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제3세력은 태동할 것인가. 정치권 인사들의 '제3세력' 발언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의 개혁성향 중진과 정치권밖 인사들의 모임인 `화해전진포럼(가칭)'이 오는 30일 출범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의 제3세력은 태동할 것인가. 정치권 인사들의 '제3세력' 발언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의 개혁성향 중진과 정치권밖 인사들의 모임인 `화해전진포럼(가칭)'이 오는 30일 출범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 김근태, 정대철, 김원기 최고위원,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 김덕룡, 손학규 의원, 민국당 김상현 최고위원 등 여야 중진과 함세웅 신부 등 비정치권 인사 10여명은 이날 회동을 갖고 모임의 향후 활동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이 모임의 일원인 김덕룡 의원이 최근 '제3세력' 발언을 한지라, 이 모임이 현재의 여야 구도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발전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여러 언론보도들은 이 포럼이 정치권내 개혁적 인사들은 물론이고 학계와 시민단체 인사들까지 망라한 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뜯어보면 이같은 관측이나 보도들이 실상과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 쉽게 드러난다. 이 모임은 정치세력화가 가능할만한 내부적 공감대 확보도 아직 없는 상태이며, 정치권 주변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막상 어떤 인사들이 참여할지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우선 이 모임을 만든 정치권 인사들도 각자의 생각에 따라 이 모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김덕룡 의원같은 경우가 제3세력의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한다면, 같은 한나라당의 이부영 의원같은 경우는 별도의 정치세력화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현재까지 내부적으로 합의된 수준은, 개혁을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터놓고 얘기해나갈 모임을 만드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정치권 외부 인사들이 광범하게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야 중진의원들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아무래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릴 수밖에 없음을 서로가 아는 터라, 과연 시민단체의 인사 등이 정치인들과의 모임에 함께 참여할 것인지도 지극히 불투명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포럼을 둘러싼 최근의 언론 보도는 너무 앞서나가고 있는 과장된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이 모임이 개혁적 인사들의 실질적 연대를 가능케 할 수 있을지, 나아가 정치개혁과 사회개혁에 어떤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더 두고보아야 할 문제인 듯하다.

물론 이러한 모임의 결성은 일단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개혁의 추진과 개혁세력의 성장이 교착상태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연대의 틀을 통해 개혁정치세력의 입지와 힘을 강화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최소한의 성과는 달성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모임의 결성을 바라보며 적지않은 걱정 또한 드는 것이 사실이다. 혹 정치적 상황의 필요에 따라 쉽게 만들었다가 다시 쉽게 허물곤 하는, 모래위의 집을 또 하나 짓는 것은 아닌가. 지난 1996년 각계의 인사들이 참여하여 만들었던 정치개혁시민연합이 15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소리소문도없이 사라졌던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모임을 주도한 여야 중진 의원들의 정치적 향배에 따라 이 모임의 진로가 좌지우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실제로 모임에 참여한 중진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사실 정치개혁이라는 기치와 얼마나 부합되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개혁이라는 대의를 내걸기 위해서는 다소 낡은 인상을 주는 이들 중진의원들간의 연대보다는 소장파 의원들과의 연대가 더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정치개혁시민연합의 결성 이후 5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만들어지는 모임이라면, 그 시간의 흐름에 비례하는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사고가 아쉽게 느껴진다. 최소한 지금의 개혁적인 포럼이 논의해야 할 새로운 의제와 가치들이 무엇이고, 참여자들은 이 포럼을 통해 무엇을 하려 하는 것인지를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밝힐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의 모임도 이제는 시대의 변화만큼 무엇인가 새로운 화두를 던져줄 필요가 있다. 그저 정치상황의 필요에 따라 일단 만들었다가 다시 상황이 바뀌면 언제라도 허물 수 있는 관성적인 모임을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포럼 추진자들의 책임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유창선 e윈컴 정치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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