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그동안 통과된 법안이 거의 없고 여야 공방으로 질질끌기만해 온 국회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며 이번 회기에 법안통과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민주당으로선 집권초부터 추진해 온 인권위법 등 개혁입법의 `장기미제'를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는 압력을 받고 있고, 한나라당도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재정3법을 통과시키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오는 23일 3당 총무와 국회 재경·법사위 간사 연석회의를 열어 `개혁 3법'과 재정건전화법 등 `재정 3법'에 대한 일괄타결을 시도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법안타결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야당의 건강보험과 현대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민주당이 수용할 뜻을 비쳐 여야 모두 법안통과의 큰 부담이 사라졌다.
현대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한나라당도 현대의 기업활동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 지금은 정무위와 재경위에서 정몽헌 현대건설회장 등 15명의 증인채택을 요구하는 선으로 물러섰고 건강보험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현재 국회의 핵심쟁점법안들은 다음과 같다.
정치개혁법
여야 격돌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정치개혁법이다. 각 당이 마련한 협상안 중 일부가 정치개혁이란 ‘대의’와는 달리 각자의 당리당략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몇몇 개혁안에 대해서는 정치권 스스로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반발하고 있으며, 지방자치제도 개선안에 대해서는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들이 수용불가를 외치고 있어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법을 비롯 정당법, 선거법, 정치자금법을 다루는 정치개혁특위는 활동시한이 당초 이달말로 돼 있으나, 전날 여야 3당 총무회담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연말까지, 자민련은 내달말까지 연장하자는 입장을 밝혀 특위 활동이 최소한 1개월 이상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 연합공천, 지방자치법 등 선거법〓한나라당이 제시한 정당간 연합공천 금지, 선거후 검찰청별 특별검사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맞서 있다. 민주당은 연합공천 금지 주장을 여권 3당의 선거공조 저지 의도로 규정하고 있고, 검찰청별 특별검사제는 검찰을 무력화하는 조치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야당은 연합공천은 정당정치 대원칙에 어긋나며, 검찰청별 특별검사제는 선거사범 수사에 대한 편파시비를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 개선안'과 관련해서는 각 정당간의 입장차이 뿐만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과의 갈등도 겹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야는 일단 현행의 기초단체장 직선제 유지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대도시 구청장 임명방식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직선제 유지론과 임명제 환원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민련은 기초자치단체장의 임명직 전환을 주장하며 여야 의원 42명도 선출직 광역단체장이 해당 지역 내 기초단체장을 임명토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임명직에 대해 매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밖에 민주당은 현재 단체장이 3회까지 연임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을 2006년부터 2회로 줄이고 부단체장의 지위와 권한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 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제와 지역현안에 대한 주민투표제는 여야 모두 적극 도입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장들은 주민소환제에 대해 분명한 거부의사를 보이고 있다.
◈정치자금법〓한나라당은 1억원 이상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업은 법인세의 1%를 정치자금으로 의무적으로 기탁토록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 대신 해당 기업이 정치권의 각종 후원회에 기탁하는 행위는 일절 금지하자는 것이다.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와 여야간의 공정한 분배를 명분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세금에서 정치자금을 강제 징수하는 것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여론에 배치되며, 기부의 자율성을 해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자금세탁방지법안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한 정치자금 조사를 미리 당사자에게 통보토록 하자는 야당과, 그럴 수 없다는 여당의 견해가 엇갈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회법·정당법〓이번 회기의 '뜨거운 감자'인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14명으로 완화 문제와 관련 자민련은 국회법을 표결처리로라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민련은 여야 동수인 정개특위에선 국회법을 표결처리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여권이 다수인 운영위에서 심의하자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이에 여야 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내달 국회법 개정 관련 공청회를 열어 여론 수렴작업 후 6월중 최종 처리방침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그밖에 국회의장 당적이탈, 국정원장·검찰총장등 ‘빅4’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여부에 대해 여야의 입장이 크게 갈려 있으며, 정당법에서는 읍·면·동 연락사무소 폐지 문제가 주요 쟁점이다. 연락사무소 폐지는 민주당이 당론을 아직 정하지 않고 있다.
개혁3법
여야는 지난달 말 4월 국회에서 개혁3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합의한 상태다. 민주당쪽은 합의처리를 하기 위해 노력하되, 안될 경우 표결처리라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인권법'에 대해서는 상임위원 수 등 몇가지 부분에서 이견이 있으나 큰 쟁점은 없어 비교적 처리가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부패방지관련법'은 야당의 상시특검제 요구가 핵심쟁점이다. 민주당은 야당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나 부패방지위가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을 검토중이어서 합의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혁3법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자금세탁방지법'이다. 야당이 정치자금 포함을 전제조건으로 정치인 계좌추적시 사전통보해 줄 것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위원회 형태로 만들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반대입장이다.
민주당은 금융정보분석원(FIU)를 실무집행기구로 구성하자며 정부안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이나 한나라당은 의결권한을 갖는 위원회 형식으로 하자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특히 FIU의 정치자금 조사 여부 통보 문제에 대해 여당은 법안의 근본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통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으나 야당은 ‘정치탄압 소지가 있다’는 명분을 앞세워 즉각 통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기타법안
◈ 사립학교법등 교육3법; 당내 논란이 있었던 사립학교법에 대해 민주당은 16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리에 연루돼 해임된 사립학교법인 이사의 이사회 복귀를 5년간 제한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사립학교법, 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등 교육 3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에 처리키로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가운데 사립학교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원이 많은 만큼 처리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 모성보호법; 재계와 여성계의 논란이 일고 있는 모성보호법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통과할 계획이나 자민련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고 한나라당 역시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모성보호법안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의 등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 5단체는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특히 여성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권이 모성보호법안에 강하게 반대하지 않아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자 재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재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연간 최대 8천5백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계는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며 재계의 모성보호법 개정안 입법 반대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여야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 약사법 개정안; 애초 여야는 4월중 처리에 합의했으나 한나라당이 의약분업, 건강보험 재정파탄에 대한 본격적인 국정조사가 선행된 이후에 처리하겠다며 입장을 바꾸어 이번 회기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건강보험 국정조사를 수용할 수도 있어 표대결이 예상되었던 약사법이 의외로 합의점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