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의 민의였던 여소야대 양당구도는 인위적으로 해체되고 재편되었다. 그러나 '바꿔 열풍'으로 대변되었던 4.13총선의 본질적인 민의였던 '정치개혁'열망은 정치권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1. '여소야대 양당구도'에서 '여대야소 3당구도'로
4.13 총선 민의는 여소야대 양당구도였다. 한나라당 133석, 민주당 115석, 자민련 17석, 민국당 2석, 한국신당 1석, 무소속 5석으로 민주와 자민련을 합해도 132석으로 한나라당에 부족한 수치였다. 또한 자민련은 원내교섭단체 확보에서 실패하여 정국은 3당체제에서 민주-한나라의 양당체제로 재편되었다.
뿐만아니라 여야 어느 쪽도 과반수인 137석을 넘지 못했고 또 133석 대 132석이라는 절묘한 여야 균형을 이루었으며 '힘에 의한' 정국운영 자체를 근본적으로 봉쇄하였다.
총선민의는 여야 양당이 견제와 균형에 의한 화합의 정치를 펴기를 원하였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여소야대 양당체제가 '여대야소 3당체제'로 뒤집혔고 '힘의 대결'을 부정했던 총선민의는 '강한 여당 대 강한 야당'이라는 힘겨루기 정국으로 뒤바뀌었다.
민주당은 총선직후부터 '소수정권의 한계 때문에 정국운영이 어렵다.'고 푸념하였다. 그래서 총선 직후 박주선, 이강래등 호남지역 무소속 당선자 4명을 입당시켜 119석이 되었고 이후 작년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강한 정부론'을 내걸며, 내각제 문제로 16대총선 직전 DJP공조를 파기했던 JP와 다시 신DJP공조를 이루었고, 교섭단체에 실패한 자민련에 의원4명을 꿔줘가면서 정국을 2여1야의 3당체제로 재편하였다. 이후 민국당과 3당 정책연합으로 현재 여당 의석은 민주 115석 자민련 20석 민국당 2석으로 137석의 과반수를 확보하여 '여대야소와 강한 여당' 만들기에 성공하였다.
반면 여소야대가 여대야소로 뒤바뀐 형국에 맞선 한나라당 역시 '강한 야당'만들기에 나섰다. 내각제를 주장해온 김용환 한국신당 대표와 의원임대에 반대하며 교섭단체 서명을 거부한 무소속 강창희의원과 손을 잡고 133+2를 만들어가고 있다. 두 의원 모두 JP에 반기를 든 충청중진이라는 점에서 야당의석수 늘리기 이외에 충청포석이라는 정치적 의미 또한 있다.
아직 여야 어느 쪽으로도 편입되지 않는 의원은 무소속 정몽준의원 한사람 뿐이다. 때문에 현 정국은 '거대여당 대 거대야당'이라는 사실상 양당체제로 재편되어 4.13총선의 양당구조로 다시 돌아온 듯한 아이러니도 느낀다.
'힘이 달려' 정국을 운영하지 못하겠다던 민주당은 소수정권의 한을 풀었고, 강한 여당의 밀어붙이기 공략에 '힘없는 야당죽이기'라며 방어만 했던 한나라당도 강한 야당의 힘을 비축하는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야 모두 정국운영이 잘 안되는 것은 자신들에게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고 그 때문에 양당은 서둘러 '힘'만들기에 나섰고 결국 성공했지만, 지금의 정국은 더욱 더 꼬여만 가고 이제는 한치의 양보도 할 필요없는 팽팽한 격돌만이 계속되고 있다.
2. '바꿔 열풍'의 수혜자 젊은피, 여야 개혁모임으로 발전
16대총선의 상징은 '바꿔 열풍'을 몰고온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다. 총선연대가 낙선 대상으로 지목한 86명 중 59명이 떨어졌고 그중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집중 낙선대상자 22명 중에서는 15명이나 떨어졌다. 총선연대측은 성공률을 70% 정도라고 낮춰 말했지만 지역감정이 강하게 나타난 영.호남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1백% 성공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바꿔 열풍으로 가장 큰 수해를 입은 사람들은 처음 출마하는 후보들이다. 16대총선결과 지역구에 출마한 현역의원 가운데 41.5%가 낙선하고 초선의원이 전체 당선자의 41%인 112명이 차지하는 등 정치권에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
지역구에 출마한 현역의원 207명 가운데 86명이 낙선했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에서 낙선 돌풍이 매우 격심해 서울은 현역의원 86명 출마자중 41명, 인천은 12명중 8명, 경기는 37명중 21명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또한 '젊은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386세대의 30대 초선의원이 10명이 당선되어 15대총선때의 5명보다 2배나 늘어났다.
