된 '체면의식'을 두고,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을 계기로 1945년 해방 이후 왜곡되고 감춰졌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뒤돌아보아야 한다"며 "이에 사회지도층들이 먼저 각성하고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을 바로 잡는 일은 국가적 자존과 민족의 역사를 바로 찾는 일이다.
많은 국민들은 정부가 대책반을 구성하고, 김 대통령이 일본에 역사교과서 재수정을 촉구하는 등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나라 일꾼이고 국민의 대변인인 여야 국회의원들이 시민사회단체와 힘을 모아 냉정하면서도 과감한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