16대에 처음 국회에 입성한 386의원들은 민주당 송영길, 임종석, 김성호, 장성민의원, 한나라당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원희룡, 심재철, 이성헌의원이다. 또한 386이 아닌 여야 개혁 소장파의원들도 입성하였다. 민주당 정범구, 이재정, 송석찬(현재는 자민련)의원, 한나라당 김원웅(재선), 서상섭의원등이다.
이들 386의원들과 소장파들의 정치개혁 활동은 현실정치라는 한계속에서도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되었다. 낙선운동의 수혜자였고 때문에 유권자의 정치개혁 열망을 누구보다 잘알기 때문에 국민들이 보냈던 기대와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고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
여야 386의원들은 16대 국회 입성직후 여야 연대 개혁활동을 모색하던 중 '광주술판 사건'으로 여론에 호된 질책을 받은 후 여야를 포괄하는 개혁활동은 잠시 접고 각 당에서 소장파들과 함께 '당 개혁'활동에 집중하였다.
그후 여야가 대치국면에 빠지면서 국회가 공전되자 여야 소장파의원들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공동서명작업을 추진하며 단절되었던 여야 개혁모임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였으나 각 당 지도부의 압력등으로 소장파의 연대움직임은 또 난관에 봉착해야 했다. 그후 민주당은 13인의 반란, 당쇄신론을 부상시켰고 한나라당은 미래연대를 중심으로 당내 개혁적 목소리를 내었다.
그후 '국가보안법 개정'이 이슈가 되면서 여야 소장파들은 다시 연대를 모색하였고 이를 토대로 최근에는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약칭 정개모)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 모임에는 초선 소장파들뿐만아니라 민주당 천정배, 이미경의원과 한나라당 김원웅, 김홍신의원 등 재선의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들 개혁그룹은 '국가보안법 독자발의'를 밀어붙이면서 국가보안법 개정에 강한 소신을 갖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들 소장파의 개혁적 활동에 고무된 여야 개혁적인 중진의원들도 여야 연대 개혁모임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 김근태, 이부영, 김덕룡, 손학규 의원과 노무현 고문 등이 이러한 정치개혁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여야 개혁그룹의 움직임으로 한나라당에서는 심각한 보혁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장파뿐만아니라 개혁진영의 정치개혁을 위한 활동이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되고 있다.
3. 정치구도는 인위적으로 재편되었어도 정치개혁 열망은 조금씩 수용
4.13 총선의 민의였던 견제와 화합의 정국운영을 바랐던 여소야대 양당구도는 인위적으로 해체되고 재편되었다. 그러나 '바꿔 열풍'으로 대변되었던 4.13총선의 본질적인 민의였던 '정치개혁'열망만은 정치권이 외면하지 못하고 있다.
개혁적인 여야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개혁의 발전은 아직 그 한계로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3김정치가 끝나는 내년 대선에서는 새로운 정치발전을 위한 개혁적 노력의 결실이 보다 더 크게 맺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386의원등 개혁적 의원들에 대한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실질적인 정치개혁을 하나도 이루어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들 의원들은 기존 정치체제의 현실적 한계뿐만아니라 의원들간의 단합력이 떨어지고 개혁정치에 대한 소신이 약해져 개혁적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또 대선을 앞두고는 이들 개혁정치 그룹들의 독자적인 목소리가 더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개혁진영은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 개혁입법활동, 당내 민주화, 개혁적 정치리더십 형성에 노력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정치구조가 보-혁체제로 재편되어 개혁정당 탄생도 기대하고 있다.
이제 3김정치가 끝나가고 있다. 3김정치를 넘어 21세기 새로운 개혁정치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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